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1.3.3 · fc-doc

#견문 4 — 기이 (紀伊)

목차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기록이며, 사실과 소문과 오해가 섞여 있다. 끝의 「탁자에서」만 Scene Tool.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이 땅의 세력과 요마의 수치가 필요하면 정본 전국의 땅으로 간다.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이 일기를 쓴 자는 화자에 있다.

다루는 옛 국: 기이(紀伊) — 난카이도(南海道)에 속한 본토의 반도부. 바다 건너 시코쿠의 여러 국과 같은 길(道)로 묶이는 사정은 교차표가 쥔다.

기이 견문 지도


#여로 — 비 사흘째

핀투의 일기에서. 시코쿠를 떠나 기이의 산길에 든 지 닷새, 비 사흘째.

시코쿠를 떠나던 아침, 뱃머리 너머 동쪽 바다 위에 검은 벽이 떠 있었다. 구름이라기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이(紀伊)입니다." 혀가 말했다. "이 나라에서 숲이 가장 깊은 땅입니다."

강어귀의 항구에서 길동무를 셌다. 흰옷의 순례자 아홉, 약장수 둘, 소금 행상 하나, 우리 일행 셋에 짐꾼 여섯 — 스물하나였다. 장사꾼의 버릇으로 적어 둔 숫자인데, 이 숫자가 줄어드는 빠르기가 그대로 이 땅의 지도가 되었다.

첫날 갈림길에서 약장수들이 북쪽 길로 빠졌다. 둘째 날 산어귀에서 짐꾼 둘이 남은 삯의 절반을 도로 내놓고 내려갔다. 삯을 돌려주는 짐꾼을 나는 이 나라에서 처음 보았다.

"왜 돌아가는가?" 짐꾼은 고개를 들지 않고 짧게 답했고, 혀가 옮겼다. "여기서부터는 산의 것이라 합니다."

셋째 날부터 비가 왔다. 멎지 않는 비다. 먹이 마르지 않아 글씨가 번진다. 종이가 울고, 나도 울 뻔했다 — 장부 때문이다.

길가에 어린아이 키만 한 사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왕자(王子)라 부른다 한다. 순례자들은 하나도 거르지 않고 멈춰 절했다. 길을 따라 아흔아홉이 있다 들었다. 세어 보려다 그만두었다 — 절하는 시간까지 셈에 넣으면 셈이 끝나지 않는다.

순례자의 지팡이에 달린 방울 소리만이 비에 젖지 않았다.

칼은 이 산에 든 뒤로 칼을 등에 묶었다. 까닭을 물으니 "이 길에서는 날붙이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들었소"라고만 했다. 칼이 남의 말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처음 들었다.

저녁에 수행자들의 산집에 들었다. 화롯불에 젖은 옷을 말리는데, 늙은 야마부시(山伏)가 내 얼굴을 오래 보더니 무어라 말하고 웃었다. 혀가 옮기기를, "산이 남만인은 처음 보겠다 하시는군요."

산이 본다는 말을 나는 받아 적었다. 손이 곱아 글씨가 비뚤었다.

밤에 빗소리 사이로 나팔 소리 같은 것이 울렸다. 소라 껍데기로 부는 법라라 한다. 누가 어디서 부는가 물으니 야마부시는 "산이 사람을 세는 소리"라 했고, 혀는 그 말을 옮기고 나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들기 전에 셈을 맞춘다. 항구에서 스물하나, 오늘 밤 이 화롯가에 일곱. 순례자들은 우리보다 앞서 갔고, 나머지는 산에 들기 전에 돌아섰다. 숲이 깊어질수록 길동무가 준다 — 장사로 치면, 위험한 물건일수록 다루는 손이 주는 것과 같다.

"이 산에는 신이 산다." 오늘 혀가 한 말이다. 통역이 아니라 저 스스로 한 말이라는 것을 말투로 알았다. 우리의 신은 하늘에 계시는데, 이 나라의 신은 주소가 있다. 산다는 것이다 — 세 들어 사는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

산이 깊어 신이 산다 한다. 나는 사흘 내내 빗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내일은 강 가운데 모래톱에 선 신의 집에 닿는다 한다. 혼구(本宮)라 부른다 했다.


#사실의 땅 — 비의 반도

#숲과 비

기이는 미아코(교토)의 남쪽에서 남쪽 바다로 머리를 내민 산 덩어리다. 들이라 부를 만한 것은 북쪽 강가의 좁은 골과 바닷가의 손바닥만 한 틈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산이며, 산은 전부 숲이다. 이 나라에서 비가 가장 많은 땅이라 들었다 — 내가 머문 동안 사흘에 이틀은 비였으니, 깎아 들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비가 숲을 기르고 숲이 다시 비를 부른다고 산 사람들은 말한다. 나무가 곧고 검고 하늘을 가려, 한낮의 숲길이 저녁 같았다. 내가 본 것이다.

