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5 · hb-doc

#제2장 세계 한 장

목차

칼과 요마의 전국 대치

안개 낀 전장에서 칼을 든 무사가 붉은 눈의 그림자와 마주 선다. 이것이 네가 걸어 들어갈 세계다. 이 장은 그 세계를 한 장으로 요약한다 — 어느 시대에, 무엇과 함께, 무엇을 걸고 싸우는가. 규칙은 다음 장부터다. 여기서는 네 칼이 향할 곳을 먼저 정하라.


#1. 시대 — 칼과 요마의 전국

#전국의 난세

때는 전국(戰國). 천황의 권위는 무너진 지 오래고, 각지의 다이묘(大名)가 천하를 놓고 피를 흘린다. 아시가루(足軽)가 전열에서 죽어 나가고, 사무라이가 적장을 향해 돌진하며, 시노비가 밤의 그림자 속에서 목을 노린다. 시대 배경은 전국시대 말기에서 아즈치모모야마 —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활동하는 시기다. 기술 수준은 카타나·야리·활·철포, 갑옷은 당세구족(當世具足), 성곽은 석조. 무사·농민·장인·상인의 신분제가 있고, 승려는 별도 계급, 시노비는 비공식 전력이다.

단 하나, 역사와 다른 것이 있다 — 요마가 실재한다.

#영계의 문이 열리다

전쟁의 피가 대지에 스며들 때, 영계(靈界)의 문이 열린다. 영계는 인간 세계와 겹쳐진 영적 세계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쟁·죽음·분노가 집중된 장소에서 문이 열린다. 그 틈으로 산에서 오니(鬼)가 내려오고, 하늘에서 텐구(天狗)가 감시하며, 전사자의 원한이 원령(怨靈)이 되어 전장을 배회한다. 배고픈 아귀(餓鬼)가 시체를 뜯고, 요호(妖狐)가 인간으로 둔갑하여 진영 사이를 누빈다.

이 세계의 요마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질투·원한·탐욕·분노 — 인간의 어두운 감정이 형체를 가진 것이 요마다. 그래서 요마를 베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감정의 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시 생긴다. 진짜 해결은 원한을 풀거나, 봉인하거나, 정화하는 것 — 그리고 전국시대의 무사는 칼밖에 모른다. 그래서 다이묘는 음양사(陰陽師)를 고용하고, 밀교승(密教僧)에게 퇴마를 의뢰하며, 정토승(淨土僧)의 기도로 병사의 공포를 달랜다. 전투는 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칼로 쓰러뜨리고, 경문으로 봉인하고, 음양술로 정화한다 — 무사와 승려와 음양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

영계는 요마만 풀어놓지 않는다. 영계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곳 — 인간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차원이다. 그 문이 열린 순간, 시대를 거슬러 온 무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계 귀물(靈界鬼物) — 미래의 명도공이 만들 칼이, 아직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 시대 사무라이의 손에 쥐어진다. 이 존재의 상세는 기본 룰북의 무기 자료에 있다.

#남만과 화약

남만(南蠻)에서 건너온 이방인은 화약이라는 새 힘을 가져왔다. 철포(鐵砲)는 오니의 가죽마저 뚫고, 대포는 성벽을 무너뜨린다. 어떤 다이묘는 이 이국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어떤 자는 전통을 고수하며 배척한다. 이방인이 가져온 것은 철포만이 아니다 — 데우스(天主)의 말씀, 곧 기리시탄(切支丹) 신앙도 함께 왔다. "유일신"이라는 개념은 팔백만 카미와 무수한 부처가 공존하던 이 나라에서 혁명적이었고, 어떤 자는 공감했으며 어떤 자는 분노했다.

#이 게임의 규모

이 게임의 스케일은 대규모 합전이 아니라 소규모 부대의 전술적 교전이다. 주급 PC 2~4명에 분대 몇 개가, 요마 무리 또는 적 부대와 맞선다. (주급은 유닛 등급 사다리의 꼭대기다 — 너희 PC가 바로 그 자리에 선다. 등급은 제3장에서 배운다.) 전형적 시나리오는 요마 토벌, 성채 공방, 수레 호위, 암살 저지, 결계 방어, 영계 침입이다. 전투는 영웅 한 명이 전장을 홀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 사무라이가 전열을 지키고, 아시가루가 창으로 진형을 유지하며, 뒤에서 궁병이 비를 쏟는다. 영웅은 강하지만 병사 없이는 전장을 지킬 수 없다.

