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fc-doc

#관동 견문 (關東見聞)

목차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견문이며, 사실과 소문과 오해가 섞여 있다. 끝의 「탁자에서」만 Scene Tool.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이 땅의 세력과 요마와 굵직한 사건의 본표는 정본 전국의 땅이 쥔다.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이 일기를 쓴 자는 화자에 있다.

다루는 옛 국: 사가미(相模) · 무사시(武藏) · 아와(安房) · 가즈사(上總) · 시모우사(下總) · 히타치(常陸) · 고즈케(上野) · 시모쓰케(下野) — 이즈(伊豆)는 견문 7 — 도카이와 나눠 보았다.

관동 견문 지도


#여로 — 고개 하나의 값

핀투의 일기에서. 눈의 나라를 나와 남으로 내려온 지 여러 날째.

산의 나라들에서 동쪽 바닷길로 도로 내려왔다. 한 번 밟은 길은 두 번째에는 짧다. 길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 다리가 변한 것이다.

오늘은 하코네(箱根)를 넘었다. 고개라기보다 산 위에 산이 또 앉은 형국이라, 오르는 데 한나절 내리는 데 한나절 — 큰 고개 하나가 하루를 통째로 먹는다는 이 나라의 셈법을 여기서 다시 치렀다.

고개 위에 호수가 있었다. 옛날에 불을 뿜던 산의 입이라고 혀가 말했다. 물이 먹처럼 검고, 바람이 지나가도 주름이 더디 펴졌다. 내가 본 것이다.

호숫가에서 불을 쬐는데 칼이 입을 열었다. "여기부터는 칼의 땅이오."

칼이 먼저 입을 여는 일은 드물어서 나는 붓을 멈췄다. "서쪽에서도 다들 칼을 차고 다니던데." 혀가 옮기자 칼은 고개를 저었다. "서국에서 칼은 예법이오. 동국에서 칼은 살림이오. 밭의 경계를 정하는 일에도, 물길을 나누는 일에도, 혼인에도 칼이 끼어드오."

"그대는 동국 사람인가." 칼은 한참 뒤에 답했다. "그랬던 적이 있소."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길 위의 사람들은 서로의 내력을 묻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에 안개가 걷히고, 발아래로 바다와 — 바다에 붙어 앉은 큰 거리가 보였다. 오다와라(小田原)라 했다. 성이 거리를 안은 것인지 거리가 성을 안은 것인지, 위에서 보아서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저 성은 떨어진 적이 없답니다." 혀가 말했다. "성벽이 거리를 통째로 둘러서, 안에 든 자는 십 년을 농성해도 굶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 십 년을 누가 세어 보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들은 이야기다.

거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시장에 말 울음이 비단 소리보다 많고, 칼 찬 자가 붓 든 자보다 많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바다의 거리다 — 항구의 흥정 소리는 어느 나라나 닮는다.

이튿날부터 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좋은 들이라 적었다. 사흘째에는 끝이 없는 들이라 적었다. 닷새째에는 — 바다를 닮은 들이라 적고, 그 뒤로는 적지 않았다. 산이 보이지 않는 땅을 나는 이 나라에 와서 처음 걸었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들 한가운데 큰 도시를 세우지 않는다. 우리 고향에서 들이 이만하면 그 복판에 탑과 성당이 선다. 여기는 들의 복판으로 갈수록 사람이 성기어지고, 마을은 물을 피해 둔덕 위로 올라가 앉는다.

칼은 들에 들어선 뒤로 말수가 늘었다. 어느 둔덕에서 그는 말 탄 무사 한 떼가 지평으로 사라지는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그 얼굴을 적지 않기로 한다.

저녁에 장부를 펴고 적는다. 들이 너르면 말이 빨라지고, 말이 빨라지면 전쟁도 빨라진다. 이 들의 값을 묻는 자가 있거든 — 곡식의 값이 아니라 말굽의 값으로 셈하라.


#사실의 땅 — 바다를 닮은 들

#너른 들, 거친 들

이 나라 땅의 7할이 산이라는 말은 이미 적었다. 그 셈의 나머지가 어디 모여 있는가 하면, 절반은 여기다. 관동은 내가 이 나라에서 본 가장 너른 들이고, 사람들은 이 여덟 국을 묶어 무사의 땅이라 부른다.