숲은 이 땅의 곳간이다. 베어 낸 나무를 강에 띄워 바다로 내리고, 짐배가 그것을 미아코와 사카이로 나른다. 숯도 그렇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좋은 숲을 곳간이라 부르면서도 함부로 베지 않는다 — 벨 나무 앞에서 절하고, 벤 자리에 술을 붓는다. 까닭은 §영이의 땅에 적는다.

그리고 이 땅의 물산 목록에는 다른 땅에 없는 줄이 하나 있다. 부적이다. 봉인의 부적, 영약의 원료가 되는 산풀, 수행의 도구 — 염주와 법구와 법의 — 가 이 산에서 나와 온 나라로 팔린다. 종이에 먹으로 쓴 것이 물산이 되는 땅은, 내가 본 바 여기뿐이다. 값을 물으니 파는 승려가 웃으며 답했다. "효험은 부르는 값이 아니라 쓰는 마음을 따라갑니다." 장사꾼으로서 말해 두자면 — 저렇게 파는 물건이 가장 비싸다.

#참배길 — 길 자체가 성역

시코쿠의 순례가 섬을 고리처럼 돈다면, 기이의 참배는 산의 심장으로 곧장 들어간다. 바닷가를 도는 길과 산허리를 꿰는 길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끝은 같다 — 구마노(熊野)다. 길은 험하다. 돌을 깐 비탈은 이끼에 덮여 미끄럽고, 고개는 하나를 넘으면 둘이 나온다. 그런데도 이 길에는 다른 가도에 없는 것이 있다. 차례다. 길가의 왕자 사당이 구슬을 꿴 듯 이어져, 순례자는 사당에서 사당으로 절을 옮겨 가며 걷는다. 우리의 길이 성소에 닿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들의 이 길은 길 자체가 성소다 — 문턱이 수십 리 길게 늘어져 있는 셈이다.

#세 신의 집 — 혼구·하야타마·나치

구마노의 신은 집이 셋이다. 아울러 삼산(三山)이라 부른다 들었다. 혼구는 두 강이 만나는 모래톱 위에 있다 — 큰물이 지면 잠길 자리에 신의 집을 세우고, 잠기면 다시 세운다 한다. 하야타마는 강어귀의 마을 — 사람들이 신구(新宮)라 부르는 — 에 있어, 산을 내려온 순례자가 처음으로 다시 바다를 보는 자리다. 그리고 나치. 나치의 신은 집이 아니라 폭포다. 산허리에서 흰 물 한 줄기가 떨어지는데, 스무 초(町) 밖에서 소리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 리(里)와 초의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에 맡긴다. 바다에서도 그 흰 줄이 보여, 지나는 뱃사람들이 돛을 늦추고 절한다. 내가 본 것이다. 우리는 신의 집을 짓고 그 안에 신을 모시는데, 그들은 신이 먼저 있는 자리에 절만 보탠다. 폭포 앞에 서면 그 셈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야산 — 산 위의 도시

반도의 북쪽, 여덟 봉우리가 연꽃잎처럼 두른 산상의 분지에 도시가 있다. 고야산(高野山)이다. 밭이 없는 도시다 — 쌀 한 톨까지 산 아래에서 사람의 등으로 올라온다. 절이 거리를 이루고, 거리의 양쪽이 전부 산문이다. 순례자와 길손은 절에 묵는다. 절이 여인숙을 겸하는 것은 다른 장에도 적었지만, 이 산에서는 도시 전체가 그러했다.

산문에서 여인은 멈춘다. 산을 두르는 바깥 길에 여인의 당(堂)이 있어, 어머니들은 거기서 아들의 절이 있는 쪽을 향해 절하고 내려간다 한다. 들은 이야기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의 성역은 문이 아니라 금(線)으로 닫힌다 — 담도 빗장도 지키는 창도 없는데, 넘는 자가 없다.


#사람과 풍속 — 흰옷의 길

#산을 달리는 자들

흰 옷에 검은 두건, 등에 소라 나팔 — 야마부시다. 산에서 나고 산에서 늙는 수행자들로, 폭포 아래 서서 밤을 새우고, 절벽 끝에 거꾸로 매달려 제 죄를 묻는 수행이 있다 들었다. 그들은 기도만 팔지 않는다. 길을 판다. 순례자의 길잡이가 되고, 짐꾼이 버린 고개를 넘겨 주고, 마을의 부탁으로 산의 것들과 사람 사이를 오간다. 내 일행이 산을 무사히 가로지른 것도 절반은 그들의 덕이다. 우리 나라의 수도사는 담 안에서 세상을 끊는데, 이 나라의 수행자는 길 위에서 세상을 잇는다.

