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fc-doc

#견문 5 — 기나이 (畿內)

목차

Kinai travel impression, palace roof line far away, market bundle, and shrine step, no city detail.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기록이며, 사실과 소문과 오해가 섞여 있다. 끝의 「탁자에서」만 Scene Tool.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수치가 필요하면 정본 co로 간다.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이 일기를 쓴 자는 화자 — 남만의 붓에 있다.

다루는 옛 국: 야마시로(山城) · 야마토(大和) · 가와치(河內) · 이즈미(和泉) · 셋쓰(攝津) — 이 다섯 국은 일곱 길(道)의 어느 것에도 들지 않고 '안(畿內)'으로 따로 묶인다. 그 사정은 교차표가 쥔다.

여정: 이전 — 견문 4. 기이 · 다음 — 견문 6. 오우미


#여로 — 미아코 입성

핀투의 일기에서 — 기이의 산을 벗어나 들로 내려선 지 닷새째, 미아코에 들다.

산이 끝나고 들이 열렸다. 나라(奈良)의 옛 서울을 지나 북으로 이틀 — 들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강을 따라 길이 곧아지고, 길 위의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칼이 먼저 알아차렸다. "큰 도시가 가깝소. 길에서 흙냄새가 빠지면 도시요."

언덕 하나를 넘자 그것이 보였다. 미아코(교토) — 이 나라 사람들이 그저 '서울'이라 부르는 도시. 나는 항구에서부터 이 도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걸었다. 천황이 사는 곳. 천 년 가까이 나라의 가운데였던 곳. 비단과 금박과 천 개의 절. 장사꾼답게 나는 그 말들을 반으로 깎아 들었는데 — 와서 보니 반으로 깎을 곳과 곱절로 늘릴 곳을 잘못 짚었다.

도시에는 성벽이 없었다. 우리 나라의 서울이라면 가장 두꺼운 성벽이 둘렀을 자리에, 밭과 갈대와 불탄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도시가 둘이었다. 북쪽에 마을 하나, 남쪽에 마을 하나 — 두 마을 사이에 빈 들이 끼어 있고, 들 가운데 외길 하나가 두 마을을 잇고 있었다.

"도시가 둘이오?" 내가 물었다.

"본래 하나였습니다." 혀가 말했다. "가운데가 탔습니다."

언제 탔는가, 누가 태웠는가 물었더니 — 길에서 만난 사람마다 다른 싸움의 이름을 댔다. 노인은 제 할아버지 적의 난리를 말했고, 주막의 사내는 스무 해 전의 싸움을 말했고, 아이는 작년의 불을 말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 도시는 한 번 불탄 것이 아니다. 백 년을 두고 여러 번 불탔고, 그때마다 다시 지은 것이다.

남쪽 마을로 들어섰다. 어귀에 목책이 서 있고 망루가 있고 문이 있었는데 — 문을 지키는 것이 병사가 아니었다. 포목전 주인 같은 사내가 장부를 끼고 서서, 우리 짐을 보자기째 한 번 들춰 보고는 길을 내주었다. 관소 하나 지나는 데 한나절을 쓰던 몸이라, 나는 얼떨떨하여 두 번 돌아보았다.

우리와 달리 이 도시의 문은 영주가 세운 것이 아니다.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제 거리 어귀에 제 돈으로 세운 것이다. 영주의 성벽은 없는데 거리의 목책은 거리마다 있다 — 도시 하나가 작은 성 수십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문 안은 다른 세상이었다. 비단 가게가 줄을 잇고, 칼 가게의 칼이 등잔불에 번들거리고, 경전과 부적을 파는 가게와 신에게 바치는 술을 파는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불탄 들을 등 뒤에 두고, 시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흥정으로 끓고 있었다. 장부를 꺼내 적기 시작한 손이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북쪽 마을로 올라가 천황의 궁이라는 곳을 지났다. 담은 낮았고, 군데군데 흙이 무너진 채였다. 우리 임금의 가장 작은 별궁도 이보다는 높은 담을 두른다. 그런데 — 그 담 앞을 지나는 사람마다 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숙였다. 칼도 갓을 기울였다. 그가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여기 사는 분은 군대가 있소?" 내가 물었다.

"없습니다." 혀가 말했다.

"곳간은?"

"비었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모두 절을 하오?" 혀는 한참 생각하더니, 통사 노릇을 그만두고 제 말로 답했다. "여기 계시기 때문입니다."

