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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 성직 — 승려·음양사·무녀

칼을 쥐지 않는 자들도 이 전쟁에서 가장 앞자리에 선다.


#네 계열

일본의 성직은 크게 이다. 이 시대엔 이 넷이 모두 공존한다. 서로 미워하기도, 협력하기도 한다.

  • 불교승(佛教僧) —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 대종파가 여럿 (정토, 진언, 선, 일향...)
  • 신관(神官)·무녀(巫女) — 신도의 성직. 신사에서 섬기며, 신과 인간 사이를 중개한다.
  • 음양사(陰陽師) — 도교와 신토가 섞인 점술·주술의 전문가. 공식 관직(온묘료·陰陽寮)에 소속되기도 한다.
  • 야마부시(山伏) — 산악 수행자. 신도·불교·도교가 섞인 슈겐도(修験道) 의 행자.

그 아래에 잡다한 자들 — 이타코(무당), 온묘지의 조수, 떠돌이 승려, 심지어 가짜 승려.


#불교 승려 (佛教僧)

#큰 세 흐름

이 시대 일본 불교는 크게 .

  • 정토종(浄土宗) · 정토진종(浄土真宗·일향종) — 아미타불에게 염불. 민중의 신앙. 가장 널리 퍼진 대중 불교. 잇코잇키 봉기의 기반.
  • 진언종(真言宗) · 천태종(天台宗) — 밀교(密教) — 만다라, 진언, 결인. 퇴마와 주술의 불교. 고야산(高野山)히에이산(比叡山) 이 대본산.
  • 선종(禅宗) — 임제종·조동종 — 명상(좌선). 무의 경지. 무사 계급의 불교. 다도·꽃꽂이·검술과 맞닿아 있다.

다이묘에 따라 선호하는 종파가 다르다. 오다 노부나가는 일향종을 궤멸시키려 했고, 다케다 신겐은 선종을 아꼈다.

#하루

대사원(大寺)의 승려의 하루:

  • 새벽 4시 — 기상. 염불. 찬물 세안.
  • 5~7시 — 아침 수행. 경전 독송(読誦).
  • 7~8시 — 아침 식사 (죽·채소).
  • 8~오후 — 청소·공부·신자 상담·퇴마 의식·제 무녀와의 합동 의식 등.
  • 오후 — 개별 수행. 참선 또는 염불.
  • 해 지면 — 저녁 식사.
  • — 마지막 염불. 잠.

작은 절의 승려는 훨씬 바쁘다 — 마을 사람들의 장례, 결혼, 새로 태어난 아이의 명명, 병든 자의 병자의 기도까지 다 그가 한다.

#승병 (僧兵)

놀랍지만 — 이 시대 일부 사원은 군대를 거느린다. 히에이산이 대표. 승병(僧兵) 이라 불리는 무장 승려 수천 명. 그들은 나기나타(薙刀)을 든다.

오다 노부나가가 1571년 히에이산을 불태운 것이 유명하다. 수천 명의 승병과 비전투 승려 모두가 죽었다. "불교 사원을 태웠다"는 것이 당대의 거대한 충격이었다.

한편 고야산(高野山) 은 다른 길을 갔다. 진언종의 본산, 깊은 산속의 사원. 전국의 혼돈 속에서 대체로 군사적 중립을 지켰고, 패배한 다이묘 가문의 피난처가 되었다. 다만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예외였다. 노부나가는 1581년 고야산을 공격했고, 히데요시는 1585년 고야산 소각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세력에게 고야산은 그 신성성과, 그곳의 축적된 중립 네트워크가 어디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장소였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예 — 가가(加賀)의 잇코잇키 왕국. 정토진종 신도들이 한 나라 전체를 다이묘 없이 다스린 100년간의 자치 공동체. "백성이 지배하는 나라(百姓の持ちたる国)" 라 불렸다. 오다 노부나가가 1576~1580년의 이시야마 전쟁과 연쇄 토벌로 이 왕국을 무너뜨리기까지, 가가는 종교가 곧 정치인 희유한 사례였다.