산길에서 마주치는 승려가 행상보다 많았다. 밀교의 승려는 산으로 들고, 정토의 승려는 갯마을로 내려간다 — 같은 부처를 모신다는데, 가는 방향이 반대다.

#귀족도 거지도 같은 길을

참배길의 흰옷은 수의와 한 가지라 들었다 — 길에서 쓰러져도 그대로 묻힐 수 있는 옷이다. 그 옷이 이 길의 저울이다. 가마를 타고 온 귀부인도 험한 구간에서는 내려 제 발로 걷고, 문둥이도 거지도 같은 사당에 같은 절을 한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는 신분의 금이 칼처럼 깊은 나라인데, 이 길 위에서만은 그 금이 지워진다. 귀족도 거지도 같은 길을 걷는다 — 내가 본 것이다. 길에서 만난 늙은 순례자가 말했다. "신 앞에 줄을 서는 데는 가문의 문장이 소용없습디다." 줄 서는 일이라면 장사꾼인 나도 아는 바가 있어, 그 말을 오래 적어 두었다.

산속에 끓는 물이 솟는 마을이 있어, 순례자는 혼구에 들기 전에 거기서 몸을 삶아 부정을 벗는다. 우리의 순례자는 죄를 고백하고 사함을 받는데, 그들의 순례자는 죄를 씻는다 — 말 그대로, 물로. 길에서 노래로 시주를 청하는 비구니들이 그림 두루마리를 펴 보이며 이 길의 영험을 설하는 것도 보았다. 이 길은 걷는 자만이 아니라, 걷게 하는 자들도 먹여 살린다.

#거대한 것이 오르는 바다

반도의 동쪽 갯마을에서 들은 이야기를 적는다. 그들의 바다에는 거대한 것이 오른다 한다. 등은 섬 같고, 숨은 비처럼 쏟아진다고 한다. 그것이 죽어 물가에 밀려오면 마을이 한 철을 먹는다 — 기름과 살과 뼈까지, 버리는 데가 없다고 했다. 다만 그들은 그것을 횡재라 부르지 않았다. 바다가 주신 것이라 불렀고, 살을 거둔 뒤에는 뼈를 묻고 작은 무덤을 세운다 했다. 화롯가에서 젊은 어부가 언젠가는 배를 모아 그것을 잡으러 나가겠다고 하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바다가 주시는 것만 받는 법이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 장사꾼의 눈에는 보였지만, 적지 않는다.


#혼세의 땅 — 총을 든 성지

#영주 없는 반도

이 땅에는 큰 영주가 없다. 산이 너무 깊고 들이 너무 좁아 천하를 다투는 자들의 셈에서 빠져 있다 — 라고 처음에는 적었다. 보름을 걷고 나서 그 줄을 지웠다. 영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주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나눠 앉아 있는 것이다. 신의 집들과 큰 절들 — 히에이련의 승려들이 지부를 두고 오간다는 것도 여기서 들었다 — 그리고 총을 든 마을들이다. 절이 곳간을 갖고, 곳간이 승병을 먹이고, 승병이 다시 절의 금(線)을 지킨다. 천하의 싸움이 이 반도를 비켜 가는 것은 산 때문만이 아니다. 여기를 치는 일은 영지 하나를 치는 일이 아니라, 신앙과 산과 총을 한꺼번에 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들은 이야기를 내 말로 줄이면 그렇다.

#총을 파는 절과 마을

북서쪽 강 골짜기에 큰 절이 있다. 네고로(根來)라 들었다. 종소리와 총소리가 같은 마당에서 난다. 승병이 수천이라 하고, 가람 안에 대장간이 있어 아침에 경을 읽은 손이 낮에는 총신을 깎는다. 은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보러 왔다고 하니 문이 열렸다 — 이 나라에서 내가 배운 말 가운데 가장 값진 말이다. 마당에서 승병들이 줄지어 총을 놓는 것을 보았다. 백 자루가 한 호흡에 우는데, 비둘기 한 마리 날지 않았다. 절의 새들이 그 소리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그날 본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강어귀에는 총의 마을들이 있다. 사이가(雜賀)라 들었다. 집집에 총이 있고, 마을의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어느 싸움에 몇 자루를 보낼지 정한다. 영주의 사자들이 은을 싣고 와 줄을 선다. 같은 합전의 양쪽 진에서 사이가의 총소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서로 모르는 두 사람에게서 들었다 — 두 번 들은 소문은 장부의 끝에, 세 번 들은 소문은 장부의 첫머리에 적는 것이 내 법인데, 이것은 첫머리에 적어 둔다.

