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의 사건 (旅路の事件)
목차
권위. 본 문서는 Scene Tool — 본권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탁자에 펴 두라고 만든 문서다. 첫머리의 일기 발췌만 Fiction-Only. 표는 장면의 재료일 뿐 법(法)이 아니다 — 본권에 수치는 없고, 굴림과 목표치가 필요하면 정본 비전투 규칙으로 간다.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이 일기를 쓴 자는 화자에 있다.
#여로 — 주막의 셈
핀투의 일기에서. 큰 강 앞의 주막 — 비에 묶인 이틀째 밤.
강이 불어 나루가 닫혔다. 물이 빠지려면 이틀이라고도 하고 나흘이라고도 한다. 뱃사공의 셈과 주막 주인의 셈이 다른데, 묶인 날수가 늘수록 이문이 나는 쪽은 주인이니, 나는 사공의 셈을 사기로 한다.
주막은 만원이다. 소금 행상 둘, 순례자 셋, 말 장수 하나,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는 무사 하나, 그리고 우리 일행. 비에 묶인 길손은 곡식 자루처럼 쌓인다 — 그리고 자루와 달리, 입이 있다.
할 일이 없어 장부를 폈다. 상륙한 뒤로 여정이라 부를 만한 길이 스물몇 번. 세어 보니 이상한 셈이 하나 나온다. 어느 여정에든 장부에 적을 만한 '일'이 꼭 하나씩 있었다. 둘이었던 적은 드물고 — 없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셈을 칼에게 말했더니, 칼은 숫돌에서 눈을 들지 않고 답했다. "길에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건, 뱃사람이 바람 없기를 바라는 것과 같소."
"바람이 없으면 배가 편하지 않은가."
"바람이 없으면 배가 안 가오."
혀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나리의 장부에 '일'로 적히지 않으려고, 다들 이렇게 얌전히 비를 긋는 겁니다."
화롯가에서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비에 묶인 주막의 법이라 한다 — 술은 사서 마시되, 이야기는 서로 내놓는다. 우리 같으면 술값에 이야기값까지 셈해 받았을 것이다.
소금 행상 노인의 차례였다. 젊을 적 어느 고개에서 동행을 청하는 순례자를 만났다 한다. 사흘을 같이 걸었고, 잘 웃고 잘 걷는 사내였는데,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 사흘 내내, 그 순례자의 지팡이에 달린 방울이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오?" 말 장수가 물었다.
"그걸 묻는 거라면 — 모르지." 노인은 잔을 비웠다. "다만 그 뒤로 나는 그 고개를 넘을 때마다 떡을 하나 두고 오네. 스무 해째 — 그 고개에서는 한 번도 일이 없었어."
들은 이야기다. 다만 이야기 끝에 노인이 품에서 떡 하나를 꺼내 보인 것은 내가 본 것이다. 내일 넘을 고개 몫이라 했다.
무사는 끝내 제 이야기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떠날 때 술값을 두 사람 몫 치렀다. 이야기 값이라 했다.
밤이 깊어 자리에 누워 오늘의 셈을 마저 적는다. 주막의 길손이 열이고, 화롯가에 나온 이야기가 열이었다. 한 사람에 하나 — 길은 후하지도 박하지도 않다.
내일 물이 빠지면 강을 건넌다. 건너편 길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다만 무엇이든 하나는 기다린다는 것 — 그것만은 두 해치 장부가 보증한다.
편자 주: 이 부록의 표는 핀투의 글이 아니다. 여섯 묶음의 일기에서 길 위의 사건들을 추려 편자가 표로 엮었다. 칸마다 붙은 비틀기 한 줄은 같은 사건을 적은 일기의 끝 문장에서 왔다 — 화자는 표를 몰랐고, 표는 화자에게 빚졌다.
#1. 운용 — 한 여정에 사건 하나
본권의 다른 장은 읽는 글이고, 이 부록은 굴리는 표다. 다만 굴리기 전에 원칙 하나를 먼저 받으라.
한 여정에 사건 하나. 이동을 날마다 굴리지 말 것 — 날마다 굴리면 길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탁자가 길어진다. 길과 여행이 말한 대로 이동은 마디로 줄인다: 출발의 장면, 길 위의 사건 하나, 도착의 장면. 그 하나를 고르는 일이 이 표의 일이다. 핀투의 장부가 증언하듯, 길은 후하지도 박하지도 않다.
