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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왜 — 시를 짓는 자리

목차

언제·왜 — 시를 짓는 자리 삽화

본 문서는 front에 속한다. 인용한 시와 작자·시대는 실재한 문학사를 따른다(Reference·예). 세션 연출 제안은 Fiction-Only. 시대 구분에 주의하라 — 와카는 헤이안 이래, 바쇼의 하이쿠는 에도 시대의 일이다.


#해 — 시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시는 책상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시에는 자리(場)가 있었다 — 누군가와 마주한 자리, 떠나는 자리, 죽는 자리. 그 자리를 알면 시가 보이고, 시를 알면 사람이 보인다. 다섯 자리를 본다.


#해 — 1. 사교: 우타아와세와 렌가 자리

우타아와세(歌合)는 두 편으로 나뉘어 와카의 우열을 겨루는 궁중·귀족의 시 시합이다. 같은 주제(題, 다이)로 각자 한 수를 내면, 판자(判者)가 우열을 매긴다. 헤이안 시대 귀족 사회의 큰 행사였고, 여기서 나온 명가(名歌)가 칙찬집에 실리며 가인의 이름이 섰다.

무가의 시대에는 렌가 자리(連歌会)가 그 사교의 무대를 이었다(형식). 무장과 가인과 승려가 한자리에 모여 백운(百韻)을 잇는 것은, 풍류이자 정치이자 외교였다. 시를 못 짓는 자는 그 방에 앉을 수 없었다 — 시는 신분과 교양의 증서였다.

세션 연출. 적대 세력의 다이묘가 PC를 렌가 자리에 초대한다. 칼이 아니라 한 구절로 겨루는 자리. 어울리지 못하면 망신이고, 빼어난 구를 내면 존경을 얻는다. (이런 자리의 분위기는 예술 호가 깊이 다룬다.)


#해 — 2. 연애와 이별

헤이안 귀족의 사랑은 와카로 시작해 와카로 끝났다. 얼굴도 보기 전에 한 수를 보내 마음을 떠보고, 밤을 함께한 뒤 새벽에 헤어지며 키누기누의 노래(後朝の歌) — 이별의 아침에 보내는 와카 — 를 주고받았다. 답가가 빼어나면 사랑이 이어지고, 시들하면 식었다. 사랑의 깊이는 곧 와카의 솜씨였다.

예 — 오노노 코마치 (小野小町, 9세기 중엽, 헤이안 전기). 절세의 미모와 빼어난 와카로 이름난 여류 가인. 『고금집(古今集)』에 실린 그의 노래는 덧없는 사랑과 시드는 아름다움을 읊는다.

꽃의 빛깔은 / 덧없이 바래었네 / 부질없는 일 —

이 몸이 세상 보며 / 긴 봄비 내리는 새 (「花の色は…」의 뜻을 옮김)

"꽃의 빛깔"과 제 미모를, "긴 봄비(長雨, ながめ)"와 "시름에 잠겨 바라봄(眺め, ながめ)"을 겹쳐 읽는 카케코토바(掛詞, 동음이의의 겹말)의 솜씨가 일품이다. 사랑과 세월의 무상을 한 수에 담았다.

예 — 아리와라노 나리히라 (在原業平, 825–880, 헤이안 초기). 『이세 이야기(伊勢物語)』의 모델로 전하는 풍류의 화신. 여섯 가선(六歌仙)의 한 사람. 그의 와카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의 애상을 노래한다 — 달과 봄을 두고 "옛 그대로가 아니다"라 탄식하는 그의 노래는 천 년을 건너 읽힌다.


#해 — 3. 정치: 구절에 숨긴 뜻

운문은 이 시대에 칼보다 위험할 수 있었다. 직설로 말할 수 없는 야심을, 시 한 구절에 숨겨 적었기 때문이다.

예 — 아케치 미쓰히데 (明智光秀)와 아타고 백운. 천하의 정변(혼노지의 변)을 일으키기 직전, 미쓰히데는 아타고산(愛宕山)의 렌가 자리에서 홋쿠(첫 5-7-5)를 읊었다고 전한다.

「時は今 あめが下しる 五月哉」

(때는 지금 / 비 내리는〔=천하를 다스리는〕 / 오월이런가)

표면은 그저 "장맛비 내리는 오월"의 계절 인사다. 그러나 한 글자 한 글자가 겹말로 읽힌다고 전한다. "토키(時)"는 미쓰히데의 본성(本姓)으로 전하는 토키씨(土岐氏)와 같은 소리, "아메(あめ)"는 표면으로는 장맛비(雨)이면서 동시에 천하(天, あめ=天が下)를 가리키는 겹말이다. "시루(しる)"는 "다스리다(知る·領る)" 와 같은 소리이면서, 표면으로는 비가 "내리는(降る)" 정경을 함께 환기한다 — 풀면 "토키(=나)가 지금 천하를 다스린다"가 된다. 모반의 뜻을 계절어에 숨긴 것이라 후세에 풀이되어 왔다. 운문은 이렇게 암호이자 선언일 수 있었다.

이 일화는 예술 호의 렌가 명인 사토무라 조하 견문, 그리고 가문 호의 본성(本姓)·통자 해설과 곧장 이어진다. 한 구절을 풀려면 그 사람의 핏줄과 이름까지 알아야 했다. (위 인용은 5-7-5 음수를 보이려 구 사이에 공백을 두었다 — 본디 한 줄로 잇는 표기다.)