#네가 서는 자리

플레이어는 이 혼돈의 한가운데에 선다. 다이묘의 명을 받은 무장, 주군을 잃은 낭인, 산사의 퇴마승, 이국에서 건너온 총잡이, 전장을 누비는 시노비 —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소수의 정예를 이끌고 요마를 토벌하거나, 적 다이묘를 무너뜨리거나, 또는 요마의 힘을 이용하여 천하를 도모한다. 인간의 적은 요마이면서 동시에 인간이다. 그 사이에서 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영주의 명령에 따를 것인가, 자기 신념을 따를 것인가. 요마를 벨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 동료를 지킬 것인가, 임무를 완수할 것인가. 그 선택들이 모여 네 캐릭터의 이야기가 된다.

출전: co-02-01 세계관 · co-02-06 연표 · co-01-02 혼세영요담이란


#2. 삼도육심 — 네 칼이 향하는 곳

삼도육심 방사 도해

번호의미
1
2
3
4
5
6
7無心

D&D의 9성향은 쓰지 않는다. 이 세계의 존재는 유(儒)·불(佛)·선(仙)의 삼도(三道) 중 하나의 길 위에 서며, 그 길의 밝은 면(明)과 어두운 면(暗)이 마음의 방향을 결정한다. 삼도육심은 "줄어드는" 수치가 아니라 "바뀌는" 방향이다. 충(忠)에서 패(覇)로 바뀌는 것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야기가 끝나야 알 수 있다.

캐릭터를 만들 때 너는 도(道) 하나와 그 도의 심(心) 하나를 고른다. 1단 캐릭터는 보통 명심(明心)으로 시작하며, 암심(暗心)은 GM 허가 시 고른다. 심은 규칙적 제약이 아니라 서사 도구다 — 네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왜 칼을 드는지를 답하는 것이다.

#삼도 (三道)

도(道)근원핵심 가치던지는 질문
예도 (禮道)유(儒) — 유교/무사도질서, 충의, 인륜, 예법"인간의 도리란 무엇인가?"
공도 (空道)불(佛) — 불교자비, 업, 공(空), 해탈"고통은 왜 존재하며, 어떻게 끝나는가?"
현도 (玄道)선(仙) — 도교/신도자연, 조화, 신령, 무위"세계는 있는 그대로 완전한가?"

각 도에는 밝은 면(명심)과 어두운 면(암심)이 있다. 충(忠)이 극에 달하면 패(覇)가 되고, 자비(慈)가 극에 달하면 허무(虛)가 되며, 자연(眞)이 극에 달하면 마(魔)가 된다. 밝은 마음과 어두운 마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육심 (六心)

예도의 명심 — 충 (忠, Loyalty) 주군을 위해, 가문을 위해, 나라를 위해 칼을 드는 마음. 자신보다 큰 것에 봉사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 믿는다. 충의 마음은 질서를 수호한다 — 약속을 지키고, 은의를 갚고, 위계를 존중하며, 전장에서 가장 먼저 서고 가장 늦게 물러선다. 어울리는 직업은 사무라이·정토승·학자. 갈등의 순간: "주군의 명령이 잘못되었을 때에도 따라야 하는가?"

예도의 암심 — 패 (覇, Hegemony) "나의 질서가 옳다"는 확신이 "모든 것은 나의 질서 아래 있어야 한다"로 변한 마음.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대의, 이교(異敎)를 불태우겠다는 정화, "더 큰 선을 위해" 마을을 불사르는 결단. 패의 마음은 질서를 강요한다 — 복종하지 않는 자는 적이며, 패권의 길에 자비는 없다. 충→패 전환은 "대의를 위해" 무고한 자를 해쳤을 때, 자신의 질서를 타인에게 강요했을 때 일어난다.

공도의 명심 — 자 (慈, Compassion) 모든 존재는 고통받는다 — 적도, 요마도, 잡귀조차도. 자의 마음은 칼을 들되 증오하지 않고, 적을 쓰러뜨리되 경을 외운다. 싸우는 것은 더 많은 고통을 막기 위해서지 적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요마에게조차 자비를 베풀 수 있는지가 이 마음의 시험이다. 어울리는 직업은 정토승·예인·밀교승(자비 쪽). 갈등의 순간: "이 요마를 죽이지 않으면 마을이 죽는다. 그러나 이 요마도 고통받고 있다."

