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는 글 (跋) — 마지막 묶음의 마지막 장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기록과, 그 기록을 닫는 편자의 말이다. 화자가 누구인지는 화자 — 남만의 붓에,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있다. 이 장에는 §탁자에서가 없다 — 닫는 글에는 도구를 두지 않았다.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수치가 필요하면 정본
co로 간다.
#마지막 일기
핀투의 일기에서 — 여섯째 묶음의 마지막 장. 북쪽 끝의 항구.
바람이 분다. 두 해 전, 이 일기의 첫 장을 적던 밤에는 바람이 잤다. 그날 나는 뭍에 오를 물때를 기다렸고, 오늘은 배가 뜰 물때를 기다린다. 장부는 첫 줄과 끝 줄의 셈이 맞아야 한다. 이 일기는 적어도 그 법 하나는 지키는 셈이다.
항구라 적었지만, 남쪽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크기다. 부두 하나, 창고 둘, 배 세 척. 그중 한 척이 물때에 맞춰 남쪽으로 내려간다 하여, 나는 그 배의 자리 하나를 샀다. 죽은 자들의 산을 내려온 날, 나는 여기서 길이 끝났다고 적었다. 부두에 와서 그 문장에 셈을 하나 보탠다 — 부두에는 지금 바다 건너에서 온 모피와 말린 연어가 부려지고 있다. 마지막 장이니 한 번 더 가려 적는다. 내가 본 것이다. 남쪽이 끝이라 부르는 자리가, 여기 사람들에게는 문이다. 끝과 문이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 — 두 해 동안 배운 것의 마지막 하나다.
종이를 센다. 한 장 남았다. 이 장이다. 그러니 장사꾼의 법대로, 마지막 장에는 결산을 적는다.
나는 이 나라를 다 보았는가. 두 해 내내 미뤄 온 물음이니, 여기서 답한다 — 보지 못했다. 이 나라에는 예순몇의 옛 나라가 있고 나는 그 이름을 다 외웠으나, 발이 닿은 것은 절반 남짓이고, 닿은 절반에서도 내가 본 것은 길가뿐이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는 양옆의 산을 보았다 — 저 산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내 모르는 채로. 내 지도에는 그래서 빈자리가 많다. 빈자리를 그럴듯한 짐승 그림으로 메우는 지도장이를 나는 평생 경멸해 왔다. 그러니 비워 둔 채로 넘긴다. 그 빈자리는 나보다 멀리 걷는 자의 몫이다.
어릴 적 지도는 이 나라를 지팡구(우리 옛 지도가 일본을 부르던 이름)라 적고 지붕마다 금을 칠했다. 이제 와서는 그 지도장이를 욕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거짓을 그린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 다만 들은 이야기라고 적어 두지 않았을 뿐. 나는 그 표기 하나를 지키는 데 두 해를 썼다. 그것이 이 일기와 그 지도의 값 차이의 전부고, 장사꾼에게는 그 차이면 족하다.
칼과는 어제 셈을 끝냈다. 남은 삯을 치르자 그는 받을 것을 받았다는 얼굴로 일어섰다. 나는 은 한 닢을 더 내밀고 말했다. "이름값이오." 그는 그 은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받았고, 이름을 말했다. 여기에는 적지 않는다. 두 해 동안 값을 치르고 산 것 가운데 장부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 자꾸 늘었는데, 이것이 그 마지막 줄이다. 그는 북쪽에 남는다 한다. 까닭은 묻지 않았다. 칼이 남는 땅에는 칼의 일이 있는 법이고, 이 북방에 그 일이 무엇인지는 이미 적었다. 헤어질 때 그는 처음으로 내게 고개를 숙였다. 무사의 절이 아니라, 셈이 끝난 자들 사이의 목례였다.
혀는 같은 배를 탄다. 사카이까지 — 거기가 그의 집이다. 오늘 아침 그가 물었다. 통사의 빠른 말이 아니라, 내가 알아듣는 말만 골라 천천히. "어디까지 가십니까." 나는 이 나라 말로 답했다. 두 해 동안 길에서 주워 모은 말로, 답이 되는 데까지. "바다에는 길이 없소. 길이 없으면, 끝나는 데도 없을 것이오." 혀는 웃으며 내 말씨가 틀렸다 했고, 뜻은 통한다 했다. 두 해 장사의 결산으로 나쁘지 않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작별에 말을 아낀다 — 대신 배웅이 길다. 어젯밤 묵은 집의 노파는 말 한마디 없이 부두까지 따라와, 내 짐에 마른 생선 두 마리를 찔러 넣고 돌아섰다. 값을 치르려 했더니 등이 이미 멀어져 있었다. 이 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진 빚이다. 갚을 길이 없는 빚만 골라 지게 되는 것이 여행의 끝이라는 것을, 끝에 와서야 안다.
상관의 보고서는 마지막 묶음까지 부쳤다. 은이 나는 산과 물산이 모이는 저자와 값이 오르내리는 길목은 다 적어 보냈으니, 상관의 장부는 셈이 맞을 것이다. 이 일기의 셈은 — 다른 자리에서 맞춰질 것이다. 어느 자리인지는 나도 모른다. 장사꾼이 모른다고 적을 수 있게 되는 데에 두 해가 걸렸다.
물때가 왔다. 선장이 부른다. 짐은 벌써 실렸다 — 두 해 전 내릴 때보다 가볍다. 산 것은 많은데 짐은 가벼워졌으니, 남는 장사였는지 밑지는 장사였는지는 하늘의 장부가 알 것이다.
먹이 다 닳았다. 마침 종이도 끝이다.
배에 오른다.
편자 주: 일기는 여기서 끝난다. 배가 어디로 갔는지, 사내가 어디서 내렸는지는 여섯 묶음 어디에도 없다. 그가 당신의 탁자 어느 항구 처마 밑에서 아직 무언가를 적고 있더라도 — 이 책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
#편자 후기
여섯째 묶음의 마지막 장은 끝까지 적혀 있다. 글씨는 마지막 줄까지 흐트러지지 않았고, 행간의 풀이도 마지막 줄까지 따라붙어 있다. 입수기에 적었듯, 사카이 지물포의 주인은 종이란 본래 발이 긴 물건이라 했다. 북쪽 끝의 부두에서 사카이 뒷방의 저울까지 여섯 묶음이 어떤 발로 왔는지, 우리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임자가 같은 배로 왔는지는 — 더 모른다.
들은 이야기는 있다. 남만으로 돌아가 그 견문으로 큰 책을 묶었는데, 하도 기이한 이야기뿐이라 고향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말이 하나. 어느 북국 항구의 처마 밑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묻고 듣고 적는 수염 센 외인을 보았다는 말이 하나. 편자는 화자에게 배운 대로 한다 — 말이 갈리면, 둘 다 적어 둔다.
전국풍토기의 닫는 말은 책을 덮고 탁자로 돌아가라 했다. 읽었으면 덮고, 덮었으면 잊어도 된다고 — 잊어도 어느 저녁 탁자에서 무언가 떠오를 것이라고. 이 책은 같은 서가에 꽂히는 동생이지만, 땅의 책이라 인사도 길의 말로 한다.
"읽었으면, 덮어라. 덮었으면, 걸어라. 길이 지도를 벗어나거든 — 거기서부터는 당신의 견문록이다."
화자가 비워 둔 지도와 함께, 이 책을 끝까지 걸어 준 당신에게 감사드린다.
길에서 만나자.
배가 어디로 갔는지는 바람만 알고, 바람은 장부를 적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