#해 — 4. 여행과 계절

시는 길 위에서 도 태어났다. 떠도는 가인은 풍경 하나하나를 한 수에 담았다 — 길가의 벚꽃, 안개 낀 나루터, 석양의 해안(일상의 여행 풍경과 같은 정경이다).

예 — 사이교 (西行, 1118–1190, 헤이안 말~가마쿠라 초). 무사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한 방랑의 가인. 평생을 떠돌며 자연과 무상(無常)을 읊었다. 그가 바란 죽음의 자리는 유명하다.

바라건대 / 봄 벚꽃 아래에서 / 죽고 싶어라 —

그 음력 이월 / 보름달 뜨는 무렵 (「願はくは…」의 뜻을 옮김)

그리고 사이교는 정말로 그 무렵 세상을 떠났다 전한다. 여행의 노래가 곧 죽음의 노래(사세구의 정신)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해 — 5. 죽음: 사세구

가장 무거운 자리. 죽음 직전에 한 수를 남긴다(형식의 사세구). 곧 사라질 자가 제 한 생애를 한 호흡에 압축하는 일이라, 사세구는 종종 그 사람을 가장 정확히 비춘다.

예 — 마쓰오 바쇼 (松尾芭蕉, 1644–1694, 에도 시대). 하이쿠를 깊은 예술로 끌어올린 인물. 시대를 반드시 정확히 짚어야 한다 — 그는 전국시대 사람이 아니라, 훨씬 뒤인 에도 전기(17세기 후반)의 사람이다. 가장 유명한 그의 구는 죽음의 노래가 아니라 한순간의 정적을 잡은 것이다.

「古池や 蛙飛び込む 水の音」

(오래된 못이여 / 개구리 뛰어드는 / 물의 소리)

"오래된 못이여(古池や)"에서 키레지 「や」로 한 번 끊고(형식), 그 정적 위로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소리 하나가 인다. 적막과 그 적막을 깨는 한 소리 — 17음이 우주가 된다. 이것은 하이쿠이며, 에도 시대의 성취다. 전국시대 세션에 이 구를 인용하려면, 어디까지나 "후대의 명시"로서 다뤄야 한다.

참고로 바쇼의 실제 사세구로 전하는 구는 "旅に病んで 夢は枯野を かけ廻る(여행길에 병들어 / 꿈은 마른 들판을 / 헤매 도는구나)"다 — 떠돌이 시인답게, 죽어서도 꿈이 길 위를 헤맨다.

예 — 오타 도칸 (太田道灌, 1432–1486, 무로마치 후기). 에도성을 쌓은 무장이자 와카에 밝았던 가인. 모략에 걸려 암살당하는 순간 남겼다 전하는 사세구가 있다.

이런 때를 / 진작 알았더라면 / 이 한 몸 —

본디 없는 것이라 / 여기지 않았던들 (전승되는 사세구의 뜻을 옮김)

칼에 베이는 찰나에도 제 삶을 "본디 없는 것"으로 관조하는 무사의 달관이 서렸다.

예 — 호소카와 가라샤 (細川ガラシャ, 1563–1600, 전국 말). 아케치 미쓰히데의 딸이자 호소카와 가문의 부인. 세키가하라 직전, 인질이 되기를 거부했다. 자살이 금지된 기리시탄(천주교도)이었기에 직접 칼을 쓰지 않고 가신에게 명해 최후를 맞았다 전한다. 그러나 그의 사세구로 전하는 한 수는 일본 시가의 미의식 그대로다.

질 줄 알기에 / 세상의 꽃도 / 꽃다운 것을 —

떠날 줄 아는 사람이 / 비로소 사람이라 (전승: 「散りぬべき 時知りてこそ 世の中の 花も花なれ 人も人なれ」의 뜻을 옮김)

"질 때를 아는 꽃이라야 꽃답고,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이라야 사람답다." 죽음을 미(美)로 끌어안은 사세구의 절창이다. (가라샤는 미쓰히데의 딸이라, 위 정치 항의 아타고 백운과 핏줄로 이어진다 — 가문 호의 핏줄 읽기.)


#향 — 견문: 마지막 한 줄을 위해

편자의 주(注): 한 늙은 가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옮긴다.

"젊었을 적엔 자리가 좋아 시를 지었지. 사람을 홀리고, 마음을 얻고, 윗전의 눈에 들려고." 노인은 식은 차를 들여다보았다. "한데 늙고 보니, 시는 결국 단 한 줄을 위해 평생을 연습하는 일이더군. 그 한 줄 — 사세구 말일세."

"무사는 칼끝에서 그걸 짓고, 중은 자리에 누워 짓지.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늙은이도 그건 짓는다네. 제 죽음을 제 손으로 한 번 적는 것 — 그게 마지막 자유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는 빈 종이를 한 장 밀어 주었다. "자네도 한 번 미리 적어 두게. 죽을 때 허둥대지 않으려면, 살아 있는 지금 지어 두는 걸세. 우습게 들리겠지만 — 제 사세구를 가진 자는, 죽음 앞에서도 등이 곧아." 빗소리가 처마를 적셨다. 그의 빈 종이는, 이상하게도 든든해 보였다.


이만큼 읽었으니, 이제 당신이 한 수 지을 차례다 → 03 직접 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