공도의 암심 — 허 (虛, Void) "모든 것이 고통"이라는 깨달음이 "그렇다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로 떨어진 마음. 사랑하는 자가 죽고, 지키려던 마을이 불타고, 구원하려던 요마가 결국 인간을 죽일 때 자비는 허무로 무너진다. 허의 마음은 공허다 — 아무것도 지키려 하지 않으며, 때로는 "모든 고통을 끝내기 위해" 세계 자체를 끝내려 한다. 자→허 전환은 지키려던 것이 모두 무너졌을 때, 자비가 보답받지 못할 때의 절망에서 일어난다.

현도의 명심 — 진 (眞, Truth) 세계는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 인간도 요마도 자연의 일부이며, 카미(神)의 질서는 인간이 만든 질서보다 오래되고 넓다. 진의 마음은 조화를 추구한다 — 인간과 요마의 공존을 불가능하다 여기지 않으며, 영계의 문이 열린 것조차 세계가 새 균형을 찾는 과정일 수 있다고 본다. 어울리는 직업은 야인·풍수사·현인신·음양사(공존 쪽). 갈등의 순간: "이 요마를 봉인하면 산의 카무이가 노한다. 그러나 봉인하지 않으면 마을이 위험하다."

현도의 암심 — 마 (魔, Demon) "있는 그대로"가 "약육강식"이 된 마음. 강한 자가 먹고 약한 자가 먹힌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 — 인간의 도덕이나 자비는 자연에 없다. 마의 마음은 본능이다. 힘이 곧 법이고, 욕망을 억제하지 않는다. 반요가 인간성을 버리고 대요마가 될 때, 야인이 문명 자체를 부정할 때가 이 마음이다. 진→마 전환은 "자연은 아름답다"에서 "자연은 잔인하다"로 시점이 바뀔 때, 요마의 힘에 도취되었을 때 일어난다.

#무심 (無心, No Heart)

어떤 도에도 기울지 않은 상태. 편도 신념도 없다. 방랑자·상인, 또는 방향을 잃은 자.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아직 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신념을 잃으면 어떤 도에서든 무심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무심에서 새로운 도를 찾는 것이 캐릭터 성장의 큰 전환점이 된다. 낭인·시노비·외인·상인 등은 자연스럽게 무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은 바뀐다

사람의 마음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전장에서의 선택, 잃은 것, 지킨 것, 배신과 은의 — 이 모든 것이 마음을 밝은 쪽이나 어두운 쪽으로 밀어낸다. 같은 도 안에서의 전환(명⇌암)은 자연스럽지만, 도 자체를 바꾸는 것(예⇌공⇌현)에는 주군의 배신이나 모든 것의 상실 같은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필요하다. 전환은 GM이 판단하며, 서사적 설득력이 있을 때 일어난다. 기리시탄은 삼도 밖의 독자 체계 천주도(天主道)로 취급한다 — 명심은 신앙(信), 암심은 광기(狂). 상세는 기본 룰북의 신앙 자료에 있다.

출전: co-02-02 삼도육심 · co-02-08 전국의 신앙 §기리시탄


#3. 세력 조감 — 누가 전국을 다투는가

13세력 조감 도해

번호의미
1-7인간 세력 7 (본문 표 순서)
8-12요마 세력 (본문 표 순서)
13영계의 왕좌 — 요마 측 여섯째이자 공동의 적 (이중 원)
10한냐제단 — 전원 적대 (톱니 테두리)
11무현중 — 전원 중립 (점선 테두리)

전국에는 인간 일곱, 요마 여섯, 도합 열세 세력이 얽힌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맹이 되고, 진정한 적은 세계 자체를 삼키려 한다. 각 세력은 고유한 지도자·철학·병종을 가지며, 세력에 속한 모든 유닛은 그 세력의 철학이 전장에서 발현되는 진영 기반([소양] 패시브 특성)을 공유한다. 아래는 이름과 한 줄 소개다 — 지도자·진영 기반·고유 병종·관계도가 궁금해지면 기본 룰북의 세력도를 펴라.

