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fc-doc

#견문 1 — 사이카이 (西海)

목차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기록이며, 사실과 소문과 오해가 섞여 있다. 화자가 누구인지는 화자 — 남만의 붓에,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있다. 끝의 「탁자에서」만 Scene Tool.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수치가 필요하면 정본 co로 간다.

다루는 옛 국(舊國) — 치쿠젠(筑前) · 치쿠고(筑後) · 부젠(豐前) · 붕고(豐後) · 히젠(肥前) · 히고(肥後) · 휴가(日向) · 오스미(大隅) · 사쓰마(薩摩), 그리고 바다의 두 섬 — 이키(壹岐) · 쓰시마(對馬).

사이카이 견문 지도


#여로 — 뭍에 오른 날

핀투의 일기에서 — 상륙.

물때가 우리를 불렀다. 동트기 전에 거룻배가 내려졌고, 나는 장부와 저울이 든 궤를 무릎에 안고 앉았다. 노가 물을 가를 때마다 항구가 가까워졌다 — 아니, 항구의 냄새가 먼저 왔다. 항구마다 제 냄새가 있다. 내 고향의 선창은 소금과 향료의 냄새가 나는데, 이 항구는 갯벌과 나무 타는 연기, 그리고 그 밑에 단내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것은 절에서 피우는 향이었다.

우리 뱃사람들은 이 항구를 피란도(이 나라 말로는 히라도平戶)라 부른다. 나는 이 나라에 온 것이니, 이제부터 이 나라의 이름으로 적기로 한다.

발판을 딛고 뭍에 내려서는데 다리가 휘청였다. 두 달 넘게 배를 탄 자의 다리는 뭍을 의심한다 — 흔들리는 것은 땅이 아니라 나라고 머리로는 알면서도, 한참을 그랬다. 이 나라에서 내가 처음 한 일이 비틀거린 일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적는다.

선창에는 이미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물을 깁던 손이 멎고, 짐을 지던 등이 돌고, 아이들이 맨 앞줄로 비집고 나왔다. 가장 용감한 아이 하나가 다가와 내 소맷자락을 만지고 달아났다. 두 번째 아이는 수염이었다. 세 번째부터는 줄을 선 것 같았다.

"웃어 주십시오." 혀가 말했다. "수염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신기한 겁니다. 무서워지는 것은 어른들 쪽이 빠릅니다."

과연 어른들의 눈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절반은 내 궤를 보았고 — 무엇을 팔러 왔는가 — 절반은 내 얼굴을 보았다 — 무엇을 끌고 왔는가. 항구의 눈은 셈을 하고, 항구 뒤의 눈은 경계를 한다. 첫날 배운 것치고는 값진 셈이다.

칼을 찬 사내들이 지나갔다. 둘씩, 셋씩 — 허리에 긴 칼과 짧은 칼을 포개 차고, 길 가운데로 걷는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에서는 칼이 군인의 연장이 아니라 신분의 옷이다. 누구를 모시는 칼인지는 깃발이 말해 준다고 혀가 일렀다.

상관의 거래처라는 이 항구의 상인이 마중을 나왔다. 인사로 모자를 벗으려는데 혀가 내 팔꿈치를 눌렀다. "모자가 아니라 허리입니다." 나는 허리를 굽혔다. 상대가 더 깊이 굽혔다. 내가 더 굽히자 상대가 또 굽혔다. 이 나라의 인사는 흥정과 같아서 먼저 멈추는 쪽이 위가 된다 — 들은 이야기다. 나는 끝까지 져 주었다. 첫 거래에서 져 주는 것은 장사의 오랜 법이다.

시장을 지났다. 좌판에 우리 배가 부린 짐이 벌써 올라 있었다 — 중국의 생사(生絲) 꾸러미, 유리 구슬, 시계 하나. 시계 앞에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사는 자는 없었다. "값을 물어보는 값은 공짜라서요." 혀가 말했다. 좋은 시장이다. 값을 묻는 자가 많은 시장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리고 은(銀)을 보았다. 환전 좌판에서 사내 둘이 은 조각을 저울에 달고 있었다. 잘라 쓰는 은 — 빛이 둔하고 묵직한, 갓 캔 티가 가시지 않은 은이다. 궤 속의 내 저울이 떨리는 것 같았다. 장사꾼의 미신이다 — 그러나 좋은 미신이다.