#퇴마 의식

영계가 열린 뒤 밀교승의 역할이 커졌다. 부동명왕의 이름으로 염불을 외우고, 만다라를 그려 요마를 봉인하고, 호마(護摩) — 불에 나무를 태워 기도하는 의식 — 로 부정을 씻는다.

한 사찰의 호마 불은 밤새 꺼지지 않는다. 그 불 앞에 병자들이 앉아 염불을 외운다. 밀교승은 그들의 몸에 붙은 요마를 불의 연기로 뽑아낸다. 효과가 있는 자도, 없는 자도 있다. 효과가 없으면 — 그 자는 죽거나, 미친다.


#신관과 무녀 (神官·巫女)

#신사에 산다

신도의 성직은 신사(神社) 에 속한다. 신사의 주인격은 신관(神官·칸누시), 그 아래 무녀(巫女·미코) 가 보조한다.

신관은 보통 혈통으로 이어진다 —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대로 특정 신을 섬긴 가문. 이세신궁의 신관은 특정 혈통만 될 수 있다.

무녀는 혈통이기도 하고 모집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이 신사에 들어가 몇 년간 수행한 뒤 무녀가 된다. 흰 저고리에 붉은 하카마. 머리엔 흰 종이 장식.

#하루

  • 새벽 — 신사 청소. 물을 길어 손 씻는 자리(手水舎) 를 채운다. 복숭아 가지를 새 것으로 바꾼다.
  • 아침 — 신께 신찬(神饌) 올린다. 밥, 소금, 물, 술. 신관이 축문을 읽는다.
  • — 방문자 응대. 아이 명명(命名) 의식. 결혼식. 신사 수리.
  • 저녁 — 저녁 제의. 불을 한 개 켠다.
  • — 조용. 신사는 고요해진다. 무녀는 잠들지 않고 신의 음성을 듣는다 (어떤 전승에선 그렇게 믿는다).

#신의탁 (神懸かり)

무녀의 특별한 재능은 신을 몸에 받는 것. 의식적으로 의식을 비우고, 신이 자기 몸을 빌려 말하게 한다. 이 상태에서 무녀가 내는 소리는 — 무녀 본인의 소리가 아니다. 신의 음성이다.

대명가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 가문의 무녀가 이 의식을 올린다. 전쟁에 나갈지 말지, 어느 여자와 결혼할지, 누구를 다음 후계자로 삼을지 — 이런 결정이 무녀의 입을 빌린 신의 말 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의 무녀

대신사의 무녀와 마을의 무녀는 다르다. 마을 무녀는 훨씬 가난하고, 훨씬 바쁘다. 아이가 아프면 달려간다. 노인이 죽으면 장례를 돕는다. 신부가 될 여자의 머리를 땋아준다. 그녀는 마을의 영적 어머니다.

영계가 열린 뒤 — 그녀의 가장 큰 일은 부적 쓰는 것. 매일 밤 수십 장의 부적을 쓴다. 마을 사람들이 한 장씩 가져가 집에 붙인다. 그녀의 부적은 비싼 밀교승의 부적보다 약하지만 — 그녀만이 매일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의지한다.


#음양사 (陰陽師)

#특이한 계급

음양사 — 도교의 음양오행 사상과 일본 신토, 밀교가 결합한 주술 전문가. 율령제 시대의 온묘료(陰陽寮) 라는 국가 기관에 속한 관직이었다.

그러나 — 전국시대에 이르면 온묘료는 형식만 남은 기관. 궁정의 실권은 오래 전에 무너졌고, 음양도의 실질적 계승은 대가문의 세습으로 이어졌다. 헤이안 시대의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 가 전설의 음양사로 유명. 그 후손이 츠치미카도 가문(土御門家) 이라 불리며 음양도 종가를 유지. 대명가들은 이 가문에 사람을 청하거나, 자기 영지의 떠돌이 음양사를 고용했다.

