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zn-doc

#셋째의 이름

zn03 권말 소설 · 진지도 ★★ · 순수 향(픽션). 규칙·수치는 나오지 않는다.

셋째의 이름 시작 삽화

나는 카게야마 사부로다.

사부로. 셋째 아들. 그게 다다.

형들에게는 진짜 이름이 있다. 큰형은 무네히사, 둘째 형은 무네토키. 가운데 글자가 다 같다 — 「무네(宗)」. 우리 집이 대대로 물려 온 글자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이름 한가운데에 그 글자를 박고 살았다. 그 글자를 받았다는 건 이 집의 핏줄이라는 뜻이고, 언젠가 이 작은 산성(山城)의 깃발을 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한테는 그게 없다.

"넌 사부로면 됐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화를 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처마 밑에서 비 내리는 걸 보듯이 말했다. 셋째까지 통자를 나눠 줄 만큼 우리 집이 크지 않다는 걸, 나도 안다. 받 한 뙈기, 가신 스무 남짓, 뒷산 사당 하나. 그게 카게야마가의 전부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한다. 사부로는 이름이 아니라 번호 같다고. 누가 나를 부르면, 나는 그냥 세 번째로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만 대답하는 셈이다.


셋째의 이름 중간 삽화

그날 밤, 뒷산이 울었다.

우지가미 사당에서 방울 소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결계가 풀리는 소리였다. 큰형은 둘째 형과 함께 산 아랫마을로 내려가 있었고, 아버지는 자리보전 중이었다. 사당을 지키던 늙은 신관이 마루까지 기어 나와 헐떡였다.

"도련님… 안쪽 결계가… 어두운 것이 들었습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무언가. 영계에서 새어 든 것. 그게 사당 안에서 우리 조상들의 위패를 노리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형들이라면 망설이지 않았을 거다. 무네히사라면, 무네토키라면. 핏줄의 글자를 받은 사람들이라면. 나는 사부로인데. 세 번째 아이인데.

그런데 발이 먼저 움직였다. 신관이 떨어뜨린 횃불을 주워 들고, 나는 산길을 뛰어 올랐다.


사당 안은 차가웠다.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얼었다. 위패들이 늘어선 어둠 저편에서, 형체 없는 것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도망쳐, 라고 머릿속이 비명을 질렀다.

대신 나는 횃불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이 떨려서 불꽃이 춤을 췄다.

"여긴… 카게야마가의 사당이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작았던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저 위패들은 내 할아버지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다. 산 적도 없는 분들까지 전부 — 내 식구다."

어둠이 출렁였다. 그것이 위패 쪽으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죽은 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산 자만이 그들을 지킬 수 있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그게 뼛속에서 끓어올랐다.

나는 횃불을 휘둘렀다. 두 번, 세 번. 신관이 매던 방울을 떼어 내 손목에 감고, 사당 마룻바닥에 그어진 낡은 금을 따라 불을 그었다. 결계의 길이 다시 이어졌다. 어둠이 비명도 없이 쪼그라들더니, 새벽 첫 빛에 닿아 연기처럼 흩어졌다.

나는 위패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떨었다. 살아 있었다. 사당도, 나도.


셋째의 이름 마무리 삽화

며칠 뒤, 아버지가 자리에서 나를 불렀다.

여윈 손이 내 손을 잡았다. 형들은 양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무네히사, 무네토키. 핏줄의 글자를 가진 두 사람.

"사부로." 아버지가 말했다. "그날 밤, 사당을 지킨 게 너라더구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통자를 못 준 건… 끝까지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잠겼다. "허나 오늘 보니, 네 이름은 비어 있던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부로. 셋째. ─ 형이 둘 있다는 뜻이지. 형이 깃발을 들 때, 그 옆을 지키라고 태어난 이름이다. 가독을 잇는 자가 있으면, 가독이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자도 있어야 한다. 사당을 지킨 건 큰형도 둘째도 아니었다. 너였어."

그 말이 가슴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번호 같던 이름이, 그제야 뜻을 가졌다. 받은 게 아니라 — 내가 새긴 뜻이었다.

형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무네히사가 옅게 웃었다. "사부로." 처음으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들렸다.

나는 카게야마 사부로다.

가운데에 핏줄의 글자는 없다. 그래도 이제 안다. 형의 칼이 앞으로 나아갈 때, 그 등 뒤를 지키는 이름. 무너지는 깃발을 다시 세우는 이름. 죽은 식구들을 산 내가 지키는 이름.

그게 셋째의 이름이다.

내가, 거기에 뜻을 새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