칼은 — 내 호위 말이다 —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다가, 숙소 마루에 앉으며 한마디 했다. "항구치고 칼이 많소." 무슨 뜻인가 물었더니, "팔리는 물건이 비싸다는 뜻이오." 했다.

밤에 누웠는데 방바닥이 흔들렸다. 배의 버릇이 남은 몸이 흔드는 것이려니 하고 잠들었다. 아침에 혀에게 말했더니 혀가 처음으로 곤란한 얼굴을 했다. "어젯밤에는 — 정말로 조금 흔들렸습니다."

첫 장에 적는다. 이 나라의 문은 서쪽으로 열려 있다. 나는 그 문으로 들어왔다. 내가 본 것이다.


#사실의 땅 — 불과 바람과 끓는 골짜기

이 나라 사람들은 이 큰 섬과 그 둘레의 바다를 사이카이 — 서쪽 바다 — 라 부른다. 미아코(교토)에서 보아 서쪽이라는 뜻이다. 나는 거꾸로 서쪽에서 왔으므로, 내게는 이 땅이 이 나라의 첫 장이다. 나는 히라도에서 내려 옛 장사 항구 하카타를 지나고, 부젠의 해안을 따라 붕고의 후나이까지 걸었다 — 짐과 관소에 묶인 행렬의 걸음이니, 하루 예닐곱 리(里)를 넘지 못했다. 리의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에, 관소와 잠자리의 실무는 길과 여행에 맡긴다.

#불의 산

부젠에서 붕고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처음 보았다. 멀리 내륙의 산줄기 위로 연기 기둥이 곧게 서 있었다 — 구름은 바람에 눕는데 그것은 눕지 않았다. 산불이냐 물었더니 혀가 고개를 저었다. "산이 숨을 쉬는 겁니다." 산이 연기를 올리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보았다. 내가 본 것이다 — 그리고 그날 밤 일기의 글씨가 평소보다 컸다는 것도 적어 둔다.

내륙 깊은 곳에는 아소(阿蘇)라는 산이 있다 한다. 산꼭대기가 큰 솥처럼 패여 있고, 그 솥 안에 마을과 들과 길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산 속에 나라가 있다는 말을 나는 처음에 통역의 실수로 알았다. 들은 이야기다 — 다만 세 사람에게 따로 들었고, 셋의 말이 같았다.

남쪽 끝의 항구 앞바다에는 사쿠라지마(櫻島)라는 화산섬이 있어, 재가 눈처럼 내리는 날이 있다 한다. 그 고장 사람들은 재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 장을 보고, 바람의 방향을 보고 빨래 너는 쪽을 바꾼다는 것이다. 재앙 곁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 이것도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하나 더, 장사꾼의 눈으로 적어 둔다. 불의 산 기슭의 흙은 검고 기름지다. 무서운 것 곁에 좋은 것이 있는 셈은, 어느 나라나 같다.

#큰 바람의 길목

이 땅은 여름 끝의 큰 바람이 바다에서 올라올 때 가장 먼저 맞는 길목이다. 항구의 지붕마다 돌이 얹혀 있고,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받침목이 선창마다 쌓여 있다 — 내가 본 것이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그 바람을 변고가 아니라 절기처럼 센다. 바람의 달이 오면 뱃삯이 오르고, 바람이 지나면 내린다. 시세표가 곧 달력인 셈이다. 몇 해에 한 번은 바람이 항구의 셈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배가 지붕 위에 올라앉고, 지붕이 바다에 떠 있었다는. 들은 이야기다. 듣는 내 얼굴을 보고 뱃사람들이 웃었으니, 부풀린 값이 얼마인지는 그들만 안다.

