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말 소설 — 문 앞에서 갈리는 한순간
#향 — 문 앞에서 갈리는 한순간
zn14 권말 소설 · 진지도 ★★ · 순수 향(픽션). 규칙·수치는 나오지 않는다.
문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카구라 노부츠나(神樂信綱)는 그것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벽이 무너지면 무너지는 소리가 났고, 사람이 죽으면 죽는 소리가 났다. 세상의 모든 큰일에는 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전쟁의 피가 대지에 스며든 자리마다 조금씩 벌어져 온 이 틈—만은, 벌어질 때에도 닫힐 때에도 아무 소리가 없었다.
지금 그의 앞에서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건너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빛이라기보다 빛의 기억 같았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칼들의 예감이, 오지 않은 시대의 냄새가, 그 틈으로 흘러나와 발밑의 눈을 적셨다. 등 뒤에서는 그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봉인의 밧줄을 쥔 히에이(比叡)의 승들, 문의 이치를 아는 자들, 그리고 카구라의 깃발.
깃발.
노부츠나는 오른손을 폈다 다시 쥐었다. 그 손이 오늘 어디에 놓이느냐로 천하가 갈릴 것을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 문을 닫는다면.
그러면 그는 요마를 토벌하는 것이 곧 천하를 다스릴 명분이라던 자기 말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 문틈에 종이를 붙이고 관인을 찍어, 뒷세상 사람들이 이 자리를 치안 사건 하나로 기록하고 잊게 만들 것이다. 카구라라는 이름은 번(藩)의 이름으로 남아, 천하를 쥔 자 곁에서 조용히 칼을 갈 것이다. 패권이 아니라 맹세로. 그것이 가장 그다운 길이었고—그래서 가장 아까운 길이기도 했다.
손을 밧줄 쪽으로 반 뼘 옮겼다. 거기서 멈췄다.
이 문을 그냥 두고, 대신 이 앞에 나 혼자 선다면.
문에서 흘러나오는 미래의 칼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카구라의 칼로 삼는다면. 봉인의 이치를 남에게 넘기지 않고 내 손에만 쥔다면. 요마를 벨 힘을 가진 자가 천하를 쥐는 것이, 요마에 무력한 자가 천하를 쥐는 것보다 어째서 그르단 말인가. 칼끝 위에 천하를 세우는 것—그 생각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스쳤다. 아까운 것은 길이 아니라 그 유혹의 무게였다.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문틈에서 나던 빛의 기억에, 언제부턴가 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달았다. 아주 오래 묵어 물러 터지기 직전의 과육 같은 단내. 노부츠나는 그것을 알았다.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손을 넣어, 쥔 손이 제 것인지 남의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냄새. 지금 이 망설임조차—문을 닫을까 독차지할까 저울질하는 이 마음조차—정말 내 것이 맞는가. 누군가 문 저편에서, 혹은 이편의 어느 그림자 뒤에서, 이 저울의 한쪽을 슬쩍 눌러 두지는 않았는가. 등 뒤가 다 아군이라는 확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리고—마지막으로, 가장 조용하게—문 저편의 빛이 잠깐,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다.
내려다보는 얼굴이었다. 정치가 아니라 재림으로, 명분이 아니라 신위(神威)로 다시 떠오르는 무엇. 그 앞에서라면 노부츠나의 깃발도 히에이의 밧줄도 다 작아진다. 거울을 든 자와 검을 든 자와 옥을 든 자가 서로에게서 손을 뗄 수 없게 묶여, 그 묶임 자체가 나라가 되는 세상. 해가 다시 떠오르면, 이 손이 무엇을 쥐든 아무 상관 없어진다는—그 아득함이 잠깐 그를 눌렀다.
네 개의 그림자가 문 앞의 눈밭 위로 스쳐 지나갔다.
닫는 손, 독차지하는 손, 남에게 끌린 손, 손 위로 떠오른 해. 그것들은 겹쳤다가 흩어졌고, 어느 하나도 다른 셋을 지우지 못했다. 노부츠나는 자기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밧줄에도, 칼자루에도, 문틈에도 아직 닿아 있지 않았다. 반 뼘 옮겼다 멈춘 그 자리에, 허공에, 그대로 있었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나직이 그를 불렀다. 명을 기다리는 목소리였다.
노부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은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의 손은 아직—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