#인간 세력

세력심(心)/도(道)한 줄
카구라번 (神樂藩)覇 / 예도전국 최강의 군사 세력. 요마 토벌을 명분으로 영토를 확장한다. 표면은 忠, 이면은 覇.
히에이련 (比叡連)忠→覇 / 공도히에이잔의 사찰 연합. 요마의 완전 봉인을 목표로, 어떤 타협도 거부하는 순수주의.
사카이좌 (堺座)無心 / —항구 도시 사카이의 상인 연합. 양 진영에 무기를 팔고, 요호와도 밀거래한다.
후마중 (風魔衆)無心 또는 魔 / 현도관동의 시노비 집단. 주군을 섬기지 않고, "재미있는" 최고가 의뢰만 받는다.
잇코잇키 (一向一揆)慈 / 공도농민과 잡민의 봉기 세력. "남무아미타불"을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 않는 물결.
쿠니토모좌 (國友座)眞 / 현도오우미의 철포·가라쿠리 장인 집단. "칼로는 요마를 못 이긴다. 기술만이 답이다."
엔료관 (遠慮館)眞 / 현도요마와 인간의 공존을 연구하는 금기의 학당. 무력은 미약하나 요마 지식은 전국 최고.

#요마 세력

세력심(心)/도(道)한 줄
슈텐산 (酒天山)魔 / 현도오니의 왕 슈텐도지가 지배하는 산중 요새. 인간을 연회의 "안주"로 삼는 문명적 야만.
비우산 (尾羽山)魔/無心 / 현도요호들의 은밀한 궁정. 인간을 죽이지 않고 이용한다 — 무기는 폭력이 아니라 기만.
한냐제단 (般若祭壇)虛 / 공도전사자의 원한이 응집된 집합 의식체. 전쟁이 계속될수록 강해진다.
무현중 (霧幻衆)忠 / 예도텐구들의 평의회.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으나, 교만한 자를 심판한다. 기본 중립.
이부키원 (伊吹園)魔 / 현도이부키산 심부의 쿠모(거대 거미) 영역. 인간을 죽이지 않고 거미줄로 "수집"한다.
영계의 왕좌 (靈界の王座)삼도 밖 / —영계 자체의 의지. 두 세계의 경계를 허물려 한다. 모든 세력의 공동의 적.

인간 세력끼리도, 요마 세력끼리도 반목한다. 무현중은 전원에게 중립이고, 한냐제단은 전원에게 적대이며, 영계의 왕좌는 인간·요마 모두의 공동의 적이다. 관계도·조우 패키지·병종 스탯은 기본 룰북 세력도에 있다.

출전: co-02-03 세력도


#4. 향(香) — 읽는 법 한 가지

이 책과 기본 룰북의 각 항목은 대개 향(香)으로 시작한다. 향은 그 항목의 분위기·정경·냄새를 그리는 짧은 도입이다 — 규칙이 아니라, 규칙이 놓인 자리의 공기다. 향 다음에는 법(法)이 온다. 법은 수치·판정·비용·조건 — 실제로 굴리는 규칙이다. 요마 도감에서 향은 그 요마가 다가올 때 먼저 들리는 소리와 냄새, 눈에 어리는 형체를 묘사하고, 법은 전력·방비·기법을 적는다. 성향의 각 심(心)에서도 향은 그 마음이 칼을 드는 이유를 그리고, 법은 어울리는 직업과 전환 트리거를 적는다. 향을 건너뛰어도 규칙은 굴러가지만, 향을 읽으면 왜 그 규칙이 그렇게 생겼는지가 보인다. 이 책을 읽을 때 향은 분위기로, 법은 정확히 — 그렇게 나누어 읽으라.

출전: co-02-02·co-02-03 등 CO 전 항목의 향/법 구성 관례


#요약

  • 시대: 요마가 실재하는 전국시대. 영계의 문이 열려 오니·텐구·원령·아귀·요호가 인간의 어두운 감정에서 태어난다. 요마는 베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봉인·정화가 필요하다. 규모는 소규모 부대의 전술적 교전(주급 PC 2~4 + 분대 몇 개).
  • 삼도육심: 예도(忠/覇)·공도(慈/虛)·현도(眞/魔), 그리고 무심. D&D 9성향의 대체. 줄어드는 수치가 아니라 바뀌는 방향. 캐릭터 생성 시 도 1 + 심 1을 고르고, 1단은 보통 명심으로 시작한다.
  • 세력: 인간 7(카구라번·히에이련·사카이좌·후마중·잇코잇키·쿠니토모좌·엔료관) + 요마 6(슈텐산·비우산·한냐제단·무현중·이부키원·영계의 왕좌) = 13. 상세는 CO 세력도.
  • 향/법: 각 항목은 향(분위기 도입)으로 열고 법(규칙)으로 잇는다. 향은 분위기로, 법은 정확히 읽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