#끓는 골짜기

붕고의 후나이에서 머지않은 산기슭에, 골짜기 하나가 통째로 김을 올리는 곳이 있다. 땅이 끓는다. 진흙이 솥의 죽처럼 부글거리고, 못 하나는 피처럼 붉고, 바위 틈마다 김이 새어 휘파람 소리를 낸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곳을 지옥(地獄)이라 부른다 — 그리고 그 지옥 곁에 마을을 짓고 산다. 우리 같으면 악마의 솥이라 부르고 십 리를 돌아갔을 것이다. 그들은 지옥이라 불러 놓고 그 물에 병자를 담그고, 그 김에 감자와 달걀을 쪄 먹는다. 내가 본 것이고 — 먹어 본 것이다. 맛에 대해서는, 지옥치고 순했다고만 적는다.

#항구의 셈 — 남만 무역

여기서부터는 내 본업이다. 부풀림 없이 적도록 애쓰겠다 — 본업일수록 부풀리는 것이 장사꾼이기는 하다.

서쪽 항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항구마다 얼굴이 다르다. 히라도는 우리 배와 중국 배가 만나는 항구다. 후나이는 안바다 — 세토내해 — 의 어귀라, 미아코로 들어갈 짐이 여기서 배를 갈아탄다. 남쪽 끝의 가고시마는 류큐와 남방 항로의 항구라 들었다 — 나는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들어오는 것을 적는다. 첫째가 중국의 생사다 — 이 나라는 비단을 사랑하는데 제 손으로 자아내는 실이 모자라다. 그 다음이 철포와 화약, 유리, 시계, 포도주, 라사(모직), 향료와 약재. 나가는 것을 적는다. 은이다. 그리고 은이고, 또 은이다 — 그 곁에 칼과 옻그릇과, 불의 산이 내놓는 유황이 실린다. 이 나라의 배는 아직 먼 바다를 잘 건너지 못해, 중국과 이 나라 사이를 우리 배가 나른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원하는 것이 이리 깔끔하게 어긋나는 일은 장사꾼의 꿈이다 — 비단을 원하는 은의 나라와, 은을 원하는 비단의 나라 사이에서, 우리는 노만 젓고도 양쪽에서 번다.

흥정은 셋이서 한다. 나와 저쪽과, 그 사이의 통사. 값은 입보다 붓이 먼저 적어 보이고, 적은 값은 무른 법이 없다. 그리고 그 은이 어디서 오는가 물었더니, 항구의 상인들은 동쪽의 산 이름을 댔다. 나는 그 산을 보러 갈 것이다 — 그 이야기는 다음 장의 것이다.


#사람과 풍속 — 문 안의 두 얼굴

항구에서 나는 걸어 다니는 가게였다. 한나절 고개를 넘으니, 나는 걸어 다니는 소문이 되었다.

항구의 사람들은 외인에게 길이 들어 있다. 수염을 보고 놀라지 않고, 값을 부르고, 거스름을 셈하고, 안 사면 다음 손님을 본다. 그런데 같은 국(國) 안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남만인을 난생처음 보는 마을이 나온다. 아이들은 다가오고, 어른들은 문을 반쯤 닫고, 노인들은 절로 간다 — 부적을 받으러. 한 마을에서는 내가 지나간 뒤 길에 소금을 뿌렸다 한다. 들은 이야기다 — 혀가 한참을 망설이다 옮겨 주었다.

탐욕과 공포가 한 사람 안에 사는 것도 보았다. 낮에 내 유리 구슬의 값을 묻던 장사꾼이, 저녁에 그 구슬을 절에 가져가 향을 쐬고 왔다. 값은 다음 날 아침에 마저 흥정했다 — 향을 쐰 구슬이니 값을 깎자는 것이 그쪽의 말이었고, 향까지 쐬었으니 올리자는 것이 내 말이었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갖고 싶은 것과 두려운 것을 굳이 가르지 않는다. 두려워하면서 산다. 사면서 두려워한다.