다만 너르다는 것과 길들여졌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의 들은 갈아엎은 자리보다 갈대가 선 자리가 넓다. 미아코(교토) 언저리의 들이 자로 잰 듯 논두렁으로 짜여 있다면, 관동의 들은 논과 늪과 갈대밭과 잡목 숲이 큰 짐승의 얼룩처럼 섞여 있다. 걸어 보면 안다 — 길이 마을과 마을을 잇는 것이 아니라, 마른 땅과 마른 땅을 잇는다.

#물이 주인인 땅

까닭은 물이다. 이 들에는 큰 강이 여럿 흐르는데, 으뜸이 도네가와(利根川)다. 강은 북쪽 산에서 내려와 들을 제 마음대로 굽이돌다 남쪽 후미 바다로 든다. 해마다 큰물이 지면 강은 길을 바꾸고, 작년의 논이 올해의 늪이 된다. 마을이 둔덕 위에 앉고 신사가 그보다 한 단 더 높이 앉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들의 주인은 영주가 아니라 강이다 — 영주는 바뀌어도 강은 셈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들의 안쪽에서는 배가 길을 대신한다. 늪과 늪 사이를 삿대로 미는 너벅선이 다니고, 뱃사공은 물길이 해마다 바뀌니 지도를 그리지 않고 외운다. 들을 가로지르는 데 며칠이 걸리느냐 물었더니 사공은 "비에 달렸지요"라 답했다 — 이 나라에서 가장 정직한 이정표다. 리(里)와 초(町)의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을 곁에 두면 된다.

강이 바다를 만나는 후미에 에도(江戶)라는 어촌이 있다. 갈대 사이로 배 끄는 소리만 나는 작은 마을이다. 다만 장부에 한 줄 적어 둔다 — 물길이란 물길은 죄다 이 후미로 모이는데, 여기에 큰 거리가 서지 않은 것이 나는 이상하다. 땅은 이미 시장을 차려 두었는데 사람이 아직 오지 않은 형국이다. 장사꾼의 눈이 하는 말이니, 셈이 틀리면 내 붓을 탓하라.

#말과 쇠

들의 북쪽, 고즈케(上野)와 시모쓰케(下野)의 산자락에는 목장(牧)이 있다. 울도 없는 비탈에 말이 떼로 풀리고, 망아지는 들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이 땅의 말은 서국의 말보다 정강이가 굵고 성질이 사납다 — 말 장수는 그것을 흠이 아니라 값으로 쳤다. 무사의 땅이라는 이름의 절반은 이 목장들이 댄다.

산에서는 쇠가 나고 화약에 드는 것들도 난다 들었다. 갱과 가마는 영주의 것이라 외인에게는 보여 주지 않았으므로, 나는 대장간 거리의 망치 소리로 그 셈을 짐작만 했다. 들은 이야기다.

겨울에는 북쪽 산맥에서 들로 마른바람이 내리꽂힌다. 눈은 산이 다 받고, 들에는 바람만 온다. 그 바람이 어떤 것을 싣고 오는지는 — 영이의 장에 적는다.


#사람과 풍속 — 말 위의 가풍

#반도 무사

동국 무사를 미아코 사람들은 무골(武骨)이라 부른다. 거칠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지만, 와서 보니 거칠다기보다 오래되었다. 우리의 귀족이 족보로 서듯 이 땅의 무사 집안은 말 위에서 선다 — 아비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영지 문서보다 먼저 활과 안장이다. 아이가 걷기도 전에 말 등에 앉힌다는 말을 들었는데, 과장이겠으나 좋은 과장이다. 어느 저택 마당에서 예닐곱 살 아이가 달리는 말 위에서 과녁을 쏘는 것을 보았다. 세 발에 한 발이 맞았고, 빗나간 두 발에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이다.

예법도 말을 닮는다. 미아코에서 배운 인사를 여기서 했더니 길다고 웃음을 샀다. 동국의 인사는 짧고, 셈은 빠르고, 한 번 정한 값은 무르지 않았다. 우리와 달리 이들은 말을 꾸미는 것을 부끄러움으로 치고, 말이 짧은 것을 미더움으로 친다. 장사꾼으로서는 — 흥정의 재미가 없는 대신, 떼일 걱정도 적은 땅이다.

시모우사(下總)의 가토리(香取)에는 칼의 신을 모시는 오래된 신궁이 있다 한다. 그 신 앞에서 칼을 배우는 검가(劍家)가 있어 동국 무사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는다고 —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들은 이야기다.