언제 굴리는가. 세 시점 중 탁자에 맞는 것을 고른다.
- 출발 전에. GM이 미리 굴려 두는 법. 사건을 여정 한가운데 묻어 두고, 복선과 날씨까지 셈해 둘 수 있다 — 준비가 되는 굴림이다.
- 경계를 넘을 때. 고개, 강, 관소, 국경 — 길의 마디는 사건의 마디다. 탁자 위에서 굴리면 주사위 소리가 곧 경계를 넘는 소리가 된다.
- 야영과 숙박에서. 하루를 닫는 자리에서 굴려, 사건이 밤에 — 혹은 이튿날 아침에 — 오게 한다.
어느 표를 펴는가. 길이 정한다 — 가도면 가도의 표, 산길이면 산길의 표, 배 위거나 물가면 바닷길의 표. 한 여정이 셋을 다 지난다면 표를 세 번 굴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 걷는 길 하나의 표만 굴린다. 한 여정에 사건 하나다.
일기를 문으로 쓰라. 사건을 꺼내기 전에 화자의 일기 한 토막 — 각 견문 장 첫머리의 §여로 — 을 낭독하면, 장면의 문이 화자의 목소리로 열린다. 굴린 칸을 "남만의 붓이라면 이렇게 적었을 것이다"라며 읽어 주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같은 눈이 두 번 나오면 같은 사건을 무르지 말 것 — 그 사건의 다음 장이 도착한 것이다.
비틀기는 손잡이다, 의무가 아니다. 칸마다 붙은 비틀기 한 줄은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그러면 사건은 그저 길의 일이다. 채택하더라도 요마라고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 이 나라의 만남 대부분은 기척에서 끝난다. 비틀기가 진실이 되는 것은 GM이 그렇다고 정한 순간뿐이고, 그 순간까지는 화자의 일기처럼 사실과 오해가 섞인 채로 둔다.
#이 표가 쥐는 것과 쥐지 않는 것
- 길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 — 본 문서가 쥔다.
- 무엇과 싸우나 — 정본 요마 조우표가 쥔다. 사건이 칼을 부르면 그쪽으로 간다. 본 표의 어느 칸도 전투를 강제하지 않는다.
- 굴림과 목표치 — 정본 비전투 규칙이 쥔다. 본 문서에 수치는 없다.
- 짐이 주인공인 사건 — 정본 교역 규칙의 교역 이벤트가 따로 있다. 짐이 주인공이면 그쪽, 길이 주인공이면 이쪽이다.
- 길의 향과 결 — 길과 여행이 쥔다. 그쪽이 향이고, 이쪽이 표다.
- 비틀기가 진실이 된 뒤 — 고개·갈림길·다리에서 기다리는 것들의 장면은 마을, 길, 산의 요마가 쥔다.
#2. 사건 표 — d10 셋
칸은 한두 문장이 전부다 — 이름과 사정, 그리고 비틀기 한 줄. 나머지는 탁자가 채운다. 반각이니 한나절이니 리(里)니 하는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에 맡긴다.
