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zn-doc

#다섯 번째 보물

zn05 권말 소설 · 진지도 ★★ · 순수 향(픽션). 규칙·수치는 나오지 않는다.

다섯 번째 보물 시작 삽화

다섯 귀공자가 차례로 무너지는 걸, 나는 담장 밖에서 다 봤다.

부처의 발우는 그을음투성이 가짜였고, 봉래의 옥가지는 삯을 못 받은 장인들이 폭로했다. 불쥐의 가죽옷은 불에 탔고, 용목의 구슬을 찾던 다이나곤은 두 눈이 자두처럼 부어 돌아왔다. 제비집을 뒤지던 중납언은 떨어져 죽었다.

나는 그 집 정원사의 조카였다. 이름도 없는, 물이나 길어 나르는 아이. 담장 안 빛나는 아씨를 한 번 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날 밤 봇짐을 쌌다.

"어딜 가려고."

삼촌이 등불을 들고 섰다. 나는 거짓말을 못 한다.

"여섯 번째가 되려고요."

삼촌이 웃었다. 화내지도 않고, 그냥 슬프게 웃었다. "아씨는 너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어."

"그러니까요." 나는 짚신 끈을 묶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보물이 하나 남았잖아요."


다섯 번째 보물 중간 삽화

나는 그게 뭔지 안다.

다섯 보물은 다 세상에 없거나, 있어도 손이 닿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씨는 처음부터 알고 주문했다고들 했다 — 구할 수 없는 걸 시켜서, 거절을 거절이 아닌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그러니까 아씨가 진짜로 원하는 보물은, 목록에 없는 거다.

달의 도읍에서 온 사람에게, 이 땅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것.

나는 그게 머무를 이유라고 생각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안다. 천황이 군사 이천을 세워도 못 막은 떠남을, 물 긷는 아이가 무슨 수로. 그래도 가는 발이 멈추질 않았다.

봉래도, 천축도 못 간다. 나는 그냥 — 그 집 뒷산에 올랐다. 아씨 방 등불이 보이는 가장 높은 데까지. 거기 앉아서, 무엇을 가져다드려야 그 사람이 하루라도 더 웃을지 밤새 생각했다.

대나무 숲이 바람에 서걱였다. 그중 한 마디가, 아주 잠깐, 빛난 것 같았다.


팔월 보름.

산 아래 집은 무사들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지붕 위에도, 담장에도 활을 든 사람들이 섰다. 나는 끼지도 못하고 산비탈 바위에 웅크려 그걸 봤다.

자정 가까이, 하늘이 열렸다.

대낮보다 밝은 빛이 내려왔다. 구름을 밟고 천인들이 줄지어 섰다. 무사들이 활을 들었지만 — 팔에서 힘이 빠져, 아무도 시위를 못 당겼다. 나도 그랬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다만 눈물만 멋대로 흘렀다.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

아씨가 마루로 나왔다. 빛 속에서도 그 사람만은 또렷했다.

천인이 옷을 펼쳤다. 입으면 이 땅의 정도, 사람의 기억도 다 잊는다는 깃옷.

아씨가 그 앞에서 잠깐 멈췄다. 노부부에게 절을 했다. 우는 것 같았다. 정을 알아 버려서, 떠나기가 슬프다고 — 그 등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빛 너머, 산비탈의 나를 봤다. 그럴 리 없는데. 그 먼 데서, 그 작은 나를.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안 들렸다. 그래도 나는 읽었다. 물 긷는 아이는 입술 읽는 데 도가 텄다.

— 무엇을 가져왔니.

나는 빈손을 들어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머무를 이유 같은 건, 끝내 못 구했다.

아씨가 웃었다. 처음 본 웃음이었다. 다섯 귀공자한테도, 천황한테도 준 적 없는 얼굴.

— 그게 다섯 번째 보물이야.

빈손이. 아무것도 못 가져온 게.

— 다른 넷은 나를 가지려 했어. 너는 그냥 와 줬구나.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려 하지 않고 곁에 있는 것 — 이 땅에서 그게 제일 귀했어.

깃옷이 어깨에 닿았다. 아씨의 눈에서 무언가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게, 그 먼 데서도 보였다. 나를 보던 눈이 — 나를 모르는 눈이 됐다.

빛이 위로 접혔다. 구름이 달 쪽으로 기울었다. 아씨는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다섯 번째 보물 마무리 삽화

산을 내려오니 새벽이었다. 삼촌이 산 밑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보물은 구했냐."

나는 빈손을 펴 보였다. 그리고 웃었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나도 몰랐다.

"구했어요. 그런데 두고 왔어요."

평생 손에 쥐지 못할 걸 알면서, 그래도 한 번은 곁에 있었다. 다섯 귀공자도, 천황도 못 한 그것을, 이름도 없는 내가 했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 가장 높은 산을 올려다본다. 사람들이 그 봉우리에서 연기가 핀다고들 한다. 닿지 못한 약을, 닿지 못한 마음을 태운 연기라고.

나는 안다. 닿지 못한 것만 저렇게 오래 빛난다.

보름달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