철포는 40년 전 우리 쪽 배가 이 나라에 들인 물건이다. 그 물건이 신이 산다는 산기슭에서 새끼를 치고 있었다. 씨를 판 자로서 밭을 보는 심정은 — 적어 둘 난이 장부에 없다.

#기묘한 공존

처음에는 셈이 맞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부정을 씻으러 맨발로 산에 들고, 같은 반도의 다른 쪽에서는 사람 잡는 물건을 값 매겨 판다. 그런데 걷다 보니 두 장부가 한 장부였다. 순례자의 시주와 부적의 장사가 절을 먹이고, 절의 위세가 골짜기의 평온을 지키고, 그 평온 속에서 총의 마을이 흥정을 한다. 절의 총은 가르침에 어긋나는 싸움은 받지 않는다 한다 — 다만 무엇이 가르침에 어긋나는지는 절이 셈한다. 마을의 총은 명분을 묻지 않는 대신 값을 묻는다. 신앙이 문이고 총이 빗장인 셈인데, 문과 빗장이 서로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것은 나 하나였다.

편자 주: 사이가·네고로는 전승상의 이름이다 — 정본의 세력 목록에는 없고, 수치도 없다. 다만 '네고로'는 인술 유파의 네고로류와 같은 이름이다. 이들을 세력으로 탁자에 올리려면 전국의 세력의 틀을 빌리고, 총을 든 승병을 PC의 유파로 다루고 싶다면 그 네고로류를 함께 읽으면 된다 — 본권은 그 유파에 기대지 않고, 풍경만 적는다.


#영이의 땅 — 산의 주인

#질서 있는 어둠

다른 땅에서 나는 요마(妖魔) 이야기를 길이 끊기는 곳마다 주웠다 — 총론에 적은 대로다. 그런데 이 산에는 그런 이야기가 이상하리만큼 드물다. 길가의 돌무더기도, 다리 앞의 절도 다른 데보다 적다. 처음에는 산이 깨끗한가 했다. 야마부시가 고개를 저었다.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다스려지고 있는 겁니다." 잔것들이 이 산에서는 함부로 나다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 산의 주인들이 있어서.

산의 주인이 누구인가 물으면 돌아오는 답이 한결같았다. 날개가 있고, 바람을 입고, 사람의 교만을 못 견뎌 한다는 것들 — 텐구(天狗)다. 나무꾼이 벨 나무 앞에 절하는 것도, 길잡이조차 들지 않는 골짜기가 따로 있는 것도, 다 그 질서의 가장자리다. 나무에는 나무에 깃든 것이 있고 깊은 골에는 산의 노파가 산다지만, 그것들이 길까지 내려오지 않는 것은 주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 했다. 들은 이야기다 — 다만 같은 이야기를 산집 셋에서 들었다.

시련의 이야기도 적는다. 산을 빌려 쓰는 주제에 산의 주인을 농담거리로 삼은 떠돌이 무사가 그날 밤 바람에 들려 갔다가, 이레 만에 절 마당에 고스란히 내려놓였다 한다. 그 뒤로 그는 산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들은 이야기다 — 그 무사를 보았다는 자는 여럿이다. 그리고 화롯가의 늙은 야마부시가 불에 대고 들려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쉰 해 전, 산의 주인들이 사람의 절에 사자를 보냈는데 사람 쪽이 쫓아 보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산은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교만한 승려가 죽어 텐구가 된다고도 한다 — 그렇다면 산이 교만을 못 견뎌 하는 것은, 제가 앓은 병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길잡이 까마귀

이 산의 까마귀는 신의 사자라 한다. 길 잃은 자 앞에 내려앉아 길을 연다 하고, 다리가 셋이라 한다. 순례자의 짐과 부적에 그 새가 그려져 있는 것을 여럿 보았다.

내 이야기를 적는다. 혼구를 떠난 이튿날 안개가 내려 일행과 길을 잃었는데, 바위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날아가고, 앉고, 돌아보고 — 따라 걸으니 반 시진이 못 되어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 혀가 물었다. "다리를 세어 보셨습니까?" 세었다. 적지는 않는다 — 그 무렵 나는 이틀을 앓은 끝이라, 내 눈을 장부에 올릴 수 없다. 본 것과 들은 것을 가려 적는 것이 내 약속인데, 이것은 어느 쪽으로도 적지 못하겠다.