말은 물건보다 발이 빠르다. 우리가 빵이라 부르는 것을 이 항구에서도 빵이라 불렀다. 철포가 들어온 지 40년 — 물건과 함께 건너온 말들이 벌써 시장의 말이 되어 있었다. 십자가를 목에 건 뱃사람과 부적을 삿갓에 붙인 뱃사람이 한 배에서 노를 젓는 것도 보았다. 바다 앞에서는 신앙이 줄지 않고 늘어나는 법이다.

북쪽 바다에는 두 섬이 있다 — 이키와 쓰시마.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다만 히라도의 선창에서 그 섬의 뱃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나라와 바다 건너 나라 사이에 살며, 두 나라의 말을 다 하고, 두 나라의 동전을 다 받았다. 물건과 말과 소문이 그 섬들에서 배를 갈아탄다. 한 사람이 내게 바다 건너에서 온 무명 한 필을 보여 주었는데, 짜임이 곱고 셈이 정직한 천이었다 — 해협에 사는 자들은 어느 뭍의 법도 절반만 듣는 대신, 저울만은 양쪽 것을 다 갖춘다. 그것이 섬의 법이라 한다.


#혼세의 땅 — 철포가 들어온 문

이 땅을 적으며 빼놓을 수 없는 셈이 하나 있다. 철포가 이 나라에 들어온 것이 40년 전 — 그 문이 바로 이 서쪽 바다였다는 것이다.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 쪽 배가 남쪽의 한 섬에 닿아 철포를 팔았고, 그 섬의 젊은 영주가 큰 값을 치르고 두 자루를 사서, 한 자루는 쏘는 법을 배우고 한 자루는 대장장이에게 주어 똑같이 만들라 했다는 것이다. 40년 전 이야기는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아침마다 항구 뒤 모래밭에서 울리는 총소리는 내가 들은 소리다. 지금 이 땅의 대장간은 우리 물건을 보고 배운 물건을 만들고, 시장에는 이제 그들의 철포가 우리 것보다 많다. 장사꾼으로서 쓴웃음과 함께 적는다 — 물건을 판 자는 한 번 벌고, 만드는 법을 익힌 자는 끝까지 번다. 우리는 한 번 벌었다.

남만의 물건이 가는 길도 여기서 시작된다. 서쪽 항구에 내린 짐은 안바다를 동으로 거슬러 사카이로 가고, 사카이에서 미아코로 오른다. 이 항구들이 문이라면 사카이는 곳간이다 — 그리고 곳간의 주인들은 문까지 나와 있다. 사카이좌(座)라는 상인들의 결사가 그것이다. 항구마다 그들의 사람이 와 있어, 우리 짐이 뭍에 닿기 전에 값이 먼저 정해져 있는 일이 잦았다. 바다를 건너온 것은 우리인데 시세는 그들이 쥔다. 분하므로 적어 두고, 배울 것이므로 두 번 적는다.

외인들의 이야기도 적어야겠다. 항구에는 우리 같은 자들이 모여 산다 — 선원, 상인, 그리고 파드레들. 파드레들은 물건이 아니라 신앙을 부린다. 항구의 영주들 가운데는 남만의 물건과 함께 남만의 신까지 들인 이가 있다 들었고, 절의 종소리와 새 신앙의 기도가 한 항구에서 같이 들리는 것은 내가 들은 소리다. 그 둘 사이의 공기가 늘 순하지는 않다는 것도, 한 항구에서 느꼈다 — 느낀 것이라 적는다, 본 것이 아니라.

항구 뒤의 들에서는 깃발이 자주 바뀐다 한다. 이 큰 섬의 영주들은 서로 오래 싸워 왔고, 지금도 싸운다 — 다만 항구의 영주들은 바다의 이문을 아는지라, 싸움이 선창까지 내려오는 일은 드물다 들었다. 드물다는 것이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히라도를 떠나던 날에도 어느 국경의 관소가 닫혔다는 소문에 짐꾼들의 삯이 올랐다.