#가도의 사건 (d10)
| d10 | 사건 | 비틀기 한 줄 |
|---|---|---|
| 1 | 종이가 모자라다. 관소의 서기가 과소장의 한 줄을 트집 잡는다 — 도장이 옛것이라거나, 일행의 머릿수가 문서와 다르다거나. 문서, 돈, 시간 — 셋 중 무엇으로 치를지는 일행이 고른다. | 같은 트집을 받은 옆줄의 길손은 너무 쉽게 통과했다 — 그가 내민 종이는 누가 써 준 것인가. |
| 2 | 행렬이 온다. 창끝이 먼저 보이고, 길 위의 모든 사람이 엎드린다. 다이묘의 행렬이 다 지나는 데 반각 — 갈 길 급한 일행에게는 그 반각이 가장 비싼 세금이다. | 가마의 발이 잠깐 걷히고 — 안에서 내다본 눈이 일행 중 하나를 알아보았다. |
| 3 | 흰옷의 동행. 방울을 단 순례자가 다음 고개까지만 동행을 청한다. 길동무가 늘면 밤이 덜 무섭고 이야깃거리도 는다. | 짚신이 너무 새것이고, 걸음에는 칼 찬 자의 박자가 남아 있다 — 순례의 흰옷은 신분을 지우는 옷이기도 하다. |
| 4 | 다리가 없다. 어제까지 있던 다리가 큰물에 내려앉았다. 나룻배는 부르는 값, 여울 도하는 짐과 키가 정하는 값, 물 빠지기를 기다리면 주막 신세 하루 — 시간과 돈과 위험의 세 갈래 흥정이다. | 사공이 말을 아낀다 — 다리가 내려앉기 전에 마지막으로 건넌 일행이 있었다 한다. |
| 5 | 파발의 부탁. 발목을 접질린 파발이 길가에 앉아 있다. 글 한 통을 다음 역참까지만 — 보수는 역참이 치를 것이라 한다. 파발의 글은 빠른 만큼 무겁다. | 봉인의 문장(紋章)이 이 길 앞쪽 땅의 것이 아니라, 일행이 방금 떠나온 땅의 것이다. |
| 6 | 새끼줄 친 마을. 마을 어귀에 새끼줄이 걸리고 부적이 붙었다. 역병이라 한다 — 마을은 사람을 들이지도 내보내지도 않고, 우회로는 산길로 반나절이다. | 해 진 뒤 마을 안에서 등불 하나가 집집을 차례로 도는 것이 보인다 — 어느 집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데. |
| 7 | 은이 간다는 소문. 같은 방향으로 은 운반대가 간다고 길 위의 모두가 말한다. 주막마다 그 이야기뿐이고, 그 이야기를 산적도 들었을 것이다. | 소문을 거슬러 오르면 출처는 운반대 자신이다 — 진짜 짐은 다른 길로 가고, 이 길은 미끼다. |
| 8 | 창을 든 징발. 행군 중인 부대가 길을 막고 짐꾼과 말을 징발한다. 군표(軍票) 한 장이 값의 전부고, 항의는 창끝과 흥정해야 한다. | 징발 장교가 일행 중 하나의 얼굴을 오래 본다 — "어디서 본 낯인데." |
| 9 | 맞은편에서 오는 과거. 일행 — 혹은 고용한 호위 — 의 원수가 맞은편에서 걸어온다. 그쪽도 일행이 있고, 그쪽도 일하는 중이다. | 길 위의 사람들은 서로의 내력을 묻지 않는다 — 그 예의를 먼저 깨는 쪽이 길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 |
| 10 | 갈리는 돈. 국경을 넘었더니 돈이 약해졌다. 동전은 가려 받고 은은 무게로 달자는데, 환전상의 저울과 일행의 저울이 다르다. | 환전상이 한 닢을 집어 들고 낯빛이 변한다 — "이 돈, 어디서 받으셨소." |
#산길·고개의 사건 (d10)
| d10 | 사건 | 비틀기 한 줄 |
|---|---|---|
| 1 | 안개. 한 치 앞이 지워지고 일행의 간격이 벌어진다. 목소리로 서로를 세며 걷는 수밖에 없다. | 고개 마루에서 머릿수를 세니 하나가 많다 — 다시 세니 맞다. |
| 2 | 같은 바위. 길을 잃었다. 아까 지난 바위를 다시 지난다 — 두 번까지는 누구나 셈 탓을 한다. | 세 번째 지날 때, 바위 위에 아까는 없던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
| 3 | 산의 관소. 산적이 길을 막는다 — 다만 칼부림이 아니라 통행료다. 그들도 겨울을 나야 하고, 흥정은 통한다. | 우두머리가 값 대신 청을 넣는다 — 산 아래 마을에 편지 한 통만. 받는 이의 이름이 어딘가 낯익다. |
