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5 · hb-doc

#제1장 서장 — 이 세계로 들어가는 문

목차

문 앞에 선 검객

너는 지금 문 앞에 서 있다. 문 너머에는 칼과 요마의 전국시대가 있다. 이 장은 그 문을 여는 법을 알려 준다.

TRPG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도 좋다. 필요한 것은 주사위 두 개, 함께할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려는 마음뿐이다.


#1. 탁상 역할극(TRPG)이란

이 게임은 탁상 역할극, 줄여서 TRPG라고 부르는 종류의 놀이다. 보드게임처럼 점수를 겨루지 않고, 비디오 게임처럼 화면을 보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말과 상상과 주사위로 하나의 이야기를 함께 만든다. 이기고 지는 것이 없는 대신, 남는 것은 이야기 —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 탁자에서만 만들어지는 너희만의 이야기다.

TRPG는 세 가지가 있으면 성립한다.

  •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 — GM(게임 마스터). 한 명이 이 역할을 맡는다. GM은 세계를 준비하고, 등장인물과 적을 움직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판정한다. 무대를 깔고 조명을 비추는 사람이다.
  • 이야기 속에 사는 사람들 — 플레이어. 나머지가 이 역할을 맡는다. 각자 캐릭터를 한 명 만들어, 그 캐릭터가 되어 세계를 경험한다. 사무라이가 되든, 음양사가 되든, 시노비가 되든, 그 결정은 너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너, 플레이어를 위한 책이다.
  •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결정하는 도구 — 주사위. 칼이 적을 베는가, 적이 피하는가. 절벽에서 떨어지는가, 간신히 매달리는가. 이 판단을 사람의 뜻이 아니라 주사위에 맡긴다. 극본에 없던 사건이 여기서 태어난다.

규칙서를 다 외울 필요는 없다. GM이 필요한 규칙을 안내하면 나머지는 놀면서 배울 수 있다.

출전: co-01-01 §탁상 역할극이란 · co-01-02 §세계의 윤곽

#이 게임의 세 가지 약속

혼세영요담을 처음 굴리기 전에, 탁자가 서로에게 세 가지를 약속하라.

  1. GM은 심판이지 적이 아니다. GM은 너를 이기려고 앉아 있지 않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도록 무대를 움직인다. 규칙이 애매할 때 최종 판단은 GM에게 있지만, 그 판단은 탁자 전체를 위한 것이다.
  2. 주사위의 결과는 존중한다. 낮은 눈이 나와 실패했다면, 그 실패가 다음 장면을 만든다. 이 게임은 한 번의 굴림으로 판이 뒤집히는 순간이 자주 오는 게임이며, 그 뒤집힘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3. 너의 캐릭터는 죽을 수 있다. 이 세계는 다크 판타지다. 병사 한 명은 화살 한 발에 쓰러지고, 너의 캐릭터도 무리하면 무너진다. 다만 죽음은 함부로 오지 않는다 — 첫 세션에서는 특히, 탁자가 동의할 때만 치명적으로 굴린다.

이 세계의 도덕은 선과 악의 정렬표로 재지 않는다. 대신 삼도육심(三道六心) — 세 갈래의 길과 여섯 마음 — 으로 캐릭터가 어느 방향을 걷는지를 표시한다. 삼도육심에서 마음이 바뀌는 것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이야기가 끝나야 알 수 있다.

출전: co-01-02 §세션 실황(삼도육심)


#2. 이 책의 사용법

읽는 길 3단계 도해

번호의미
1검객편람 — 여기서 시작 (이 책)
2퀵스타트 — 30분 맛보기 (선택, 굴리고 돌아온다)
3솔로 분기 — 첫 검·오라클
4기본 룰북 — GM과 심화

혼세영요담의 책은 여럿이지만, 플레이어인 네가 지금 들어야 할 것은 이 한 권뿐이다.

무엇언제 편다
검객편람(이 책)플레이어의 기본서. 캐릭터 생성·전투·성장·솔로 모드까지여기서 시작한다. 플레이 중에도 곁에 두는 책
퀵스타트(QS)완성된 캐릭터로 30분 만에 맛보는 첫 세션 묶음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일단 굴려 보고 싶을 때 (선택)
기본 룰북(CO)세계·요마 데이터·시나리오·GM 지침을 모두 담은 원전GM을 맡을 때, 더 깊은 규칙이 필요할 때

이 책이 네 첫 책이다. 캐릭터를 만들고, 전투를 배우고, 혼자서도 굴린다 — 보조 자료가 필요 없는 한 이 한 권으로 플레이가 성립한다. 오늘 당장 맛만 보고 싶다면 퀵스타트의 완성된 캐릭터로 한 판 굴리고 돌아와도 좋다. 규칙마다 붙어 있는 출전 각주는 기본 룰북의 원문 자리다 — 궁금할 때만 따라가면 되고, 서술이 어긋나 보이면 기본 룰북이 이긴다.