#하루

대가문 음양사의 하루:

  • 별의 관측 — 천문으로 길흉을 점친다.
  • 결계 — 집이나 성에 결계를 친다.
  • 축지법(式神·시키가미) 사용 — 종이 부적으로 시키가미를 부린다. 작은 영이 부적의 명령대로 움직인다.
  • 다이묘의 자문 — 중대한 결정 앞에 다이묘가 점을 치러 온다. 음양사는 별과 점괘를 종합해 답한다.

#민간 음양사

대가문 음양사 외에 — 떠돌이 음양사가 있다.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며 점을 치고, 부적을 팔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준다. 이들 중엔 진짜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일반인은 구분하기 어렵다.

#전장의 음양사

영계가 열린 뒤 음양사의 전장 역할이 커졌다. 출전 전 결계를 치고, 전장의 원령을 봉인하고, 적군의 주술을 간파한다. 이들은 칼을 쥐지 않지만 — 전장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명한 예: 가와나카지마 전투에서 우에스기 측 음양사가 결계를 쳐, 다케다 측의 화살 비의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 전승.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야마부시 (山伏)

#산에 사는 자

슈겐도(修験道) 의 행자. 신토, 불교, 도교가 섞인 산악 수행 종교. 야마부시는 산에 들어가 수행한다. 한 번 산에 들어가면 몇 달, 때로 몇 년.

#차림

  • 머리에 작은 도코(兜巾·두건)
  • 이로쓰이 (結袈裟) 라는 목띠
  • 흰 옷
  • 등에 법라(法螺·나팔) — 산에서 서로 신호할 때 분다.
  • 손에 석장(錫杖) — 방울이 달린 지팡이

이들의 모습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오는 야마부시의 법라 소리는 마을 사람들의 계절 감각이 되었다.

#구마노

야마부시의 중심지는 구마노(熊野) — 기이반도. 구마노 코도(熊野古道) 라는 순례길이 이곳을 지난다. 이 길을 걷는 것이 수행의 정점.

#요마와 가깝다

야마부시는 요마와 가장 가까운 성직자. 산에 오래 있으니 — 요마를 자주 본다. 어떤 야마부시는 텐구와 친구가 된다. 어떤 야마부시는 스스로 텐구와 닮아 간다 — 코가 길어지고, 몸에 날개가 생긴다는 전승.

실제 효과가 있든 없든, 민중은 야마부시를 영적 힘이 강한 자로 대한다. 마을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 산에서 야마부시를 불러 내린다.


#서로의 관계

이 네 계열은 공존하며 경쟁한다.

  • 사찰 vs 신사 — 한 마을에 사찰과 신사가 둘 다 있을 때, 누가 장례를 맡을 것인가. 민간에선 대체로 사찰이 장례, 신사가 명명·결혼. 경계가 흐릿할 때가 많다.
  • 음양사 vs 승려 — 다이묘의 자문을 두고 경쟁. 어떤 다이묘는 음양사를 신뢰, 다른 다이묘는 밀교승을 신뢰.
  • 야마부시 vs 전부 — 야마부시는 모두와 섞인다. 사찰의 수행에도 가고, 신사의 제사에도 참여하고, 음양사와 주술을 나눈다. 경계의 존재.

#한 풍경으로 마침

어느 산골 마을에 역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은 절박했다. 무녀를 불렀다. 무녀는 매일 부적을 썼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승려를 불렀다. 승려는 호마를 피웠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음양사를 불렀다. 음양사는 결계를 쳤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마지막에 — 야마부시 가 산에서 내려왔다. 그는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우물 옆에 앉았다. 사람들에게 말했다.

"병의 원인은 이 우물이다. 우물에 요마가 깃들어 있다."

그가 산에서 한 약초를 꺼내 우물에 뿌렸다. 우물이 며칠간 까맣게 변했다. 그 다음에 — 맑아졌다. 역병이 멈췄다.

사람들이 물었다 — "그것이 무엇이었소?" 야마부시는 웃으며 답했다.

"나도 잘 모른다. 산이 가르쳐 준다."

이 대답이 — 이 시대 성직의 전체 태도를 요약한다. 알지 못하는 것 앞에서, 의례를 올리는 자들.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기 위한 손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