군대도 곳간도 없이 받는 절. 장부의 어느 난에도 적을 수 없는 재산이다. 나는 이것을 셈하는 법을 모른다 — 모른다는 것까지 적어 둔다.

해가 지자 종소리가 겹으로 울렸다. 도시 안의 절들이 한 겹, 동북쪽 산 위의 절들이 또 한 겹. 종소리는 시장 위로도, 불탄 들 위로도 똑같이 내려앉았다.

오늘 적는다. 수도는 절반이 재이고 절반이 시장이었다. 내가 본 것이다. 그리고 재 쪽에서도 시장 쪽에서도, 이 도시가 나라의 가운데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의 땅 — 네 도시

미아코를 안은 다섯 국을 기나이라 한다 — 나라의 일곱 길이 전부 여기서 시작하고 여기서 끝난다는 것은 길과 여행에 적었다. 들은 오래 갈려 기름지고, 길은 곧고, 강은 배를 띄울 만하고, 바다는 항구를 여럿 가졌다. 어느 항구에서 시작한 소문도 끝내 여기 닿고, 어느 산에서 캔 은도 끝내 여기서 값이 매겨진다. 나는 이 다섯 국에서 도시 넷을 보았다. 넷이 서로 너무 달라서, 같은 들에 있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미아코 — 두 번 사는 도시

미아코는 위에서 적은 대로 둘로 살고 있다. 북쪽 마을에는 궁과 귀인들의 저택이 있고, 남쪽 마을에는 장인과 상인이 산다. 두 마을 다 거리마다 목책과 망루와 종을 두었고, 밤에는 거리 사람들이 번을 서서 제 거리를 지킨다. 불을 지키고, 도둑을 지키고 — 그리고 짐꾼들 말로는, 밤에 다니는 다른 것도 지킨다 한다. 그 이야기는 뒤에 적는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 도시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보인다. 기둥은 대개 새 나무이고, 주춧돌은 대개 옛 돌이다. 타면 — 주춧돌 위에 다시 짓는다. 비단 짜는 거리에서는 베틀 소리가 골목 하나를 가득 채웠고, 칼 대장간 거리에서는 이 나라에서 으뜸으로 치는 명검이 나온다 들었다. 경전을 찍는 집, 부적을 쓰는 집, 신주를 빚는 집 — 파는 물건의 절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대로 한 장사라는 점은, 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를 시장이 먼저 말해 주는 셈이다.

미아코에서 남으로 열서너 리 — 리(里)의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에 맡긴다 — 를 가면 바다가 나오고, 거기 사카이가 있다. 짐 없는 발로 이틀, 우리 행렬로는 사흘이었다.

#사카이 — 다이묘 없는 도시

사카이(堺)에 드는 날, 혀의 걸음이 빨라졌다. 말씨도 달라졌다 — 값이 먼저 나오고 인사가 나중에 나오는, 빠르고 단단한 말. 제 고향의 말이라 했다.

도시는 삼면에 물을 두르고 바다를 향해 열려 있었다. 파서 만든 해자다 — 내가 본 것이다. 해자 안쪽에 망루가 줄지어 섰는데, 천수각이 없다. 영주의 성이 없는 것이다. 성이 있을 자리에 창고가 있다. 희게 회를 바른 창고가 줄지어 선 것이, 멀리서 보면 그것이 성벽 같다.

도시의 주인을 물었더니 혀가 찻집 하나를 가리켰다. 늙은 상인 여남은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저 어른들입니다. 회합중(會合衆)이라 합니다." 왕이 아니다. 영주가 아니다. 차를 마시는 노인들이 도시를 다스린다 —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 노인들 앞으로 도시의 다툼이 가고, 그 노인들의 도장으로 도시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머무는 동안 여러 번 보았다.

군대가 왔을 때 이 도시가 한 일을 들었다. 다리를 올리고, 문을 닫고, 망루 위에 — 병사가 아니라 — 사절과 궤짝을 올렸다 한다. 도시가 통째로 값을 불렀고, 군대는 값을 받고 돌아갔다 한다. 들은 이야기다. 나도 들으며 두 번 되물었다. 도시는 군대를 기르지 않는 대신 군대를 산다. 문을 지키는 창잡이들은 삯을 받는 낭인들이고, 삯이 끊기면 떠난다 — 그런데도 이 도시의 밤이 미아코의 밤보다 밝고 조용했다.