편자 주: 철포가 남쪽 섬에 닿은 것이 40년 전이라는 셈은 정본 연표와 같다 — 핀투의 숫자 가운데 가장 정직한 숫자다. 그리고 정본은 이 땅을 외인의 고향이라 부른다. 남만의 기술이나 신앙을 안고 탁자에 앉는 PC라면 외인으로 태어나, 이 항구들 어딘가에서 첫걸음을 뗐을 것이다. 이 권역의 세력과 산물의 셈은 전국의 땅이 쥔다.


#영이의 땅 — 바다가 싣고 오는 것

히라도에서 후나이로 가는 길의 한 토막을 우리는 배로 갔다. 그 둘째 밤의 일을 적는다 — 어느 쪽으로 적어야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한 채로.

안개가 내렸고, 사공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노 젓는 소리만 남았다. 그러다 그 소리도 멎었다 — 사공장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배 밑에서 무언가가 판자를 고르게 두드렸다. 똑, 똑, 똑. 파도는 그렇게 두드리지 않는다 — 파도 소리라면 나도 두 달을 들었다. 사공장이 뱃전에 쌀을 한 줌 뿌렸고, 소리는 그쳤고, 안개는 한 식경 뒤에 걷혔다. 그날 밤 본 것은 없다. 들은 것은 — 소리다. 이 문장을 어느 약속 아래 적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뭍에 내린 뒤 사공들에게 술을 사고 들은 이야기들을 적는다. 해무가 짙은 밤에는 수면이 산처럼 일어서는 것이 있다 한다 — 우미보즈(海坊主)라 부른다. 보아도 소리 내지 말고, 물어도 답하지 말고, 통을 달라 하면 밑을 뺀 통을 주라 했다. 물에 죽은 자들이 뱃전에 모여 물을 퍼 달라 조르는 것도 있다 한다 — 후나유레이(舟幽靈)라 부르며, 그들에게는 밑 없는 국자를 건넨다는 것이다. 과연 항구의 잡화점에서 밑 없는 국자를 팔고 있었다. 내가 본 것은 요마가 아니라 국자다 — 다만 국자는 진짜였고, 항구마다 팔리고 있었다. 장사꾼은 물건보다 물건이 팔리는 까닭을 믿는다. 수평선에 길게 눕는 그림자를 보면 며칠 안에 큰 물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그것은 이름을 아야카시라 했다. 뱃사람들은 그것과 싸우지 않는다. 읽는다 — 날씨처럼.

뭍이라고 다르지 않다. 끓는 골짜기의 솥마다 작은 사당이 서 있었다. 절의 노승에게 물었더니, 땅에는 핏줄이 있고 — 총론에 적은 그 영맥(靈脈) 이야기다 — 이 땅에서는 그 핏줄이 살갗 가까이 지나며 끓는다 했다. 불의 산도, 붉은 못도, 그 핏줄이 뜨거워진 자리라는 것이다. 총론에서 나는 무언가가 있는 자리로 깊은 산, 오래된 고개, 안개 끼는 물가 셋을 적었다. 이 땅에서 넷째를 보탠다 — 땅이 끓는 곳.

그리고 남쪽의 소문이 있다. 이것은 다른 소문들과 결이 달라서 따로 적는다.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늙은 사공들이 새 금기를 만들고 있었다 — 어느 물길로는 그믐에 나가지 않는다, 어느 섬에는 배를 대지 않는다 하는. 까닭을 물으면 답이 없고, 답 대신 들은 것은 이런 것들이다. 고기배가 빈 채로 돌아왔다 — 그물은 걷혀 있고 밥은 반쯤 먹다 만 채로. 새가 울지 않는 섬이 생겼다. 남쪽의 검은 물길을 거슬러 무언가가 올라온다. 이 나라의 요마에는 대개 이름이 있다 — 이름이 있다는 것은 오래 보아 왔다는 뜻이다. 남쪽 것에는 이름이 없다. 금기가 새로 생긴다는 것은, 무언가가 새로 왔다는 뜻이다.

