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5 · zn-doc

#주인 없는 상자

주인 없는 상자 시작 삽화

#향 — 주인 없는 상자

Fiction-Only — 이 권말 소설은 분위기용이다. 이 호의 어떤 단편에도 필수 진실을 부여하지 않는다.

상자는 아침에 도착했다. 배달부도, 영수증도, 뚜껑 위의 먼지도 없었다.

작은 삼나무 상자였다. 조심스러운 손들이 여러 해 만진 모서리만 검게 닳아 있었다. 묶은 끈은 평범한 삼끈이었다. 매듭은 어부 매듭이었다. 발신자가 없다는 것보다 그 사실을 먼저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는 그 상자가 작은 잘못을 먼저 보는 법을 배운 사람이 열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안에는 종이들이 있었다. 묶음은 아니었다. 묶음에는 의도가 있다. 그것들은 접히고, 다시 접히고, 물건에 묶이고, 다른 종이 아래 끼워지고, 이제는 없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있었다. 내 할머니의 어릴 적 이름을 수신자로 적은 편지. 신사 이름이 없는 신사 표찰. 체포 영장에 싸인 거울 조각. 건너편이 없는 다리를 그린 아이 그림. 마지막 세 이름만 다른 계절에 적힌 이름 목록.

내 첫 번째 실수는 그것들을 정리한 것이었다.

소문은 왼쪽. 편지는 오른쪽. 공문서는 가운데. 인장이 있는 것은 없는 것 위에. 이름은 깨끗한 공책에 옮겨 적었다. 날짜는 여백에 적었다. 장소는 지도와 대조했다. 저녁까지 일했고, 저녁이 되자 상자는 비었고 바닥은 질서정연했다.

자정에, 등 뒤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주인 없는 상자 중간 삽화

상자는 다시 가득 차 있었다.

복구된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더 쉬웠을 것이다. 복구라면 내가 내용물을 치우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이것은 더 나빴다. 할머니의 어릴 적 이름으로 보낸 편지는 전에 보지 못한 사과문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신사 표찰에는 값이 생겼다. 거울 조각은 문이 하나 더 있는 방을 비추었다. 체포 영장에는 더 이상 피고 이름이 없었지만, 처벌은 더 또렷해졌다. 다음 비가 오기 전에 빌린 얼굴을 돌려줄 것.

나는 잠들지 않았다.

새벽까지 두 번째 배열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종류별이 아니라 두려움별이었다. 관리가 두려워하는 것. 아이가 두려워하는 것. 오래된 집이 두려워하는 것. 물을 두려워하는 것. 소리 내어 읽히기를 원하는 것. 소리 내어 읽히면 안 되는 것. 완벽한 한 호흡 동안 나는 상자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햇빛이 삼나무 뚜껑에 닿았고, 상자 안의 모든 종이가 숨을 내쉬었다.

이름들이 먼저 움직였다.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탄원서의 이름 하나가 사찰 등록부로 미끄러졌다. 물건 꼬리표의 이름 하나가 아이 그림 아래 나타났다. 할머니의 이름은 한 글자씩 방을 가로질러 거울 뒤에 앉았다. 거기서는 이름이라기보다 누군가 가려 했던 장소처럼 보였다.

나는 뚜껑을 닫았다.

그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사흘 동안 상자는 움직이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문서고에 두고 왔는데 소매에서 그 냄새가 났다. 창고에 잠가 두었는데 밥그릇 안에서 접힌 영수증이 나왔다. 승려에게 맡겼더니 해 지기 전에 돌려주며 내 가족이 비를 판 적 있느냐고 아주 공손하게 물었다.

나흘째 밤, 나는 그것을 소유하려는 시도를 그만두었다.

종이 하나를 꺼냈다. 딱 하나. 지도 가장자리에서 찢긴 좁은 띠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강이 있어야 할 곳에 길이 나타나면 지도를 고치지 말 것. 누가 강을 설득해 비켜 서게 했는지 물을 것.

나는 그 문장을 공책에 베꼈다. 필체는 베끼지 않았다. 가장자리의 얼룩도 베끼지 않았다. 그 얼룩이 해안선처럼 보였고, 공책이 그것을 배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띠를 다시 넣고 상자를 열어 둔 채 두었다.

아침에 그 띠는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나루 동전 하나, 붉은 끈으로 묶인 흰 머리카락 한 줌, 기둥에서 잘라 낸 아이 키 표시가 놓여 있었다. 상자는 더 명료해진 것이 아니었다. 더 관대해졌다.

주인 없는 상자 마무리 삽화

그때 나는 상자가 가르치려는 유일한 규칙을 이해했다.

상자는 기록보관소가 아니었다. 기록보관소는 산 사람이 죽은 자를 찾을 수 있도록 죽은 자를 질서 속에 보관한다. 상자는 그 반대였다. 그것은 죽은 자, 사라진 자, 숨은 자, 끝나지 않은 것이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무질서를 살아 있게 했다.

나는 더 이상 내용물을 정리하지 않는다.

누군가 질문을 들고 오면, 나는 뚜껑을 열고 그 사람 손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고르게 한다.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나는 진실을 말한다.

"당신이 눈에 띄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