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zn-doc

#형식 — 음수의 율

목차

형식 — 음수의 율 삽화

본 문서는 front에 속한다. 형식과 역사는 실재한 일본 문학사를 따른다(Reference). 한자 압운·평측을 따지는 한시(漢詩)와 달리, 여기서 다루는 시가는 음수(音數) 만으로 선다.


#해 — 시는 음을 센다

일본의 전통 시가는 압운하지 않는다. 행의 끝소리를 맞출 필요도, 성조의 높낮이를 따질 필요도 없다. 대신 음의 개수를 센다. 5와 7 — 이 두 수를 번갈아 잇는 것이 일본 시가의 골격이다.

여기서 "음"이란 일본어의 모라(拍, mora) 다. 가나 한 글자가 대체로 한 음이다. 작은 「っ」(촉음)·「ん」(발음)·장음(ー)도 각각 한 음으로 센다. 이 셈이 익숙해지면, 같은 원리를 자국어의 음절로 옮길 수 있다(아래 "치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 손가락을 꼽으며 다섯, 일곱을 세면 된다.


#표 — 한눈에 보는 형식

형식한자음수 구조총 음수한 줄 정의
와카 / 단가和歌·短歌5-7-5-7-731일본 시가의 본류. 한 사람이 짓는 5구 31음
하이쿠俳句5-7-517가장 짧은 정형시. 키고·키레지를 갖춘다
홋쿠発句5-7-517렌가의 첫 구. 하이쿠의 어머니
렌가連歌5-7-5 ↔ 7-7 …(가변)여럿이 5-7-5와 7-7을 번갈아 잇는 연작
사세구辭世句형식 자유(흔히 단가/하이쿠 꼴)(가변)죽음을 앞두고 짓는 절명의 한 수

"와카(和歌)"는 본디 한시(漢詩)에 맞선 "일본의 노래" 전체를 뜻하나, 좁게는 5-7-5-7-7의 단가(短歌)를 가리킨다. 이 호에서 "와카"라 하면 대개 이 단가를 말한다.


#해 — 와카 / 단가 (和歌·短歌, 5-7-5-7-7 = 31음)

일본 시가의 본류다. 다섯 구, 서른한 음. 헤이안 시대(平安, 8세기 말~12세기 말)에 귀족의 교양으로 꽃피었고, 칙찬집(勅撰集, 천황의 명으로 엮은 가집)이 거듭 엮였다. 무가의 세상이 된 뒤에도 와카는 교양의 척도로 남았다 — 시를 못 짓는 무장은 어딘가 모자란 자로 여겨졌다.

구조는 앞 5-7-5(상구, 上の句)와 뒤 7-7(하구, 下の句)로 나뉜다. 이 이음매가 훗날 렌가와 하이쿠를 낳는 씨앗이 된다.

  5  はるすぎて      (봄이 지나고)
  7  なつきにけらし   (여름이 온 듯하니)
  5  しろたへの      (새하얀)
  7  ころもほすてふ   (옷을 말린다는)
  7  あまのかぐやま   (아마의 카구산이여)

위는 음수 셈을 보이기 위한 형식 예시다(『백인일수』의 지토 천황 가를 따른 골격). 뜻보다 5·7·5·7·7의 박자를 손으로 세어 보라.


#해 — 하이쿠 (俳句, 5-7-5 = 17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단 열일곱 음으로 한 장면을 세운다.

시대를 정확히 짚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쿠는 처음부터 독립된 시가 아니었다. 그 뿌리는 렌가의 첫 구인 홋쿠(発句) 다. 여럿이 잇는 렌가에서 첫 5-7-5는 그 자리 전체의 인상을 정하는 가장 무거운 구였고, 솜씨 좋은 자가 맡았다. 이윽고 격식을 푼 하이카이노렌가(俳諧の連歌)가 유행하면서 그 첫 구가 점점 독립적인 무게를 얻었다.

이 홋쿠가 하나의 완결된 시로 홀로 서게 된 것은 한참 뒤 — 에도 시대(江戸, 17세기 이후)의 일이다.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홋쿠를 깊은 예술로 끌어올렸고, "하이쿠"라는 이름과 장르로서의 완전한 독립은 더 후대(근대, 마사오카 시키 무렵)에 굳어진다. 그러므로 전국시대(16세기)에는 아직 "하이쿠"가 독립 장르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5-7-5는 어디까지나 렌가의 홋쿠다 — 세션 고증에서 이 점을 흐리지 말 것.

하이쿠에는 두 가지 장치가 거의 필수다. 키고(季語, 계절어)키레지(切れ字, 끊는 말) 다. 아래에서 따로 본다.


#해 — 렌가 (連歌, 잇는 노래)

렌가는 혼자 짓지 않는다. 여럿이 모여 5-7-5(장구, 長句)와 7-7(단구, 短句)을 번갈아 이어 가는 연작이다. 첫 사람이 5-7-5(홋쿠)를 내면, 다음 사람이 7-7(와키, 脇)을 붙이고, 또 다음 사람이 5-7-5를… 이렇게 백 구(百韻)까지 잇는다.

렌가의 묘미는 이음(付合, 츠케아이) 에 있다. 각 구는 바로 앞 구에만 이어지되, 그 전 구의 정경을 뒤집거나 비틀어 새 풍경을 연다. 그래서 렌가 한 자리는 한 편의 긴 시이자, 여러 사람의 재치가 부딪치는 사교의 무대이기도 했다(예술 호). 자리를 이끄는 종장(宗匠)이 흐름을 다스렸다.