항구에는 우리 배가 와 있었다. 남만의 유리잔이 내 고향 항구의 세 곱 값으로 팔리는 것을 보고 웃었고, 생사와 은이 상자째 오가는 것을 보고 웃음을 거뒀다. 철포도 상자째 거래되는데, 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곳은 여기가 아니라 호수의 나라라 들었다 — 그 마을 이야기는 다음 장에 적는다. 다기(茶器)라 부르는 흙그릇이 비단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보았는데, 그 까닭은 뒤에 따로 적어야겠다.

사카이라는 이름부터가 '경계'라는 뜻이라 한다 — 세 국이 만나는 자리에 섰기 때문이라고. 들은 이야기다. 어느 국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은 자리가 어느 영주에게도 속하지 않은 도시를 길렀다면, 이름값을 한 셈이다.

상륙한 뒤로 나는 많은 것에 놀랐다. 그러나 장부를 덮고 한참을 앉아 있었던 것은 사카이가 처음이다. 다이묘가 없는 도시. 영주의 성이 없고, 영주의 세금이 없고, 영주의 깃발이 없다. 그런데 길은 더 곧고, 다리는 더 튼튼하고, 흥정은 더 정직하다. 이 나라는 칼이 다스린다 — 고 나는 여태 적어 왔다. 사카이는 그 문장에 달린 단 하나의 주석이다.

우리 바다에도 물로 띠를 두르고 장사로 일어선 도시가 있다. 베네치아라 한다. 나는 평생 그 도시를 세상의 별종이라 여겨 왔는데, 와서 보니 별종이 아니었다 — 같은 답을 두 바다가 따로 찾아낸 것이다. 장사꾼이 장사꾼의 법으로 다스리는 도시. 이 일기를 통틀어 내가 부러움을 적는 것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라 — 부처가 거느린 도시

미아코보다 더 오랜 서울이었다 한다. 지금은 서울이 아니지만, 도시는 다른 것의 도시로 살아 있다 — 절의 도시다.

거리에 사슴이 다닌다. 가게 앞에서 떡을 채 가도 아무도 몽둥이를 들지 않는다. 신의 사자라서 그렇다 한다. 사슴이 사람을 비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슴을 비키는 거리를, 나는 이 나라 말고는 알지 못한다. 내가 본 것이다.

큰 절에는 구리로 부어 만든 큰 부처가 있었다. 앉은 키가 우리 성당의 종탑만 한데 — 지붕이 없었다. 부처를 덮었던 큰 집이 난리에 탔고, 부처는 그 뒤로 비를 맞으며 앉아 있다 한다. 우리 같으면 신상이 비를 맞는 동안 온 나라가 통곡했을 것이다. 이들은 절을 하고, 시주를 놓고, 지나간다. 언젠가 다시 지을 것이라고 — 누가 언제 짓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로 —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이 고을에서 세를 걷는 것은 영주가 아니라 절이라 들었다. 절이 논을 가지고, 창고를 가지고, 저자를 가진다. 그리고 절 문 앞에 창이 서 있다 — 머리를 깎은 사내들이 긴 자루 칼을 들고 문을 지키는 것을 내가 보았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의 수도사는 기도와 칼을 한 손에 쥔다. 절이 곧 영주요, 승려가 곧 무사인 도시 — 나라에서는 그 말이 비유가 아니다.

#이시야마 — 성처럼 버티는 절

셋쓰의 강 어귀, 이시야마(石山)라는 언덕에 그 절이 있다. 사람들은 혼간지라 불렀다.

멀리서 보면 누구라도 성이라 할 것이다. 해자가 있고, 토루가 있고, 목책이 겹으로 둘리고, 망루마다 깃발이 섰다. 그런데 성안에서 들려오는 것이 군호가 아니라 염불이다. 수천 입이 한 목소리로 부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물 건너까지 바다 울음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문으로는 쌀가마니와 소금섬을 진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빨려 들어갔다 — 무사가 아니라 농사꾼들이었다. 들어가는 행렬은 보았으나 나오는 행렬은 보지 못했다.

강 건너에는 군기가 줄지어 펄럭이고 있었다. 영주의 군대가 진을 치고 절과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싸우고 있지 않았고, 누구도 물러나고 있지 않았다.

