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 — 남만의 붓 (南蠻の筆)
목차
권위. 본문은 Fiction-Only — 한 외인의 기록이며, 사실과 소문과 오해가 섞여 있다. 화자는 틀릴 수 있고, 그 틈은 GM의 것이다. §4 「탁자의 화자」만 Scene Tool. 본권에 법(法)은 없다 — 수치가 필요하면 정본
co로 간다. 이 책 전체의 약속은 이 책에 대하여에 있다.
#여로 — 상륙 전야의 일기
핀투의 일기, 첫 권 첫 장에서.
바람이 잤다. 배는 닻을 내렸고, 내일 아침 물때에 맞춰 뭍에 오른다고 한다. 잠이 오지 않아 등잔을 켜고 장부를 펼친다. 장부라 적었지만 — 오늘부터는 일기라 부르기로 한다.
먼저 나를 적는다. 기록이란 적는 자가 누구인지부터 밝혀야 믿을 만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두아르테 핀투. 남만(南蠻) 상관의 대리인이며, 마흔을 몇 해 넘긴 장사꾼이다. 상관이 내게 시킨 일은 하나 — 이 나라의 은(銀)과 물산을 눈으로 보고,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 수 있는지 적어 보내는 것. 어릴 적 나는 이 나라를 지팡구(우리 옛 지도가 일본을 부르던 이름)라 배웠다. 황금의 지붕이 있다는 섬. 와서 보니 — 아직 뭍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 지도가 틀렸다는 것부터 배웠다. 섬은 하나가 아니라 수백이고, 나라는 하나가 아니라 예순몇으로 갈라져 서로 싸운다 한다. 들은 이야기다. 이제부터 내 발로 확인할 것이다.
낮에 통사(通事)가 갑판으로 올라와 이 나라 말을 한 줌 가르쳐 주었다. 사카이 태생의 젊은이로, 우리 말과 저쪽 말 사이를 오가는 솜씨가 줄 위의 곡예 같다. 제 이름을 적지 말아 달라 부탁했으므로, 나는 일기에 그를 '혀(舌)'라 적기로 한다. "은을 사러 왔다고 하지 마십시오." 혀가 말했다. "보러 왔다고 하십시오. 사러 온 자 앞에서는 값이 오르고, 보러 온 자 앞에서는 값이 내립니다." 우리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사는 일보다 보는 일을 덜 경계한다고 한다. 좋은 나라다. 보는 일이라면 나는 자신이 있다.
해 질 무렵에는 호위로 고용한 낭인이 뱃전에 앉아 칼을 닦는 것을 보았다. 주인을 잃은 무사를 이 나라에서는 낭인이라 부른다 — 물결 랑(浪) 자를 쓴다고 혀가 일러 주었다. 이름을 물었더니 사내는 칼날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름값은 따로 받소"라고만 했다. 그래서 그는 '칼(刀)'이다. 칼은 말이 없고, 값은 비싸고, 밤에 가장 먼저 깬다. 호위란 그 세 가지면 족하다.
선장이 내 등 뒤에서 웃었다. "은을 보러 간다고? 은이라면 항구에도 쌓였네." 나는 대답했다. "은이 나오는 산과, 은을 쓰는 사람을 보러 가오. 항구의 은은 이미 남이 세어 둔 은이오." 선장은 더 크게 웃었지만, 장사꾼은 안다 — 남이 세어 둔 숫자는 제 장부에 옮겨 적어 봐야 반값도 못 한다.
철포가 이 나라에 들어온 것이 40년 전이라 들었다. 우리 쪽 배가 실어 간 그 물건이 이 나라의 전쟁을 바꾸었고, 그 뒤로 남만인을 보는 눈에는 호기심과 경계가 반반이 되었다 한다. 나는 철포를 쏠 줄 모른다. 내가 다룰 줄 아는 것은 펜과 주판과 저울뿐이다. 그것이 나를 지켜 줄지, 도리어 더 수상쩍어 보이게 할지는 — 내일부터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속을 적어 둔다. 이 일기에는 본 것과 들은 것을 가려 적는다. 본 것은 "내가 본 것이다"라 적고, 들은 것은 "들은 이야기다"라 적는다. 장부가 거짓이면 장사꾼이 망하듯, 기록이 거짓이면 기록한 자가 망한다. 나는 망하려고 이 먼 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내일, 뭍에 오른다.
편자 주: 핀투가 상관에 보낸 보고서는 남만으로 떠났고, 우리 손에 남은 것은 그가 길에서 쓴 일기 쪽이다. 보고서와 일기가 같은 일을 다르게 적은 대목이 더러 있었다고 전한다 — 어느 쪽이 진실인지, 이 책은 정하지 않는다.
