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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요마와 만나는 밤

요마는 늘 전장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더 자주 — 부엌에서, 우물에서, 길가에서 만난다.


#조우의 세 층

요마와 만나는 방식은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 첫 번째 층 — 있다는 기척(氣配). 보이지 않지만 느낀다. 문에서 부스럭 소리, 밤에 들리는 발걸음, 이유 없이 차가운 바람.
  • 두 번째 층직접 보는 것. 눈으로. 형태를 갖춘 존재.
  • 세 번째 층상호작용. 그것이 말을 걸거나, 만지거나, 붙잡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첫 번째 층 만 경험한다. 기척만 느끼고, 소리만 듣고, 그러나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두 번째 층은 드물다. 그러나 있다. 본 자는 평생 잊지 못한다.

세 번째 층은 더 드물다. 그리고 살아 돌아오기 어렵다.


#기척

#가장 흔한 신호들

민중이 "요마가 가까이 있다" 고 느끼는 신호들은 비슷하다.

  • 이유 없는 냉기 — 따뜻한 여름밤인데 방의 한 구석이 찬 바람이 분다.
  • 이유 없는 향기 — 그 집에 없는 꽃의 향이 풍긴다. 또는 낯선 사람의 땀 냄새.
  • 등불이 흔들린다 — 바람이 없는데 촛불이 기울어진다. 한 번, 두 번.
  • 아이가 운다 — 갑자기 아기가 잠에서 깨어 운다.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이런 밤 아기에게 부적을 물려 준다.
  • 개가 짖는다 — 특정 방향을 향해 개가 격렬히 짖는다. 사람 눈엔 아무것도 없다.
  • 창호지에 그림자 — 문에 발린 창호지에 무언가가 비친다. 얼굴 같기도, 손 같기도. 문을 열면 — 아무도 없다.

#어떻게 대응하는가

이런 신호가 있으면 민중은:

  1. 소금을 뿌린다 — 부엌에서 쌀과 함께 소금을 한 줌 집어 현관에 뿌린다.
  2. 부적을 만진다 — 몸에 지닌 부적을 확인. 문에 붙인 부적을 확인.
  3.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 낯선 이름이나 익숙한 이름이나,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면 응답이 올 수 있다.
  4. 밤새 등불을 끄지 않는다 — 아침까지 방 한 구석에 작은 불.

대개 — 아침이 오면 사라진다. 밤이 가면 요마도 간다. 이것이 민중의 경험이다.


#직접 보는 것

#어떤 경우에 보는가

평범한 사람이 요마를 직접 보는 경우는 대체로 이렇다.

  • 산에서 길을 잃을 때 — 특히 해가 지고 나서. 길이 없어진 곳에서 — 누군가가 서 있다.
  • 강가에서 밤낚시할 때 — 물가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물고기가 아니다. 손 같은 것이 물을 헤친다.
  • 빈 집에 들어갈 때 — 오래 비어 있던 집. 안에서 누군가 숨소리를 낸다.
  • 장례 후 밤에 — 죽은 자의 혼이 아직 가지 않은 밤.
  • 전쟁터 근처에서 — 전에 싸움이 있던 벌판. 밤에 비명 소리, 말발굽 소리.

#본 자의 반응

요마를 본 자의 첫 반응은 — 대부분 얼어붙는다. 움직이지 못한다. 숨도 쉬지 못한다. 몇 초, 혹은 몇 분. 이 시간을 "영의 잡힘(霊に掴まれる)" 이라 한다.

얼어붙음에서 풀리면 — 도망.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이것이 이 시대의 철칙. 뒤를 돌아보면 — 그것이 더 가까이 와 있다.

도망쳐서 집에 도착하면 — 자기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이치로. 이치로. 이치로."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혼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름을 잊은 것 같을 때는 — 가족에게 부탁한다. 가족이 불러준다.

그래도 며칠 앓는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진다. 시간이 약이다.


#요마와의 대화

#대화할 수 있는가

놀랍게도있다. 요마 중 많은 것이 말한다. 인간의 말로. 사람의 얼굴로.

  • 여우(키츠네) 는 젊은 여자로 둔갑해 사무라이에게 술을 권한다.
  • 너구리(타누키) 는 늙은 승려로 둔갑해 여행자에게 길을 묻는다.
  • 텐구는 산에서 만난 야마부시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다.
  • 오니 조차도 — 사람 말을 한다. 몇몇은 시를 쓴다.

이 대화 가능성이 일본 요마의 특이점이다. 서양 몬스터는 대개 말을 하지 않는다. 일본 요마는 자주 말한다. 이것이 요마와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적인지 친구인지 — 한 번의 대화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화의 규칙

요마와 대화할 때의 민간 지혜:

  1. 진짜 이름을 말하지 말 것 — 자기 이름을 안 자에게 영이 잡힌다.
  2. 음식을 받지 말 것 — 요마의 음식을 먹으면 돌아오지 못한다. "이계의 음식"의 금기.
  3. 보답을 거부하지 말 것 — 요마가 감사 표시를 하면, 거절하면 더 큰 재앙. 받되, 받은 것을 아침까지 집에 두지 말 것.
  4. 거짓말을 하지 말 것 — 요마는 거짓을 꿰뚫어 본다. 거짓말이 드러나면 격노.

#공존의 방식

그리고 — 많은 요마는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해 왔다.

#마을의 여우

대부분의 마을에는 여우 한두 마리살고 있다. 실제 여우이기도 하고, 요호(妖狐)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여우에게 음식을 남겨둔다 — 이나리 신사 앞에 아부라게(튀김 두부) 한 조각. 여우는 그것을 먹고 — 마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때로는 도움을 준다 — 잃어버린 물건의 위치를 꿈에 보여주거나.

#우물의 주인

오래된 우물에는 무언가가 산다. 작은 존재. 때로 물속에서 소리를 낸다. 물이 흐려지면 — 화났다는 뜻. 그 때 사람들은 소금을 뿌리고, 아이에게 "우물에 돌을 던지지 말라" 고 가르친다.

#변소의 여인

많은 민가의 변소에 — 미인 요마가 산다는 전승. 이름은 여러 가지. 변소에서 이 요마와 마주치면 — 정중하게 "실례했습니다" 하고 물러나야 한다. 무례하면 다음날 이 난다.

이 공존의 의미는 — 요마는 꼭 적이 아니다. 규칙만 지키면 함께 살 수 있다. 이 시대 일본인의 가장 실용적인 태도.


#한 풍경으로 마침

한 마을의 노파가 어느 늦은 밤,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다. 길어 올린 물이 평소보다 탁하다. 그녀는 멈춘다. 주머니에서 소금 한 줌을 꺼내 우물에 조금 뿌린다.

"오늘은 제가 방해가 된 것 같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가 그 우물의 주인에게 말한다.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저 "그분"이라고 속으로 부른다.

그녀는 새로 물을 긷는다. 이번엔 맑다. 그녀는 고맙다는 표시로 — 다음 날 아침 우물 옆에 꽃 한 송이를 둔다. 이틀 뒤 그 꽃은 말라 있다. 우물의 주인은 꽃을 받았다는 표시다.

이 노파의 손녀가 언젠가 이 행위를 배울 것이다. 손녀의 딸도. 이 시대의 삶은 이런 방식으로 이어진다 — 요마와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지 않는 척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