절이 성처럼 버틴다. 내가 본 것이다. 어느 쪽이 이기고 있는지는 — 보고도 모르겠어서, 적지 않는다.

혀는 이시야마에서 말을 아꼈다.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만 했다. "여기 말은 제가 옮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편자 주: 핀투가 강 건너에서 본 것이 어느 절이고, 그 절이 누구의 본거지이며, 마주 본 군기가 누구의 것인지 — 그 전쟁의 속사정은 정본 세력도가 쥔다. 본권은 외인의 눈에 비친 성벽과 염불만 적는다.


#사람과 풍속 — 좁은 문 안의 정치

미아코 사람의 말은 곱다. 그리고 그 고운 말이 갑옷이다. 혀가 첫날 가르쳐 주었다. "미아코 사람이 '언제 한번 들르시지요' 하면, 오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정을 말로 내보이고, 그들은 말로 가린다. 불탄 자리를 두고도 그렇다 — 뉘 집이 탔는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차다고 적었다가, 지웠다. 백 년을 여러 번 불탄 도시에서는, 묻지 않는 것이 위로의 법인지도 모른다.

사카이 사람의 말은 빠르고, 그 빠른 말이 도장만큼 무겁다. 이 도시의 장사는 칼이 아니라 장부와 신용이 지킨다. 다툼이 나면 칼 대신 회합중 앞으로 가고, 무사가 칼을 차고 들어와도 값은 못 깎는다 — 값을 깎는 것은 신분이 아니라 물량이다. 큰 여인숙 앞에서 무사가 긴 칼을 맡기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와 달리 이 도시에서 귀한 것은 핏줄이 아니라 장부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회(茶會)가 있다. 사카이의 호상 하나가 나를 초대했을 때, 나는 잔치를 기대하고 갔다.

잔치가 아니었다. 정원 안쪽의 풀로 이은 작은 집 — 곳간보다 작은 집이었다. 문은 개구멍만 해서 네 발로 기어 들어가야 했고, 칼은 밖에 걸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가장 귀한 손님을 가장 큰 문으로 맞는데, 그들은 가장 좁은 문으로 들인다. 영주도 그 문 앞에서는 칼을 풀고 무릎으로 긴다 한다. 방 안에는 등잔 하나, 꽃 한 송이, 그리고 솥의 물 끓는 소리뿐이었다. 주인이 말없이 차를 저어 내놓았는데, 푸르고 쓴 거품이었다. 사레가 들렸고, 주인은 웃지 않았다.

찻잔은 검고 찌그러진, 내 눈에는 못생긴 그릇이었다. 돌아 나와서 값을 듣고 두 번째 사레가 들렸다. 성 하나와 찻잔 하나를 바꾼 자가 있다고들 한다 — 들었다. 세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은 보았다. 그 좁은 방에서 주인과 손님은 한 식경 넘게 마주 앉아 있었고, 나온 뒤 두 사람 사이에는 큰 거래 하나가 맺어져 있었다. 칼을 두고 들어가는 방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이 나라의 평의장은 넓은 대청이 아니라 다다미 두 장이라고, 나는 장부 귀퉁이에 적어 두었다.


#혼세의 땅 — 이름과 장부

기나이의 전쟁은 다른 지방의 전쟁과 다르다. 들에서 군대가 부딪치는 일보다, 방 안에서 이름과 도장이 오가는 일이 많다.

가운데에 천황이 있다. 군대가 없고, 곳간이 비었다는 것은 여로에 적었다. 그런데 나라를 예순몇으로 가른 영주들이 — 서로는 죽고 죽이면서 — 이 군대 없는 분께는 다투어 예물을 올린다 한다. 벼슬의 이름을 받기 위해서다. 제 칼로 빼앗은 땅도, 천황의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이 더해져야 비로소 '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들은 이야기다. 우리 임금들은 군대로 이름을 지키는데, 이 나라의 천황은 이름만으로 군대 없이 산다. 그 이름을 사고파는 시장이 미아코의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시장이다.

길에서는 한 가지 깃발을 자주 보았다. 요마를 멸하는 것이 천하를 다스릴 명분이라 내건 큰 번의 군기다 — 카구라라 한다고 혀가 일러 주었다. 그 번의 근거지가 이 언저리에 있다 들었고, 그 군대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미아코와 사카이의 상인들이 쌀값보다 먼저 셈하는 것을 보았다.