#가마쿠라 — 죽은 수도

사가미의 바닷가에 가마쿠라(鎌倉)가 있다. 옛날 — 수백 년 전이라 한다 — 이 나라의 무사들이 처음으로 제 손에 천하를 쥐고 막부(幕府)라는 정권을 세운 땅이다. 그 정권은 오래전에 무너졌고, 지금의 가마쿠라는 수도였던 기억만으로 사는 거리다.

미아코는 절반이 재이고 절반이 시장이었다. 가마쿠라는 절반이 무덤이고 절반이 신사다. 무너진 절터의 주춧돌 사이로 밭이 들었는데, 괭이질하던 늙은이가 "여기가 옛날엔 큰 법당이었지요" 하고는 다시 괭이질을 했다. 거리는 죽었으되 길은 살아 있다 — 동국의 무사들이 끊이지 않고 순례를 온다. 그들에게 이 거리는 폐허가 아니라 증거다. 무사도 천하를 쥘 수 있다는 증거.

순례의 복판에 쓰루오카 하치만구(鶴岡八幡宮)가 있다. 하치만은 전쟁의 신이라 했다. 내가 간 날은 마침 제례여서,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세 개의 과녁을 차례로 쏘아 깨는 의례를 보았다 — 야부사메(流鏑馬)라 한다. 화살이 과녁을 깰 때마다 신관이 소리를 올리고 무사들이 땅이 울리게 답했다. 우리의 성당에서 기도를 노래로 바치는 것을, 이들은 말굽과 화살로 바친다. 내가 본 것이다.

바닷가 쪽에는 큰 부처가 한데에 앉아 있다. 청동으로 부은 것인데 앉은키가 우리 배의 돛대만 했다. 본래는 법당 안에 계셨으나 큰 물이 들어 집을 가져간 뒤로 부처만 남았다 한다. 지붕 없이 비를 맞는 부처를 두고 혀가 말했다. "집을 잃고도 저리 앉아 계시니, 동국 사람들이 더 믿습니다."


#혼세의 땅 — 깃발의 들

들이 너르면 군대가 들어선다. 서국의 전쟁이 성과 고개와 물목을 다투는 좁은 전쟁이라면, 관동의 전쟁은 들 한복판에서 수천 기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너른 전쟁이라 한다. 나는 합전(合戰)을 직접 보지 못했고, 보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안다. 내가 본 것은 그 가장자리다.

합전 전야의 마을을 지난 적이 있다. 마을은 고요한데 고요한 방식이 이상했다 — 곳간이 비고, 마당에 갓 덮은 흙구덩이가 있고(쌀을 묻은 자리라고 혀가 속삭였다), 젊은 여자와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촌장은 산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러고는 양쪽 군대 어느 쪽이 이기든 바칠 수 있도록 같은 물목의 헌상 두 벌을 미리 묶어 두고 있었다. 우리와 달리 이 땅의 백성은 전쟁을 천재(天災)처럼 다룬다 — 막을 수 없으니, 지나가게 한다.

전쟁의 꼬리에는 장사가 붙는다. 군대를 따라다니며 진중에 쌀과 짚신을 파는 장사치가 있고, 싸움이 끝난 들에서 갑주와 칼을 거두어 파는 자들이 있고 — 그리고 사람을 거두어 가는 자들이 있다 한다. 끌려간 사람은 몸값을 치러야 돌아온다고. 이것은 차마 더 묻지 못하고 적는다. 들은 이야기다.

깃발에 대해서는 짧게만 적는다. 이 들에는 큰 깃발이 여럿 서고,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아직 들 전체를 덮지 못했다. 오다와라의 그 성 — 떨어진 적이 없다는 — 의 주인도 그 깃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깃발의 이름들은 적지 않는다. 내가 이 나라를 떠나기 전에 절반은 바뀌어 있을 것이다.

적지 않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관동의 성주들은 바람을 무서워한다. 밤에 성문 빗장을 두 번 확인하고, 보초를 겹으로 세우고, 그러고도 새벽에 곳간 문서가 사라진다 — 그런 밤이면 사람들은 후마(風魔)라는 이름을 입속으로만 굴린다. 바람의 이름을 가진 자들이 어둠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혀에게 더 묻자 그는 처음으로 통역을 거절했다. "그 이름은 두 번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들은 이야기다 — 그리고 더 듣지 않기로 한 이야기다.