| 4 | 빈 사당. 고개 마루의 사당이 지붕 내려앉은 채 비어 있다. 비를 긋고 불을 피우기 좋은 자리다. | 버려져서 빈 것인지, 모시던 것이 나가서 빈 것인지 — 안에서 자 보면 안다고 아랫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
| 5 | 마타기의 손. 산을 내려오던 사냥 무리가 말없이 손을 들어 길을 막는다. 오늘은 이 고개를 넘지 말라 한다 — 까닭은 말하지 않는다. | 그들끼리는 산의 말을 쓰고 있었다 — 산의 말이란, 듣는 귀가 있을 때 쓰는 말이다. |
| 6 | 죽은 말. 길가에 짐말이 쓰러져 있다. 짐은 손도 타지 않은 채 그대로다 — 주인은 어디에도 없다. | 짐을 풀어 보면 값나가는 것은 다 있는데, 삿갓에 붙었을 부적만 한 장도 없다. |
| 7 | 셈이 틀린 고개. 마루까지는 가겠는데 내려가기 전에 해가 진다. 되돌아가면 한나절을 버리고, 마루에서 자면 바람과 자고, 어둠 속에 내려가면 — 밤길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게 하는 것이다. | 마루 못 미처 불빛이 하나 보인다. 산막이라기엔 너무 높은 데 있다. |
| 8 | 무너진 길. 산사태가 길을 통째로 가져갔다. 벼랑 쪽 우회는 빠르고 위험하며, 골짜기 쪽 우회는 느리고 — 골짜기는 길이 아니다. | 무너진 흙더미 아래서 오래된 돌계단이 드러났다. 짐꾼들의 기억에 없는 길이다. |
| 9 | 갈림길의 친절. 갈림길에 누군가 서 있다가 길을 가리켜 준다 — 묻기도 전에, 너무 친절하게. | 가리킨 길이 짐꾼의 기억과 다르다. 이 나라에는 갈림길에서 길을 물으면 길이 대답한다는 말이 있다 — 그래서 묻지 않는다는 말도. |
| 10 | 철 이른 눈. 눈이 고개를 닫는다. 가장 가까운 산막에서 눈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흘 — 양식과 장작과 동숙자의 사흘이다. | 둘째 날 아침, 산막을 한 바퀴 돈 발자국이 눈 위에 있다. 맨발이고, 오던 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바닷길·물가의 사건 (d10)
| d10 | 사건 | 비틀기 한 줄 |
|---|---|---|
| 1 | 바람 기다리기. 풍랑에 배가 묶였다. 항구의 주막은 만원이고 뱃사람들은 하늘만 본다 — 하루가 될지 이레가 될지는 하늘이 정한다. | 같은 배를 기다리는 길손 하나는 하늘을 보지 않는다 — 부두로 들어오는 길목만 본다. |
| 2 | 바다의 깃발. 좁은 물길의 어귀에서 빠른 배가 따라붙는다 — 수군이다. 깃발 값을 치르면 호위와 물길잡이가 붙고, 치르지 않으면 — 치르지 않은 배의 이야기는 들은 자가 드물다. | 수군이 값 대신 청을 받겠다 한다. 다음 항구의 어느 집에 말 한마디만 — 말은 짧고, 뜻은 짚이지 않는다. |
| 3 | 출처 불명의 기물. 갯가에 궤짝 하나가 밀려와 있다. 어느 항구의 양식도 아니고, 새겨진 글자는 남만 글도 이 나라 글도 아니다. 몇 해를 소금물에 절었을 텐데 쇠 장식에 녹 한 점 없다 — 갯마을 사람들은 곁에 가지 않는다. | 줍는 자가 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임자를 고른다고, 마을에서 가장 늙은 어부가 말한다. |
| 4 | 안개 속의 노 소리. 안개 속에서 노 젓는 소리가 나란히 따라온다. 불러도 답이 없고, 이쪽이 빨라지면 같이 빨라진다. | 뱃사람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노래를 시작한다 — 그리고 바닥 빠진 국자 하나를 말없이 바다에 던진다. |
| 5 | 물길잡이의 값. 조수가 강처럼 흐르는 어귀 — 물길잡이 없이는 못 드는 물인데, 그 삯이 지난달의 곱절이 되었다. | 까닭을 물으면 다들 말을 돌린다 — 지난달, 물길잡이 하나가 어귀에서 배와 함께 사라졌다. |