동북쪽 산 위에는 절들의 연합이 있다. 산의 이름은 히에이(比叡)라 들었고, 그 산의 절들이 련(連)을 이루어 미아코를 내려다본다. 산이 노하면 도시가 떤다고 미아코 사람들은 말한다 — 산의 승병이 횃불을 들고 내려온 해의 이야기를, 노인들은 어제 일처럼 했다. 그리고 산의 절과 강의 절은 — 히에이와 이시야마는 — 같은 부처를 모시면서 서로를 이단이라 부른다 한다. 들은 이야기다. 나는 그 한 줄 이상은 묻지 않았다. 혀가 두 번이나 말을 돌렸기 때문이다.

사카이의 장사는 좌(座)라 부르는 조합들이 쥔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손을 사카이좌라 부르는데, 좌장이라는 이의 이름은 들었어도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군기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상인이 먼저 알고, 상인의 은이 어디로 흐르는지 군대가 따라 움직인다 — 군대와 장사꾼이 서로를 사는 것이 이 땅의 정치다.

그리고 — 적을지 말지 오래 망설인 장사가 하나 있다.

사카이의 어느 손님방에서, 거간 하나가 비단보에 싼 칼 한 자루를 내보였다. 새로 벼린 듯 날이 푸른데, 거간은 백 년 묵은 솜씨라 했다. 슴베에 도공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혀가 그 이름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 모르는 이름이라 했다. 거간이 웃으며 말하기를, 음양사를 불러 감정을 시켰더니 "아직 없는 이름"이라 하더라는 것이다. 값은 — 적지 않겠다. 적으면 내가 부풀린 줄 알 것이다. 이 장사가 시작된 것이 다섯 해쯤 전부터라 들었다. 출처는 묻지 않는 것이 예의고, 감정서 한 장이 출처를 대신한다 했다. 어느 영주들은 이런 물건이라면 값을 묻지 않고 산다 한다.

사겠느냐기에 나는 장사꾼의 율을 댔다 — 출처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거간은 웃었고, 칼을 도로 감쌌고, 나는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출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출처가 무서운 것이다.

더 깊은 소문도 있다. 사카이의 가장 깊은 거래 가운데는 상대가 사람이 아닌 것이 있다는 말 — 술자리 끝에 한 번, 새벽 부두에서 한 번, 서로 모르는 두 입에서 같은 말을 들었다. 들은 이야기다. 두 번 들었다고 적어 둘 뿐이다.

편자 주: 핀투가 본 칼이 진품인지, 거간이 누구의 사람인지, 그리고 '사람이 아닌 상대'가 무엇인지 — 사카이좌의 두 장사의 속사정은 정본 세력도연표가 쥔다. 탁자에 올릴 때 어디까지 진실로 만들지는 GM이 정한다.


#영이의 땅 — 오래 산 도시의 오래 산 것들

시골의 요마는 길을 막는다고들 한다. 기나이의 요마는 — 자리를 권한다 한다. 가장 오래 사람이 산 땅의 요마는 사람과 가장 오래 산 요마라서, 산짐승처럼 덤비지 않고 이웃처럼 군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고, 미아코 사람들은 자랑인지 한탄인지 모를 얼굴로 말했다.

미아코에는 값이 없는 좋은 터가 있다. 시장에서 멀지 않고, 물이 좋고, 볕이 드는데 — 비어 있다. 장사꾼의 율로 말하자면, 값이 싼 좋은 땅은 없다. 값이 아예 없는 좋은 땅은 더더욱 없다 — 까닭이 있는 것이다. 물으면 사람들은 대답 대신 그 터의 옛 주인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한다. 이 도시는 가장 많은 영화를 쌓은 만큼 가장 많은 원한을 쌓았고, 원한은 등기가 없어도 제 터를 지킨다. 그런 터에는 집 대신 작은 사당이 서거나, 아무것도 서지 않는다.