강가 마을 몇에서는 낯익은 염불을 들었다. 북국에서 본 그 일향(一向)의 깃발이 이 들의 물가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무사의 땅 한복판에서 아미타불을 외는 마을들 — 영주들이 그 마을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보였다.


#영이의 땅 — 들의 밤

들의 밤은 산의 밤과 다르다. 산의 밤은 무엇이 숨었는지 모르는 밤이고, 들의 밤은 숨을 곳이 없는 밤이다. 해가 지면 들 끝까지 어둠이 한 장으로 덮이고, 멀리 마을의 불빛이 바다의 등불처럼 뜬다. 그 불빛 사이의 어둠을 무엇이 건너다니는지 — 이 장은 그 이야기다.

들을 두른 산에는 오니(鬼)가 산다고 했다. 산자락 마을들은 목책을 두르고 망루에 종을 달았는데, 그것이 도적을 위한 것이냐 물었더니 촌장은 "도적이면 다행이지요"라 답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있는 밤에는 종을 치고, 종소리가 들리면 이웃 마을이 횃불을 든다 — 들의 마을들은 그렇게 서로의 등불이 된다. 종은 내가 보았고, 종이 무엇을 부르는지는 듣기만 했다.

겨울의 마른바람에는 낫이 섞여 있다 한다. 길을 걷다가 베인 줄도 모르게 정강이가 갈라지는데, 이상하게 피가 늦게 나고 아픔도 늦게 온다. 사람들은 그것을 카마이타치(鎌鼬) — 낫 든 족제비의 짓이라 했다. 나는 족제비는 보지 못했고 상처는 보았다. 본 것과 들은 것이 한 상처 위에 겹쳐 있으니, 둘 다 적어 둔다.

밤하늘을 우는 것도 있다.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울음이 구름 속에서 들리면, 마을 사람들은 문을 닫고 울음이 들려온 방향을 종이에 적는다. 누에(鵺)라 했다 — 그 울음은 무언가 나쁜 일의 앞소리라서, 방향을 적어 두면 화가 비껴간다는 것이다. 늪지대에는 소를 닮은 거대한 것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규키(牛鬼)라던가, 뱃사공들은 그 늪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렸다. 둘 다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 들에는, 합전의 들이기에 생기는 것이 있다 한다. 싸움이 끝나면 이긴 쪽은 떠나고 진 쪽은 눕는다. 거두는 손이 모자라 들에 남은 뼈는 — 밤마다 서로를 부른다는 것이다. 뼈가 뼈를 불러 산처럼 모이면, 사람의 형상을 한 거대한 것이 일어나 이를 갈며 들을 걷는다고. 가샤도쿠로라 했다. 그 이 가는 소리를 들으면 듣는 자의 뼈가 먼저 안다고 한다. 나는 듣지 못했다. 듣지 못한 것을 이번에도 다행으로 안다.

편자 주: 울음으로 앞일을 알리는 누에의 운용은 짐승·사물·장소 요마에, 거두지 못한 뼈가 일어서는 가샤도쿠로는 원령·사령·저주 계열에 있다. 핀투가 듣지 못한 소리가 거기에 있다.

#목 없는 신

이 들에서 가장 큰 신앙은 절에도 신궁에도 있지 않았다. 둑 위의 작은 무덤들에 있었다.

수백 년 전, 이 동국에서 한 무사가 미아코의 조정에 맞서 일어나 스스로 새 임금(新皇)을 칭했다 한다. 타이라노 마사카도(平將門) — 싸움은 한 해를 못 갔고 그의 목은 미아코로 보내졌는데, 목이 제 발로, 아니 제 날개로 하늘을 날아 동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목이 내려앉은 자리마다 무덤이 서고 사당이 섰다. 에도의 후미 가까이에도 그 무덤이 하나 있어, 갈대밭 가운데 둔덕인데 어부들이 뱃길을 돌아서까지 술을 올리고 갔다.

조정에서 보면 그는 역적이다. 동국에서 보면 — 혀가 옮긴 늙은 사공의 말을 그대로 적는다. "미아코의 임금은 우리한테서 거두어 가고, 저분은 우리를 위해 목이 잘렸지요." 같은 사람이 서쪽에서는 죄인의 이름이고 동쪽에서는 신의 이름이다. 나는 이 어긋남이 이 땅의 무사들 그 자체라고 적어 둔다 — 미아코가 거칠다 부르는 것을, 이들은 긍지라 부른다.