#1. 그는 누구인가
| 항목 | 기록 |
|---|---|
| 이름 | 두아르테 핀투 (Duarte Pinto) |
| 통칭 | 남만의 붓 (南蠻の筆) — 가는 곳마다 무언가를 적는 것을 보고 길 위의 사람들이 붙였다 |
| 신분 | 남만 상관의 대리인. 본업은 시장 조사 — 은과 물산을 보고 보고서를 쓰는 일 |
| 나이 | 마흔을 몇 해 넘긴 중년 |
| 무장 | 없음. 펜, 주판, 저울, 장부 — 그리고 고용한 칼 한 자루(낭인) |
| 말 | 일본어는 통사 의존. 여정 후반에는 흥정과 인사 정도는 제 입으로 한다 |
| 신앙 | 품속에 십자가를 지닌 기리시탄 — 다만 파드레의 신앙이 아니라 장사꾼의 신앙이다 |
이 나라가 아는 남만인은 대개 철포와 함께 온다. 화약을 다루고, 갑옷을 무시하고, 200보 밖에서 합전의 결판을 뒤집는 자들 — 핀투는 그 통념의 바깥에 있다. 그는 쏘는 자가 아니라 적는 자다. 화승 냄새 대신 먹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남만인이라는 것이 그를 지켜 주기도 했고, 곱절로 수상해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그가 건너온 것은 철포가 들어오고 40년이 지난 시대다. 남만의 물건은 이미 신기한 것에서 무서운 것이 되었고, 거리에는 남만인을 신기해하는 눈과 꺼리는 눈이 한데 섞여 있었다. 핀투의 여행은 그 두 눈 사이를 걷는 일이었다. 어느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그의 수염을 만지러 몰려들었고, 어느 관소에서는 한나절을 짐 풀어 보이는 데 썼다 — 두 광경이 같은 지방, 같은 달의 일기에 적혀 있다.
왜 걸었는가. 처음의 답은 간단하다 — 시켜서. 상관은 은이 나오는 산과 비단이 팔리는 시장의 목록을 원했다. 그러나 일기는 첫 지방을 넘기 전에 이미 목록이기를 그만둔다. 은을 보러 온 사내가 은을 캐는 사람을 보고, 사람을 보다가 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끝내는 나라 전체를 보고 만 것이다. 보고서는 끝까지 상관으로 보내졌다 — 다만 일기 쪽이 점점 두꺼워졌다.
신앙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짧게 적었다. "나는 파드레가 아니다. 십자가는 품속에 있고, 기도는 폭풍 치는 밤에 한다. 전하러 온 것이 아니라 보러 왔다." 그가 사찰에서 잠을 얻고 신사 앞에서 고개를 숙인 기록은 많다 — 장사꾼의 신앙이란 본래 항구마다 환전이 되는 법이다.
#2. 여정 — 상륙에서 종착까지
핀투의 길은 바다와 뭍을 반반씩 쓴다. 사이카이(규슈)에 내려 세토내해 연안을 배와 발로 동진하고, 바다를 건너 시코쿠를 가로지르고, 다시 바다를 건너 기이의 산으로 — 거기서부터는 대체로 걸었다. 동행은 셋. 통사 '혀', 낭인 '칼', 그리고 항구와 고개마다 바뀌는 짐꾼들. 하루에 가야 예닐곱 리 — 짐이 무겁거나 강에 다리가 없으면 그도 못 갔다. 길에서 두 번의 겨울을 났다. 리(里)와 초(町)의 감각은 용어·도량형 사전을 곁에 두면 된다.
편자 주: 핀투 일행의 걸음은 짐꾼과 관소와 다리 없는 강에 묶인 도보의 속도다. 정본 교역 규칙의 이동 일수는 파발과 상단 급행을 기준으로 한 법(法)이니, 두 숫자가 달라도 같은 세계의 것이다.
여정의 약도는 아래와 같다. 본권의 견문 열 장이 이 차례를 그대로 따른다.
| 차례 | 머문 땅 | 길 | 일기의 한 줄 |
|---|---|---|---|
| 견문 1 | 사이카이 | 상륙 — 남만선이 닿는 서쪽 항구들 | "이 나라의 문은 서쪽으로 열려 있다." |
| 견문 2 | 산요·산인 | 세토내해 북안을 따라 동진 | "이 나라의 은이 세상의 셋에 하나라 떠든다. 들은 이야기다." |
| 견문 3 | 시코쿠 | 바다를 건너 섬을 횡단 | "순례자들이 섬을 고리처럼 돈다. 왜 도는지는 — 들은 이야기가 여럿이다." |
| 견문 4 | 기이 | 다시 바다를 건너 반도의 산으로 | "산이 깊어 신이 산다 한다. 나는 사흘 내내 빗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
| 견문 5 | 기나이 | 미아코(교토) — 천하의 중심 | "수도는 절반이 재이고 절반이 시장이었다. 내가 본 것이다." |
| 견문 6 | 오우미 | 호수의 나라 | "호수 하나가 나라 하나를 먹여 살린다." |
| 견문 7 | 도카이 | 동쪽 바닷길 | "길이 좋아질수록 군대가 자주 지나간다." |
| 견문 8 | 호쿠리쿠·신에쓰 | 북국 — 눈의 가도와 산의 나라들 | "눈이 길을 지우면, 사람들은 길을 외운다." |
| 견문 9 | 관동 | 산을 넘어 너른 들로 | "들이 너르면 말이 빨라지고, 말이 빨라지면 전쟁도 빨라진다." |
| 견문 10 | 오우 | 종착 — 북방 | "여기서 길이 끝났다. 끝난 것은 내 다리지, 이 나라가 아니다." |
핀투가 모든 길을 밟은 것은 아니다. 산인의 내륙처럼 발이 닿지 않은 땅의 이야기는 일기에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로 시작하는 전문(傳聞)으로만 남아 있고, 견문 각 장도 그 표기를 그대로 옮긴다.