GM을 맡기로 한 사람에게. 먼저 이 책을 숙지하라 — 플레이어가 아는 것을 GM도 알아야 한다. 그다음 기본 룰북을 읽어라. 요마 데이터, 열두 편의 시나리오, 진행 지침은 전부 그쪽에 있다. 플레이어는 이 책만 알아도 되고, GM이 기본 룰북을 알면 탁자는 완성된다.

#이 책을 읽는 순서

  • 혼자 처음 배운다면 — 이 서장을 읽은 뒤, 캐릭터 생성 장에서 캐릭터를 한 명 만들고, 그다음의 솔로 어드벤처 「첫 검」으로 바로 들어가라. 「첫 검」은 GM 없이 혼자 진행하는 번호 문단 게임북이다. 규칙을 한 번에 하나씩 — 첫 판정, 첫 전투, 예약 방어, 회심과 실착, 분대의 맛보기 — 겪으면서 익히게 되어 있다. 실패해도 죽지 않는다. 패배는 이야기의 다른 갈래일 뿐이다.
  • 혼자 계속 굴리고 싶다면 — 「첫 검」을 마친 뒤 솔로 모드의 오라클 규칙으로 넘어가라. GM 자리를 대신하는 질문표와 장면 만들기 절차가 있어, 함께할 사람이 아직 없어도 이 책 한 권으로 짧은 모험을 이어 갈 수 있다.
  • 탁자가 이미 있다면 — 캐릭터를 만든 뒤 곧장 전투와 유파 장으로 가서 첫 세션을 준비하라. 「첫 검」은 탁자에서도 새 플레이어의 연습용으로 쓸 수 있다.

솔로 모드는 이 책의 특별한 부분이다. "같이 할 사람이 아직 없다"는 상태를 정면으로 받아, 혼자서도 규칙을 익히고 이야기를 굴릴 수 있게 만든다. 자세한 규칙은 뒤의 솔로 모드 장에 있다.

출전: qs-00 §이 게임은/핵심 루프 · qs-03 §원칙 한 줄


#3. 플레이 예시 — 어떻게 굴러가는가

세츠나와 미나의 산길 전투 예시

말로만 설명하면 감이 오지 않는다. 실제 탁자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한 장면을 들여다보자. GM 한 명과 플레이어 두 명이 좁은 산길에서 하급 요마를 만나는 장면이다. 규칙 용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나오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만 느껴도 된다 — 각 용어의 정확한 뜻은 뒤의 장들에서 하나씩 배운다.

등장인물

GM — 오늘의 이야기를 이끈다.

세츠나(플레이어: 하나) — 사무라이. 앞에 서서 길목을 막는 전열 담당.

미나(플레이어: 메이) — 음양사. 뒤에서 식신을 부리는 후열 담당.


GM: 산길이 좁아진다. 양옆이 절벽과 숲으로 막혀 있고, 안개가 발밑까지 깔렸다. 그때 안개 속에서 붉은 점이 빛나. 둘, 넷... 열 개. 사람 허리 높이의 작은 도깨비들이야. 코오니. 곤봉을 든 하급 요마 다섯 체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세츠나: 제가 앞을 막을게요. 아시가루 다섯 명을 뒤에 세우고 — 부동의 진 선언합니다. 이 길목을 안 비울 거예요.

GM: 좋아. 부동의 진은 [자세] 특기라 활력을 2 쓴다. 전열이니까 그 구역 지배력에 +4가 붙어. 대신 이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넌 움직일 수 없어. 좁은 길이라 세츠나 쪽이 이 구역을 봉쇄한 셈이야 — 코오니가 밀고 들어오려면 판정을 넘겨야 해.

미나: 저는 뒤에 있을게요. 식신 카미를 꺼내서... 종이 인형에 주술을 걸어 공중에 띄웁니다. 그리고 궁병 세 명한테 일제 사격 명령.

GM: 명령에는 활력이 드는데, 미나는 지(智)가 +2라 명령 비용이 할인돼서 1활력이면 돼. 궁병이 코오니 하나를 겨냥해서 쏜다. 주사위 굴려. 2d10이야 — 열 면 주사위 두 개를 함께 굴려서 눈을 더해.

미나: (굴린다) 6하고 7... 합이 13이에요.

GM: 코오니는 갑옷이 없어서 방비가 11이야. 13이면 그걸 넘겼으니 명중. 그리고 분대 사격은 합이 13 이상이면 두 체가 한꺼번에 쓰러져. 화살 세 발이 안개를 가르고, 코오니 둘이 그대로 넘어간다.

세츠나: 이제 제 차례죠? 정면으로 달려드는 놈을 벱니다. 횡베기.

GM: 굴려. 네 보너스는 용(勇) +2에 검술 +1이니까 결과에 +3을 더해.

