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3. 요마의 얼굴들
이 장은 도감이 아니다. 목록을 외우라는 장도 아니다. 각 요마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는 장이다.
#산에서 오는 자들
#오니 (鬼)
가장 유명한 요마. 붉은 피부, 푸른 피부, 검은 피부. 뿔. 송곳니. 철곤봉. 크다 — 사람의 두 배, 세 배.
오니는 한 부족처럼 산다. 산속에 그들만의 마을이 있다고 한다. 우두머리가 있고, 그 아래 부하들이 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종족.
오니는 술을 좋아한다. 슈텐도지(酒呑童子) — 이름 자체가 "술 마시는 아이" — 는 가장 유명한 오니 왕. 그는 교토 근처의 오에야마(大江山) 에 살며, 인간 여자를 납치했다. 미나모토노 요리미츠(源頼光) 와 그의 네 부하 — 사천왕(四天王): 와타나베노 츠나, 사카타 킨토키(金太郎의 모델), 우스이 사다미츠, 우라베 수에타케 — 가 그를 술에 취하게 한 뒤 목을 친 이야기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 사천왕은 또 츠치구모(土蜘蛛) — 거대한 땅거미 요마 — 도 퇴치한다. 전국 무사들의 꿈은 이 요리미츠 사천왕의 후예가 되는 것이었다.
오니가 악한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와 다른 규칙으로 살 뿐이다. 그들에게 인간은 — 때론 음식, 때론 즐거움, 때론 이웃.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를 이해하려 하면 — 그들이 왜 우리를 잡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한다고 용서가 되진 않는다.
"오니는 산의 질서다. 인간의 질서가 산에 들어가면 충돌이 일어난다." — 어느 야마부시의 말
#텐구 (天狗)
깊은 숲의 주인. 인간의 몸에 새의 특성이 섞여 있다.
- 카라스텐구(烏天狗) — 까마귀 같은 부리. 검은 날개. 몸집은 인간 크기.
- 고텐구(大天狗) — 긴 코. 얼굴이 붉다. 야마부시의 복장. 때로 날개가 있고, 때로 없다.
텐구는 오만하다. 자신이 인간보다 우월하다 믿는다. 말을 걸면 — 깔본다. 무시한다. 그러나 — 뛰어난 무사·야마부시는 텐구가 스승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깊은 산에서 몇 달 함께 지낸 뒤 — 그 무사의 검술은 기적적으로 발전한다.
텐구의 문제는 — 장난이다. 길 잃은 인간을 일부러 더 깊은 산속으로 이끈다. 웃으면서. 텐구의 장난에 걸린 자는 며칠씩 산속을 헤맨다.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다.
#산의 노파 (야마우바·山姥)
산속의 긴 머리, 찢어진 옷의 여인. 늙었지만 매우 힘이 세다.
전승은 갈린다 — 잡아먹는다 는 이야기와, 도와준다 는 이야기가 둘 다 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야마우바는 위험하고, 어떤 야마우바는 친절하다. 마주친 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무례하면 먹힌다. 정중하면 — 밥을 얻어먹기도 한다.
#물에서 오는 자들
#갓파 (河童)
강의 아이 같은 존재. 녹색 피부. 사람 어린아이 만한 덩치. 손발에 물갈퀴. 등에 거북 같은 껍데기.
갓파의 특징은 머리 위의 접시. 물이 담긴 작은 오목한 곳. 이 물이 마르면 — 갓파는 약해진다. 그래서 갓파를 상대할 때는 절을 시킨다 — 절을 할 때 접시의 물이 쏟아지기 때문.
갓파는 씨름을 좋아한다. 지나가는 인간에게 씨름 한 판 을 건다. 인간이 이기면 — 갓파는 약속을 지킨다 (강에서 해치지 않는다). 지면 — 강으로 끌려간다.
갓파는 오이를 좋아한다. 강가에 오이를 놓으면 — 갓파가 그 집을 해치지 않는다는 오래된 계약. 지금도 많은 마을에서 여름에 강가에 오이를 놓는다.
#우미보즈 (海坊主)
바다의 거대한 대머리 승려. 바다에서 거친 밤에 나타난다. 검은 몸. 눈이 없을 때도 있다.
어부가 밤에 바다에 나갔다가 — 파도 사이에서 거대한 얼굴이 솟아오른다. 대머리 스님의 얼굴. 말을 건다 — "괴로운가?" 대답을 잘못하면 배가 뒤집힌다. 올바른 대답은 없다고 한다. 침묵이 최선.
#사람에게서 나온 자들
#원령 (怨霊)
한을 품고 죽은 자의 영. 이 시대에 가장 많다. 전쟁이 많기 때문.
형태는 다양하다.
- 흰 옷의 여인. 긴 검은 머리가 얼굴을 가린다. 발이 없다 (땅에 닿지 않고 떠 있다).
- 갑옷 입은 무사. 목이 없거나, 몸이 반쪽이거나.
- 어린아이. 울음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안 보일 때도.
원령의 특징은 — 특정 인물·가문·장소에 묶여 있다. 그 묶임이 풀리지 않으면 — 대대로 저주가 이어진다. 본인의 원한을 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원령을 단순히 베는 것으로는 — 다시 돌아온다.
#생령 (生霊)
살아 있는 자의 영이 강한 집착으로 인해 형태를 갖는 것. 가장 기이한 요마.