도시 남쪽 끝에 옛 큰 문의 자리가 있다. 문은 오래전에 무너져 주춧돌만 남았는데, 낮에는 아이들이 그 돌 위에서 놀고, 밤에는 어른들이 그 자리를 에둘러 다닌다. 옛날 그 문 위에 오니가 살았다 한다 — 들은 이야기고, 아주 옛날의 이야기다. 문은 무너져도 문지방은 남는 모양이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오래 보지 않는 풍속도 있다. 지나치게 어여쁜 사람, 지나치게 완벽한 물건을 두고 미아코 사람들은 "꼬리를 본다"고 한다. 옛날 천황의 곁에까지 여우가 들었던 적이 있다 해서다 — 들은 이야기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농담을 하면서 아무도 웃지 않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츠쿠모가미 — 백 년 묵은 세간에 영이 깃든 것을 그리 부른다 한다. 오래된 물건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땅이 여기다. 고물 저자에서 옛 거울 하나를 헐값에 집으려는데 혀가 내 손을 눌렀다. "오래되어 싼 물건과, 오래되어 임자가 있는 물건은 다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에는 물건을 버리는 데도 값을 치르는 장사가 있었다 — 다 쓴 바늘과 빗과 인형을 절에 가져가 공양하고 태우는 것이다. 백 년을 같이 산 물건은 식구지,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양이도 그렇다 — 너무 오래 기르면 말을 한다고, 저잣거리의 노파가 진담 반으로 일렀다. 우리는 물건을 오래 쓰면 아끼게 되는데, 이들은 물건을 오래 쓰면 조심하게 된다.

편자 주: 핀투가 주워들은 것들의 원형 — 문 위의 오니, 궁정의 여우, 밤거리의 행렬 — 은 옛 시대를 다룬 평안야화가 쥔다. 라쇼몬의 일화는 츠치구모와 라쇼몬의 오니, 여우의 일화는 타마모노마에를 볼 것. 본권은 그 옛이야기들이 남긴 현재의 흔적만 적으며, 기나이에서 굴릴 조우의 경향은 정본 전국의 땅에 있다.

미아코의 동쪽 출구는 고개다. 그 고개 너머에서 본 물과, 물가의 망치 소리는 견문 6 — 오우미에 적는다.


#탁자에서

Scene Tool. 이 절만 GM용 장면 도구다.

기나이의 시나리오는 칼보다 말이 먼저다. 적은 군대가 아니라 체면·신용·이름이고, 전장은 들판이 아니라 다다미 두 장이다. 굴림 하나로 줄이고 싶으면 정본 비전투 규칙의 판정 틀을 빌리면 되고, 기나이에서 굴릴 사건 열 가지는 정본 전국의 땅에 이미 있다. 본권은 화자가 지나간 자리에서 세 장면만 보탠다.

빈 의석. 회합중의 노인 하나가 죽었다. 자연사라고들 한다 — 빈 의석 하나를 두고 세 호상 집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행은 한 집안의 호위로, 입회인으로, 혹은 죽은 노인의 마지막 심부름을 쥔 자로 사카이에 들어선다. 이 도시는 성벽 안에서 칼을 뽑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 그래서 모든 공격이 칼이 아닌 것으로 온다. 신용을 무너뜨리는 소문, 장부의 위조, 배 한 척의 실종. 칼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도시에서, 일행의 칼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찻잔 하나의 화친. 두 세력의 화친이 다회 한 자리에 걸렸다. 일행은 경호로 따라왔으나 — 좁은 문 앞에서 칼을 풀어야 한다. 다다미 두 장, 등잔 하나, 주인과 손님과 끓는 물. 그 방 안에서 오가는 모든 것 — 찻잔을 돌리는 차례, 꽃의 종류, 말 한 마디의 길이 — 이 전부 수(手)다. 독은 차에만 드는 것이 아니라 말에도 들며, 명물 다기가 깨지는 순간 화친도 깨진다. 무기 없는 방에서 치르는 한 판을, 판정보다 장면으로 굴려 볼 것.

아직 없는 이름의 칼. 사카이에서 출처 불명의 명검이 동쪽의 영주에게 팔렸다. 일행의 일은 호송 — 값은 후하고, 길은 여로의 사건을 펴면 된다. 문제는 슴베에 새겨진 도공의 이름이다. 감정한 음양사가 봉인 쪽지 한 장을 함께 붙였다. "이 이름의 임자는 아직 살아 있다 — 어린아이다. 칼이 임자를 알아보기 전에 인도를 마칠 것." 칼을 산 자도, 판 자도, 그 쪽지에 대해서는 값을 치르지 않았다.


이 나라의 가운데를 쥔 것은 칼이 아니었다 — 이름과 장부였다. 칼은 그 둘을 사러 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