| 6 | 빼앗긴 자리. 약조한 뱃자리를 웃돈 낸 손님이 가져갔다. 다음 배는 사흘 뒤 — 선장은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 웃돈 손님은 짐이 없다. 그가 산 것은 자리가 아니라, 일행이 그 배에 타지 못하는 사흘이다. |
| 7 | 갯마을의 금줄. 마을이 바다 쪽으로 금줄을 치고 오늘은 배를 내지 않는다. 제사라 한다 — 떠나려면 이웃 포구까지 한나절을 걸어야 한다. | 제사가 아니라 돌려보내는 날이라고 아이 하나가 말해 버린다 — 어제 그물에 무엇이 올라왔는지는, 어른들이 아이의 입을 막는 빠르기로 짐작할 뿐이다. |
| 8 | 바뀐 궤. 배에서 내려 짐을 푸니 궤 하나가 일행 것이 아니다 — 같은 크기, 같은 끈, 속은 돌이다. | 돌의 무게가 원래 짐과 똑같다. 저울을 아는 자의 짓이다 — 그리고 일행의 짐 무게를 아는 자는 그 배에 몇 없었다. |
| 9 | 짐칸의 사람. 거적 밑에서 밀항자가 나온다. 뱃삯 대신 내놓겠다는 것이 돈이 아니라 — 어느 항구 어느 창고의 문이 어느 밤에 열리는지다. | 그는 항구가 가까워질수록 말이 없어진다. 그가 피해 도망치는 것은 뒤에 있지 않고, 앞에 있다. |
| 10 | 너무 좋은 바람. 순풍이 사흘째다. 길손은 웃는데 늙은 뱃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 빌린 바람은 갚는 법이라 한다. | 나흘째 새벽, 선장이 바다 한가운데서 짐 하나를 바다에 던진다. 누구의 짐이었는지는 묻지 않는 편이 좋다. |
#3. 지역 양념표 — 같은 사건, 다른 맛
같은 눈이 나와도 땅이 다르면 다른 사건이다. 굴린 칸에 그 지방의 한 줄을 끼얹으라 — 본권의 견문 열 장이 그 맛의 곳간이다.
| 지방 | 그 땅에서는 |
|---|---|
| 사이카이 | 어느 사건이든 남만 물건이 끼면 값과 의심이 같이 오른다 — 일행에 외인이 있으면, 일행은 사건의 구경꾼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다. |
| 산요·산인 | 산요의 사건에는 은 냄새가 묻는다 — 가도 표의 7을 곱절로 치라. 산인 쪽 길의 사건은 전문(傳聞)으로 들어온다 —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로 시작해 보라. |
| 시코쿠 | 어느 길에든 흰옷이 걷고 있다 — 가도 표의 3이 곱절로 잦다. 그들이 왜 같은 방향으로 섬을 도는지는, 들은 이야기가 여럿이다. |
| 기이 | 산의 사건은 산의 주인이 보는 앞에서 일어난다 — 산적조차 금기를 지키고, 길 위에서 피를 본 쪽이 누구든 산이 먼저 셈을 적는다. |
| 기나이 | 길은 짧고 문은 많다 — 사건은 지형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고, 어느 사건의 뒤에든 절의 장부와 영주의 장부가 둘 다 있다. |
| 오우미 | 호수가 가도다 — 가도의 사건이 배 위에서 나고, 바닷길의 사건이 물가 마을에서 난다. 그리고 어디에 닿든 그 땅 상인이 한발 먼저 와 있다. |
| 도카이 | 길이 좋아 무엇이든 빠르다 — 가도 표의 2와 8을 곱절로 치라. 길이 좋다는 것은, 군대도 그 길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
| 호쿠리쿠·신에쓰 | 계절이 사건의 절반이다 — 겨울이면 어느 칸이든 뒤에 눈을 붙이라. 눈은 길을 지우고, 지워진 길은 길을 외운 사람의 값을 올린다. |
| 관동 | 들이 너르고 말이 빨라, 사건이 일행을 따라잡는다 — 소문도 추격자도 말을 탄다. 강은 넓어지고, 다리는 더 드물어진다. |
| 오우 | 관소와 역참의 칸은 절반을 버리라 — 그 자리를 겨울과 산이 받는다. 그리고 이 땅에서는, 비틀기 줄이 비틀기가 아니라 그냥 사실일 수 있다. |
길은 하루에 이야기를 하나씩만 내놓는다 — 두 개를 받은 날은, 그중 하나를 갚아야 하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