당사자는 자기 몸이 거기 있는 줄 안다. 멀쩡히 일하고, 먹고, 잔다. 그러나 그의 혼의 일부가 — 집착 대상의 집 창가에 서 있다. 야간에. 창 너머로 그 사람을 지켜본다. 대상은 느낀다. 서늘한 기운이 창밖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생령을 아무도 모른다 — 본인도, 대상도. 알게 되면 — 풀린다. 그러나 알기까지가 어렵다.
유명한 예로 겐지 이야기(源氏物語) 의 로쿠조 미야스도코로(六条御息所). 그녀의 질투가 생령이 되어 상대 여인을 죽인다. 본인은 알지 못한다. 나중에 꿈에서 자기 머리에 이상한 향이 난 것으로 — 겨우 알아챈다.
#아귀 (餓鬼)
굶어 죽은 자의 영. 영원한 배고픔 속에 있다.
형태는 끔찍하다 — 뼈만 남은 몸. 입은 아주 작고 목은 아주 가늘어 아무것도 삼키지 못한다. 그래서 영원히 굶주린다. 전장의 시체를 뜯는다. 어린아이의 영혼을 먹으려 한다.
아귀는 슬픈 요마다. 그들의 본성이 벌이다. 생전의 탐욕이 사후에 굶주림으로 돌아왔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아귀는 육도 윤회의 한 단계.
#유키온나 (雪女)
눈 속에서 만나는 여인. 창백한 피부, 검은 머리, 흰 옷. 아름답다. 살이 시리게 아름답다.
눈보라에 갇힌 자 앞에 그녀가 나타난다. 가까이 오라 한다. 가까이 가면 — 얼어 죽는다. 그러나 때로는 — 측은하게 여겨 살려 보내기도 한다. 단 조건이 붙는다. "오늘 본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말하지 않으면 — 살아남는다. 말하면 — 그녀가 다시 온다.
이 조건을 어긴 자의 이야기가 많다. 인간의 입이 가볍기 때문.
#오래된 것에서 나온 자들
#츠쿠모가미 (付喪神)
100년 된 도구에 영이 깃든 것. 이 시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버려진 물건이 많기 때문. 전쟁이 많기 때문.
다양한 얼굴.
- 가라카사코조(傘化け) — 우산 요마. 한쪽 다리, 한쪽 눈, 긴 혀.
- 쵸우친오바케(提灯お化け) — 등잔 요마. 얼굴이 생긴 초롱.
- 보로보로톤(暮露暮露団) — 낡은 이불 요마. 사람을 덮쳐 질식시킨다.
- 잇보다타라(一本踏鞴) — 한쪽 다리로 뛰어다니는 대장간 망치 요마.
츠쿠모가미는 대체로 가볍다. 장난을 치는 정도. 그러나 — 오래 방치된 원한이 섞이면 위험해진다. 주인이 버린 칼이 100년 누적된 억울함을 품고 츠쿠모가미가 되면 — 그것은 위험한 요마다.
#여우 (狐)·너구리 (狸)
변신하는 요마. 일본 민담의 단골손님.
- 여우 — 젊은 여자로 변한다. 아름답다. 유혹한다. 같이 살며 아이까지 낳은 사례가 있다 — 그러나 낮에 꼬리가 보이는 순간 정체가 드러난다. 들키면 사라진다.
- 너구리 — 늙은 승려로, 또는 물건으로, 무엇으로든 변한다. 여우보다 장난스럽다. 여우는 치명적이고, 너구리는 희극적이다.
여우 중에도 신성한 여우(이나리의 사자)와 요호(해로운 변신체)가 있다. 구분이 어렵다. 스스로도 경계가 흐릿하다.
#그 외의 얼굴들
- 이나리의 사자 — 흰 여우 — 이나리 신의 사자. 모셔지면 신, 해치면 요마.
- 누에(鵺) — 여러 짐승이 합쳐진 괴수. 원숭이 얼굴, 호랑이 몸, 뱀 꼬리. 밤에 울음소리가 처참하다.
- 카마이타치(鎌鼬) — 바람에 섞여 사람을 베는 작은 족제비 모양의 요마. 상처는 있는데 피는 안 난다.
- 로쿠로쿠비(轆轤首) — 밤에 목이 길어지는 여자. 낮엔 평범한 인간처럼 보인다.
- 후나유레이(船幽霊) — 배로 물어 달라고 하는 바다 유령. 물을 주면 — 배를 침몰시킨다. 바닥 빠진 국자를 준비해 둬야 한다 (물이 떨어지니 계속 부어도 된다).
목록은 더 길다. 훨씬 더 길다. 일본 민담학자의 책에는 수백 종의 요마가 기록되어 있다. 이 장은 — 얼굴 몇 개만 보여준다.
#이 얼굴들을 읽는 법
각 요마의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인상만 남기면 된다. 나중에 세션에서 GM이 "오니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 — 그 오니의 크기, 피부색, 술 한 병을 원하는 모습 이 상상되면 충분.
요마는 목록이 아니다. 요마는 이웃이다. 한 이웃의 이름을 모른 채 만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 만난 뒤 무엇을 할 것인가.
#한 문장으로
요마는 이름이 많고 얼굴이 많다. 그 얼굴 하나하나가 — 이 세계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