세츠나: (굴린다) 8하고 5, 합 13. 거기에 +3 하면 16.

GM: 방비 11을 훌쩍 넘었어. 명중이야. 코오니는 전력이 1이라 — 전력은 치명상을 몇 번 버티는가를 나타내는 값인데, 하급 병졸이나 잡귀는 대개 1이야 — 한 번 맞으면 그대로 쓰러진다. 세츠나의 칼이 횡으로 그어지고, 코오니 한 체가 안개 속으로 굴러떨어져.

미나: 아직 두 체 남았네요. 하나가 저를 노리고 숲으로 돌아와요!

GM: 맞아. 근데 이 맵엔 우회로가 없어서, 그놈은 세츠나가 막은 전열을 뚫어야 해. 돌파를 시도하는데... (굴린다) 합이 5. 목표치 11에 한참 못 미쳐. 돌파 실패라서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멈추고, 무방비 상태가 돼. 다음에 훨씬 맞히기 쉬워졌어. 그리고 남은 마지막 한 체는 — 그대로 세츠나에게 곤봉을 휘두른다.

세츠나: 지금이에요 — 받아치기! 예약해 둔 게 있어요.

GM: 좋아. 받아치기는 적이 공격해 올 때 그 일격을 칼로 받아 흘리고 그대로 되받아치는 방어 기법이야. 미리 예약해 둔 거라 지금은 활력을 안 써도 발동해. 굴려 봐.

세츠나: (굴린다) 7하고 7! ...어, 같은 숫자네요?

GM: 같은 숫자 — 더블이야. 합 14에 네 보너스 +3이면 17, 방비 11을 훌쩍 넘겨 성공. 성공한 판정에 더블이 뜨면 회심, 대성공이라는 뜻이야. 원래 전력을 1 깎을 걸 2 깎아. 코오니 전력이 1이었으니 넘치도록 충분하지. 흘려 낸 곤봉이 허공을 긋는 사이 — 세츠나의 칼이 마지막 놈을 깨끗이 두 동강 낸다. 안개가 걷혀. 산길에 코오니 다섯 체가 전부 흩어져 있고 — 너희 쪽은 아무도 안 다쳤어.

미나: 첫 전투인데 완벽했네요.

GM: 이번에는. 다음엔 이렇게 쉽지 않을 거야.


이 짧은 장면 안에 이 게임의 뼈대가 거의 다 들어 있다. 판정(2d10에 보너스를 더해 목표치를 넘기는가), 활력(행동에 쓰는 자원이자 움직이는 순서를 정하는 값), 전력(치명상을 몇 번 버티는가), 방비(공격을 막는 목표치), 회심(더블로 뜨는 대성공), 분대 명령지배력돌파 — 지금은 이름만 익혀 두면 된다. 다음 장부터 하나씩, 네 손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주사위를 굴리며 배우게 된다.

이 장면은 하급 요마와의 소규모 교전이다. 실제 세션은 여기에 분대의 사기(결속력), 자세의 교체, 여러 번의 간합이 얹히며 훨씬 입체적으로 굴러간다. 그 모든 것을 이 책이 순서대로 풀어 준다.

출전: co-01-06 §첫 전투(세션 실황) — 코오니 방비 11·전력 1, 부동의 진 [자세] 활력 2·전열 지배력 +4·이동 불가, 분대 명령 비용(지+2 할인 1활력), 명중 강도(졸 13+ 2체 제거), 회심(성공+더블·1→2전력), 돌파 실패=무방비. 판정식·기본 목표치 11·더블은 co-01-03 §세션 실황.


#요약

  • TRPG는 GM 한 명이 세계를 이끌고, 플레이어들이 각자 캐릭터가 되어 살고, 주사위가 결과를 결정하는 놀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만든다. 이 책은 플레이어를 위한 책이다.
  • 세 가지 약속: GM은 심판이지 적이 아니다 · 주사위의 결과는 존중한다 · 캐릭터는 죽을 수 있으나 함부로 죽지 않는다. 도덕은 정렬표가 아니라 삼도육심으로 표시한다.
  • 이 책으로 시작한다. 맛보기가 필요하면 퀵스타트(선택), GM과 심화 규칙은 기본 룰북. 서술이 어긋나 보이면 기본 룰북이 이긴다. GM을 맡을 사람은 이 책을 숙지한 뒤 기본 룰북을 읽는다.
  • 혼자라면 캐릭터를 만든 뒤 솔로 어드벤처 「첫 검」으로 규칙을 겪고, 오라클 규칙으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 함께할 사람이 없어도 이 책 한 권으로 굴릴 수 있다.
  • 플레이 예시에서 본 뼈대: 판정(2d10+보너스≥목표치, 기본 11) · 활력 · 전력 · 방비 · 회심(더블) · 분대·지배력·돌파. 다음 장부터 하나씩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