#죽은 자의 산

"구마노에 이르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가장 얇아진다." 길에서 이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순례자 중에는 부정을 씻으러 가는 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만나러 가는 자가 있다 — 혼구의 신 앞에서 자면 꿈에 죽은 이가 온다고 한다. 들은 이야기다. 그 말을 한 여인의 얼굴이 슬프지 않고 환했다는 것은, 내가 본 것이다.

고야산은 한술 더 뜬다. 도시의 안쪽, 하늘을 가리는 삼나무 숲에 묘역이 있다. 이 나라 전체의 죽은 자가 이 산으로 모인다 한다 — 먼 고장의 사람들이 죽은 이의 뼈와 머리카락을 싸 들고 몇 달 길을 걸어 올라온다. 꺼지지 않는다는 등불이 있고, 생전에 서로를 벤 영주들의 묘가 한 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하다. 내가 본 것이다. 죽은 자의 도시가 산 자의 어느 도시보다 조용히 붐볐다. 우리는 죽은 자를 마을 곁 묘지에 누이고 산 자가 곁을 지키는데, 그들은 죽은 자를 나라의 한복판 높은 산에 모아 두고 산 자가 찾아간다. 어느 쪽이 죽은 자를 덜 외롭게 하는지, 나는 끝내 셈하지 못했다.

산문을 나서 북쪽 고개를 내리면 길은 천하의 한복판 — 기나이로 들어선다. 죽은 자의 도시에서 산 자의 도시까지가 하루 남짓이라는 것을, 이 나라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편자 주: 핀투가 "산의 주인"이라 적은 것들의 평의회와 그 법도는 전국의 세력의 무현중 항이, 구마노 세 신의 신성과 "성스러운 길"의 권능은 fc01 중신이 쥔다. 교만한 승려가 텐구가 된다는 전승의 헤이안 원형은 fc04의 산악 장에 있다. 그리고 이 산이 영계 균열의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사정은 전국의 연표의 균열 후보 항을 볼 것 — 순례길이 봉쇄되는 캠페인은 거기서 시작된다.


#탁자에서

Scene Tool. 이 절만 GM용 장면 도구다.

기이의 장면에는 손잡이가 넷 있다. 시련 — 일행 중 누군가 교만을 보이면 산이 답한다. 호위 — 피의 금기를 진 길을 끝까지 지키는 일. 고용 — 총의 흥정, 명분과 값의 줄다리기. 금기 — 성역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을 가진 일행. 이 땅의 시나리오 훅 d10과 요마 조우 경향은 정본 전국의 땅에 이미 있다 — 본권은 겹치지 않게, 참배길과 총의 이야기만 셋 보탠다. 길 위에서 굴릴 잔사건은 여로의 사건을 편다.

부정을 진 참배. 높은 신분의 의뢰인이 부정 — 저주든, 제 손으로 지은 피든 — 을 씻으러 참배길에 오르고, 일행은 그 호위다. 다만 이 길의 규칙이 하나 있다. 피를 흘리게 한 자는 길이 받지 않는다. 뒤를 쫓는 자들도 그것을 알아서, 칼을 쓸 수 있는 자리 — 나루, 길 밖의 샛길,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 에서만 기다린다. 칼을 뽑지 않고 이기는 호위전이 되고, 산의 주인들이 그 절제를 지켜본다. 끝까지 피를 보지 않았다면, 나치 폭포 앞에서 의뢰인의 부정이 씻기는 장면과 함께 그 부정의 정체를 드러낼 것.

총값 흥정. 서로 싸우는 두 영주의 사자가 같은 날 총의 마을에 닿았고, 일행은 한쪽의 흥정꾼이다. 값은 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 절의 총은 명분을 따지고, 마을의 총은 셈을 따진다. 상대 사자의 방해 공작, 명분의 변통(꾸민 명분이 들통나면 총구가 돌아선다), 흥정이 끝난 뒤의 호송까지 —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세 장면이 나온다.

파계의 총장이. 절의 총장이 하나가 서약을 깨고 사라졌다. 절은 그를 데려오라 하고, 어느 영주는 그를 먼저 데려가려 한다. 그는 흰옷을 입고 순례자들 사이에 숨어 참배길을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길 위에서는 피를 볼 수 없고, 길 위의 사람들은 서로의 내력을 묻지 않는다. 일행이 마침내 그를 찾아냈을 때 드러나는 것은 — 그가 가지고 달아난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기를 거부한 것이다.


신이 산다는 산에서 사람은 총을 팔고 있었다 — 두 해가 지난 지금도 나는 어느 쪽이 더 기이한 물건이었는지 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