  A 5-7-5   첫 사람 (홋쿠)   ← 계절·인사를 담아 자리를 연다
  B   7-7   둘째 (와키)      ← 홋쿠의 정경을 받는다
  C 5-7-5   셋째              ← 받되, 장면을 비튼다
  D   7-7   넷째              ← 또 비튼다 …
  … 백 구(百韻)까지 이어진다

전국시대의 렌가 자리는 단순한 풍류가 아니었다. 무장이 출진 전 무운을 빌며 한 자리를 열었고, 그 첫 구에 제 뜻을 숨기기도 했다(→ 02의 미쓰히데 일화).


#해 — 사세구 (辭世句, 떠나는 노래)

죽음을 앞두고 짓는 절명의 한 수. 무사가 할복 직전에, 노승이 입적 직전에, 패장이 처형 직전에 — 마지막 숨으로 한 수를 남겼다. 형식은 자유롭다. 흔히 단가(5-7-5-7-7) 꼴이나 하이쿠(5-7-5) 꼴을 빌리되, 한시(漢詩) 절구로 남기는 이도 있었다.

사세구의 힘은 형식이 아니라 자리 에 있다. 곧 사라질 자가, 사라지기 직전에, 제 한 생애를 한 호흡에 압축한다. 그래서 사세구는 종종 그 사람을 가장 정확히 비춘다 — 회한이든, 달관이든, 끝까지 굽히지 않은 결기든. (실제 사세구의 예는 02에서 본다.)

세션에서 PC나 NPC가 쓰러질 때, 사세구 한 줄을 남기게 하면 그 죽음은 잊히지 않는다. 이것이 이 호가 테이블에 줄 수 있는 가장 작고 강한 선물이다.


#해 — 키고와 키레지

#키고 (季語, 계절어)

계절을 가리키는 말. 하이쿠는 거의 반드시 키고를 하나 품는다. "벚꽃"이면 봄, "두견(杜鵑)"이면 여름, "보름달"이면 가을, "눈(雪)"이면 겨울 — 단어 하나가 계절 전체를 불러온다. 키고는 17음이라는 좁은 그릇에 배경과 시간을 한 단어로 채워 넣는 장치다.

계절키고의 예
봄(春)벚꽃(桜)·매화(梅)·아지랑이(霞)·꾀꼬리(鶯)
여름(夏)두견(杜鵑)·매미(蝉)·소나기(夕立)·반딧불(蛍)
가을(秋)보름달(名月)·단풍(紅葉)·기러기(雁)·이슬(露)
겨울(冬)눈(雪)·서리(霜)·찬바람(木枯)·매서운 추위(寒)

와카·렌가에도 계절 감각은 짙게 깔리지만, 키고를 규범으로 요구하는 것은 특히 하이쿠(홋쿠) 다.

#키레지 (切れ字, 끊는 말)

시를 한 번 끊어, 그 자리에 여운과 감탄을 남기는 말. 일본어의 대표적 키레지는 「や」「かな」「けり」다. "끊는다"는 것은 흐름을 잠시 멎게 해 앞과 뒤 사이에 침묵의 간격을 만드는 일이다 — 그 침묵에 독자의 마음이 고인다.

바쇼의 그 유명한 구 "古池や…(오래된 못이여…)"에서 「や」가 바로 키레지다. "오래된 못이여" 하고 한 번 끊고, 그 정적 위로 개구리가 뛰어든다. 끊지 않았다면 그저 풍경 묘사였을 것이, 끊었기에 정적과 파문이 된다.

자국어에는 정확히 대응하는 키레지가 없다. 대신 줄바꿈·말줄임표(…)·쉼표·감탄으로 그 "끊김"을 흉내 낼 수 있다(→ 03).


#해 — 음수율을 자국어로 옮기는 법 (치환)

이 호의 핵심이다. 5-7-5의 율은 일본어 모라의 셈이지만, 그 리듬감은 모든 언어로 옮길 수 있다. 두 가지 길이 있다.

1) 음절수로 옮기기 (엄격한 길). 모국어의 음절을 그대로 5·7·5로 센다.

  • 한국어는 글자 수 ≈ 음절 수 라 셈이 쉽다. "벚꽃이"는 3음절, "흩날린다"는 4음절. 5-7-5에 또박또박 맞출 수 있다.
  • 영어는 음절(syllable)로 센다. "An old silent pond"는 5음절. 다만 영어는 음절 길이 편차가 커서, 엄격히 맞추면 어색해지기 쉽다.

2) 리듬으로 옮기기 (느슨한 길). 음절을 정확히 세지 않고 짧게-길게-짧게(短-長-短)의 호흡만 살린다. 첫 구는 짧게, 둘째 구는 길게, 셋째 구는 다시 짧게 — 이 들숨·날숨의 곡선이 5-7-5의 본질이다. 영어 하이쿠는 흔히 이 길을 택한다.

언어권장 방식이유
한국어음절수(엄격) 또는 리듬글자=음절이라 5-7-5 셈이 자연스럽다
영어리듬(느슨) 우선음절 편차가 커 엄격한 셈이 어색하다
일본어(원형)모라 17/31정형 그대로

어느 길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짧게-길게-짧게"의 호흡한 장면·한 감정이다. 숫자는 그 호흡을 잡기 위한 디딤판일 뿐, 시의 목적이 아니다.


형식을 알았으니, 이제 사람들이 왜 이 시를 지었는가로 간다 → 02 언제·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