#3. 기록 방식 — 본 것과 들은 것
견문 열 장의 첫머리에 놓인 §여로는 모두 이 일기의 발췌다. 일기에는 핀투가 상륙 전야에 스스로 정한 표기 약속이 끝까지 살아 있고, 본권의 문장도 그 약속을 따른다.
- 본 것 — "내가 본 것이다"라 적는다. "내가 본 바, 이 나라 사람은 칼을 옷보다 가까이 둔다."
- 들은 것 — "들은 이야기다"라 적는다.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다만 세 항구의 뱃사람이 같은 이름을 말했다."
- 우리와 그들 — 짧은 대조로 세운다. "이 풍속은 우리에게 기이하나, 그들에게는 예의의 시작이다."
- 말이 갈릴 때 — 둘 다 적는다. "상인의 말과 승려의 말이 다르므로, 나는 둘 다 적어 둔다."
그러나 약속이 기록을 완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핀투는 제 한계도 적어 두었다. 첫째는 말 — 그는 이 나라 말을 통사를 거쳐 들었다. "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모서리를 깎는다. 깎인 모서리가 어디였는지, 나는 영영 모를 것이다." 여정 후반으로 갈수록 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 귀로 주워 적은 말이 늘어난다 — 뒤쪽 장일수록 기록의 결이 조금 더 날것에 가까운 것은 그 때문이다.
둘째는 숫자 — 그는 장사꾼이라 숫자를 사랑했고, 장사꾼이라 숫자를 부풀렸다. 어느 영주의 곳간을 두고 그는 이렇게 적는다. "쉰만 석이 넘는다 들었다 — 세어 본 것은 아니다." 남만 사람들 사이에는 "핀투가 말하면 반으로 줄여 들어라"는 농이 있었다 한다. 이것도, 들은 이야기다.
편자 주: 구분 표기가 무너진 대목이 일기에 더러 있다 — 화자가 지쳤거나, 앓았거나, 겁에 질렸던 밤이다. 그런 대목을 사실로 읽을지 헛것으로 읽을지는 탁자가 정한다.
#4. 탁자의 화자
Scene Tool. 이 절만 GM용 장면 도구다. 핀투를 NPC로 탁자에 올리는 세 가지 길.
#길 위의 기록자
어느 가도, 어느 항구, 어느 사찰의 처마 밑에서든 — 일행은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남만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PC들을 보면 묻고, 듣고, 적는다. 외인을 처음 보는 마을에서는 그가 거기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 장면이 된다. 시선이 모이고, 아이들이 모이고, 그 다음에 관리가 온다. 같은 자리에 있던 PC들도 그 시선을 나눠 받는다.
#의뢰인
호위 의뢰는 여행 시나리오의 가장 자연스러운 틀이다. '칼'이 자리를 비웠다 — 다쳤거나, 사라졌거나, 값을 올렸거나. 핀투는 다음 지방까지, 다음 항구까지 함께 갈 칼을 찾는다. 보수는 은일 수도, 남만의 물건일 수도, 그의 일기 한 페이지일 수도 있다. 길 위에서 굴릴 사건이 필요하면 여로의 사건을 펴면 된다.
#정보원
그의 일기에는 PC들이 찾는 지명, 소문, 사람의 이름이 이미 적혀 있을 수 있다. 단 — 이 책 전체가 그렇듯 — 그 기록에는 사실과 오해가 섞여 있다. 어느 문장이 진실인지는 GM이 정한다. "내가 본 것이다"라 적힌 문장조차도.
#수치에 대하여
주지 않는다. 굳이 필요하다면 정본의 학자·상인 직업 템플릿을 빌리면 족하다. 핀투에게 전투 수치가 필요해졌다면 그 장면은 이미 그가 의도한 적 없는 곳으로 흘러간 것이다 — 그는 도망치고, 숨고, 값을 치르고, 살아남으면 그날 밤 그 일을 적는다.
은을 세러 온 사내가, 나라 하나를 적고 말았다.