항구 뒤 절의 노승이 내 궤를 오래 보다가 한 말로 이 절을 맺는다. "남만인이여 — 배는 사람과 짐만 싣고 오는 것이 아니오." 나는 그 말을 며칠 뒤에야 일기에 옮겼다. 바로 적기에는, 그날 밤의 똑, 똑 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편자 주: 남쪽의 소문에 정본은 아직 이름을 주지 않았다 — 전국의 땅이 "남방에서 올라오는 미지의 요마"라 적어 둔 바로 그 자리다. 이름과 얼굴을 정하는 손은 GM의 것이고, 기존 요마에 남방의 얼굴을 입히는 빠른 길은 기존 요마 변형 색인에 있다. 핀투가 배 밑에서 들은 소리가 무엇이었는지도 — 같은 손이 정한다.


#탁자에서

Scene Tool. 이 절만 GM용 장면 도구다.

사이카이 캠페인은 항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항구는 의뢰가 모이는 곳이다 — 모든 배가 사연을 싣고 들어오고, 모든 사연에는 짐주인이 있다. 이 땅의 테마는 넷이다. 해상 무역과 그 그늘의 밀수, 이국 문물이 일으키는 사건, 절과 새 신앙의 긴장, 그리고 미지의 요마와의 첫 조우. 어느 쪽이든 일행 가운데 외인이 하나 있으면 장면이 절로 굴러간다 — 핀투가 그랬듯, 외인은 서 있는 것만으로 사건이 된다.

돌아오지 않는 남만선. 남쪽 항로의 남만선 한 척이 기한을 두 달 넘겼다. 상관은 배를 찾고, 영주는 실려 있던 철포를 찾고, 파드레는 타고 있던 사람을 찾는다 — 세 의뢰가 같은 배를 가리키지만 같은 것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표류물이 닿은 포구는, 물길의 셈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다. 원인을 바다의 요마로 잇고 싶다면 본격 해상전과 교섭의 틀은 정본 용궁의 침묵이 쥔다 — 원인을 남쪽의 이름 없는 것으로 두고 싶다면, 답을 정하지 않는 쪽이 더 오래 무섭다.

금제 화물. 항구 창고 깊은 곳의 궤 하나에 영주의 봉인과 절의 부적이 함께 붙어 있다. 부린 배는 떠났고, 산다던 자는 나타나지 않고, 창고지기는 밤마다 야위어 간다. 일행은 그 궤를 지키라고 고용되는가, 열라고 고용되는가 — 같은 보수로 두 의뢰가 동시에 들어오면 더 좋다.

끓는 골짜기의 사당. 골짜기에서 가장 뜨겁던 솥이 식기 시작했다. 고을 사람들은 반기는데, 솥 곁의 사당을 지키던 노승만 짐을 싼다. "끓는 것은 뚜껑이 눌려 있다는 뜻이오." 그렇다면 식는 것은 — 영맥의 열이 어디로 새는지, 그 밑에서 무엇이 더는 눌려 있지 않은지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사라진 통사. 항구에 하나뿐인 남만 통사가 사라졌다. 남만 상인은 말을 잃었고 영주의 거래는 멈췄는데, 통사가 마지막으로 옮긴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세 증인이 세 가지로 말한다. 말 사이에서 사람이 사라졌으니, 말 사이를 걸을 줄 아는 자가 찾아야 한다.

남쪽에서 온 어부. 며칠을 표류한 어부가 제 포구로 돌아왔다. 무엇을 보았느냐 묻는 자에게 그는 입을 열지 않는다 — 다만 그가 돌아온 뒤로 그 포구의 개들이 바다를 향해 짖지 않는다. 짖기를 언제 그만두었는지 아무도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미지의 요마와의 첫 조우는 요마 없이 시작하는 것이 좋다 — 데이터는 없고, 필요해지는 날의 길은 위 편자 주에 있다.

길 위에서 굴릴 잔사건이 필요하면 여로의 사건을, 이 권역의 조우 경향과 세력의 셈은 전국의 땅을 편다. 화자의 다음 걸음 — 안바다를 동으로 — 은 산요·산인에 있다.


이 나라의 문은 서쪽으로 열려 있다 — 그 문으로 들어온 것을 다 세었다고는, 어느 장부에도 적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