그 신앙의 결은 이중이다. 무덤을 함부로 허물거나 그 위를 지나간 자는 화를 입는다고 — 벼락, 낙마, 집안의 병 — 그래서 두려워 모시고, 동시에 합전에 나가는 무사들이 그 사당에 술을 붓고 간다. 진 싸움이 무엇인지 아는 신이라, 지는 자의 기도를 안 버린다는 것이다. 두려움과 의지가 한 둔덕 위에 같이 앉아 있다. 들은 이야기다 — 다만 어느 마을에서도 다르게 듣지 못했다.

편자 주: 목 없는 신의 생전 — 동국의 첫 반란과 「신황」의 한 해 — 은 무사의 여명에, 날아간 목이 헤이안의 원령 문화에 남긴 자리는 귀족 요마 — 생령과 원령에 있다. 본권이 적는 것은 그 전승이 지금 동국에서 어떻게 모셔지는가까지다 — 그 신앙 너머에 무엇이 실재하는지는 탁자가 정한다.

#죽은 수도의 꿈

가마쿠라의 밤 이야기도 들었다. 무너진 막부의 무사들이 — 그 정권이 피로 끝났기 때문이라 한다 — 달 없는 밤이면 옛 거리를 행렬해 지나간다고. 갑주 스치는 소리가 나면 순례자들은 길가에 엎드려 행렬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낮의 가마쿠라가 무사들의 증거라면, 밤의 가마쿠라는 그 증거의 값이다. 천하를 쥐는 일도, 쥔 천하를 잃는 일도, 이 나라에서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들의 북쪽 끝에서 산줄기가 다시 시작된다. 그 산 너머는 북방이다 — 길이 끝나는 땅이라고, 들의 사람들조차 그 너머의 일은 전해 들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나의 일기도 이제 그 말투를 배우러 간다.


#탁자에서

Scene Tool. 이 절만 GM용 장면 도구다.

관동 캠페인의 본표는 정본이 쥔다. 세력 배치, 요마 경향, 그리고 시나리오 훅 d10 열 개 — 산에서 내려오는 오니, 풍마의 밀명, 합전 전야의 선택까지 — 는 전국의 땅에 있다. 본권은 그 표가 비워 둔 변두리, 핀투가 걸은 가장자리의 세 장면만 보탠다. 길 위에서 굴릴 잔사건은 여로의 사건을 편다.

여덟 폭 깃발 아래 (가마쿠라). 죽은 수도의 원령 행렬은 쓰루오카 하치만구의 야부사메가 해마다 달래 왔다 — 라고 신관들은 믿는다. 그런데 올해의 사수가 제례 전야에 사라졌다. 달아났는가, 납치당했는가, 아니면 행렬이 먼저 데려갔는가. 제례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일행은 사수를 찾아내거나, 대신 말에 오를 자를 세우거나, 의례 없는 밤의 가마쿠라가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목 없는 신의 둑 (마사카도 신앙). 새로 부임한 부교가 둑 위의 역적 사당을 헐라 명했다 — 조정의 법도로는 흠잡을 데 없는 명령이다. 마을은 "저분이 둑을 지키신다"며 괭이를 들고 막아섰고, 철거가 시작된 날 밤부터 강 수위가 이유 없이 오르고 있다. 일행이 중재자로 불려 간다. 신앙이 실재인지, 강이 우연인지, 부교와 마을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은 무엇인지 — 사당을 허무는 것도 지키는 것도 칼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만이 확실하다.

이삭줍기의 들 (합전 변두리). 합전은 끝났고, 일행은 싸움이 아니라 그 다음에 고용된다 — 군대의 꼬리에 끌려간 마을 사람들의 몸값을 치르러 가는 상인의 호위다. 패잔병이 떠도는 들을 건너, 사람을 물건처럼 셈하는 자들의 장막에서 흥정하고, 약속한 수보다 한 명이 모자란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된다. 싸움으로 푸는 길과 셈으로 푸는 길이 둘 다 열려 있고, 둘 다 값을 치른다.


들은 너르고, 너른 만큼 오래 기억한다 — 말굽 소리도, 깃발도, 거두어 가지 않은 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