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쇼
zn08 권말 소설 · 진지도 ★★★ · 순수 향(픽션). 규칙·수치는 나오지 않는다.
불을 끄고 나서야 하루가 시작된다.
아비는 그렇게 배웠다. 낮에는 절에 등록된 집의 가장으로 산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찰의 종소리에 머리를 숙이고, 봄이면 절 마당을 쓸고, 누가 보는 데서는 불상 앞에 손을 모은다. 그 손은 거짓이 아니다. 거짓인 채로 백 년을 살아온 손이다.
밤이 오면 다르다.
문틈을 막고, 등잔을 끄고, 마룻장 하나를 들어낸다. 그 밑에 작은 함이 있다. 함을 열면 검게 칠한 관음상 하나. 마을의 누구라도 그것을 보면 자비로운 부처라 여길 것이다. 아비만 안다. 그 무릎에 안긴 아이가 부처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그것을 마리아관음이라 부른다 — 부처의 옷을 입은, 다른 어머니.
아비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늘 밤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버지, 그게 누구예요?"
여섯 살 난 아들이 등 뒤에서 물었다. 아비는 숨을 멈췄다. 아이를 데려올 때가 되었다고, 아내가 죽기 전에 말했었다. 입에서 입으로. 글로 남기면 발각되니, 오직 소리로만. 그렇게 백 년을 이어 온 것이라고.
"이리 와 앉아라."
아이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아비는 아이의 작은 손을 모아 쥐었다. 손이 차가웠다.
"지금부터 아비가 외는 말을, 너는 따라만 해라. 뜻은 묻지 마라. 아비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아비는 입을 열었다. 낮은, 거의 숨 같은 소리로.
케레도 인 데우스… 파테렘 옴니포텐템…
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이 땅의 어떤 말도 아니었다. 절에서 스님이 외는 경문과도, 신사에서 들리는 어떤 소리와도 닮지 않았다. 닳고 닳아 본래의 모양을 잃은, 그러나 여전히 거룩하게 떨리는 말.
"…아버지, 그건 무슨 말이에요?"
"바다 건너에서 온 말이다. 아주 먼 곳에서."
"데우스가… 누구예요?"
아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기도 본 적 없는 분을. 신부가 사라진 지 백 년, 가르쳐 줄 사람이 모두 죽은 뒤에 남은 것은 음(音)뿐인데.
"카미가 산에 있고, 부처가 절에 있는 건 알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우스는… 산에도 없고 절에도 없다. 그런데 어디에도 있다고 한다."
"어디에도요?"
"이 방에도. 바다 위에도. 네가 잠들 때도." 아비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여기엔 그분의 무덤도, 그분의 신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분을 무서워한다. 모르는 건 다 무서운 법이니까."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물었다.
"그럼 우리도… 무서워해야 해요?"
아비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등잔도 켜지 못한 방에서, 마룻장 밑의 검은 관음 앞에서, 들킬까 봐 숨소리조차 죽인 채로.
"아니다." 아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서워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다만 잊지 않을 뿐이다. 할아비가 그 할아비에게서 들은 이 말을, 끊기지 않게."
밖에서 바람이 문을 흔들었다. 아비는 본능적으로 함의 뚜껑에 손을 얹었다. 마을의 누군가가 밤길에 등불을 들고 지나가는 소리.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부자는 어둠 속에서 서로의 심장 소리만 들었다.
발소리가 사라졌다.
아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보다 더 낮게.
…에트 인 운움 도미눔…
"따라 해라."
아이가 작은 입술을 움직였다. 뜻도 모르는 말을, 아비의 음을 더듬더듬 좇아. 백 년 전 어느 항구에서 처음 울렸을 그 기도가, 닳고 흐려진 채로, 여섯 살의 입을 거쳐 다음 백 년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아비는 눈을 감았다. 멀리 있는 신에게, 이 땅에 무덤조차 없는 손님에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도를.
그래도 외웠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물려줄 게 없었으니까.
새벽이 오면 다시 불상 앞에 머리를 숙일 것이다. 종소리에 합장할 것이다. 누가 봐도 절에 속한 집의, 평범한 부자(父子)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 마룻장 하나 밑에서, 끊겼던 한 줄의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